국립공원 여행기/샌가브리엘마운틴

등산객 절반은 한국사람이었던 LA 뒷산 마운틴볼디의 아이스하우스캐년(Ice House Canyon) 트레일

위기주부 2011. 6. 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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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메모리얼데이 월요일에 모처럼 제대로된 당일치기 등산을 갔는데,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로스앤젤레스의 뒷산인 마운틴볼디(Mt. Baldy) 지역이었다.


샌버나디노 산맥의 깊숙한 곳에 있는 Mt. Baldy Village 입구에 있는 여기 비지터센터에서 들러서 일일주차비 $5을 내고, 입산신고인 Widerness Permit을 받아야 한다.


LA에서 가장 높은 뒷산의 공식이름은 빨간⑦번 샌안토니오(San Antonio)인데, 모두들 옛날 이름인 '볼디(Baldy)'로 부른다. 해발고도가 3,069m나 되는 이 산의 주위로는 지도에서처럼 많은 등산로가 있는데, 오늘 우리의 코스는 빨간③번 Ice House Saddle까지 올라가는 빨간 점선으로 표시된 아이스하우스캐년(Ice House Canyon) 트레일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와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으로 왔는데, 역시 휴일이라서 아침 9시반인데도 벌써 주차장이 가득 차서 우리 차도 저 아래에 개구리주차를 해놓고는 걸어올라 오는 길이다.


우리의 목적지인 샌버나디노 산맥의 주능선 Ice House Saddle까지는 편도 3.6마일로 약 6km인데, 문제는 거리도 거리지만 여기서 고도차이가 2,660피트, 그러니까 811m나 된다! 과연 8백미터 이상의 높이를 올라갈 수 있을까?


계곡을 따라 잘 다듬어진 등산로에는, 가장 높은 산으로 이어지는 인기있는 등산로답게, 정말 LA 근처에서는 보기 어려운 커다란 나무들이 가득했다. 이 계곡에도 옛날에는 많은 시설들이 있었다는데, 자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대부분 이렇게 철거되었다고 한다.


50분쯤 걸어 올라왔다.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이런 표정이다...^^


아무리 봄까지 비가 많이 왔다고 해도, LA 인근에서 이렇게 맑은 물이 고인 선녀탕이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딱 절반인 1.8마일 위치에 쿠카몽가보호구역(Cucamonga Wilderness)이 시작되는 곳까지 1시간반만에 왔다. 여기서부터는 계곡을 벗어나 산비탈을 오르는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기 때문에 퍼밋이 있어야 한다.


경사진 산비탈을 지그재그로 깍아서 만든 등산로를 조금 오르니, 마침내 능선 뒤쪽으로 아직도 정상에 눈이 남아있는 해발3,069m의 마운티볼디와 그 왼쪽에 조금 낮은 West Baldy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가 쓰러진게 먼저일까? 등산로가 만들어진게 먼저일까?


사진 가운데 등산로 아래로 풀이 있는 곳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컬럼바인스프링(Columbine Spring), 쉽게 말해서 약수터~^^ 여기서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고 나면...


정말로 45도 경사의 산비탈을 깍아서 만든 무시무시한 스위치백(switch back) 등산로가 기다리고 있다! 헉~ 헉~


중간에 이런 계단식 폭포가 멀리 보이기도 하지만, 이 구간을 올라가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목표지점에 0.6마일을 남겨두고 Chapman Trail과 합류되는 지점까지 올라오면 경사가 조금 완만해지면서, 멋진 능선의 풍경이 지금까지의 수고를 보상해준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면...


비록 산정상은 아니지만 해발고도가 2,310m나 되는, 오늘의 목표였던 주능선에 있는 갈림길인 Ice House Saddle에 3시간반만에 도착했다. 이 표지판을 따라 가면 모두 알파벳 T로 시작하는 3개의 정상과 볼디스키장이 있는 Baldy Notch가 나오고, Devil's Backbone Trail을 따라서 마운틴볼디의 정상까지 이어진다. 이외에 다른 쪽으로도 3개의 등산로가 더 있어서, 우리가 올라온 길을 포함해서 여기는 '오거리'가 되는 셈이다.


아내와 지혜가 정말 여기까지 8백미터나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나도 솔직히 기대를 안했는데, 정말 지혜가 잘 올라와줘서 나도 뿌듯했다!^^ 이 등산코스는 지혜가 최초로 정복한 레벨3 코스이기 때문에, 지혜도 '레벨3'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해주니까, 지혜도 정말 즐거워했다. 가장 가까운 Timber Mtn. 정상까지도 가고싶다고 하는 것을 겨우 말려서,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먹고는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에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Mt. Baldy와 West Baldy... "기다려라~ 내가 조만간에 한 번 올라가주마~"


비탈길 저 아래로 아까 약수터가 보이는 것을 보니, 위험한 구간은 거의 다 내려온 모양이다. 저렇게 개를 끌고 등산을 오는 서양인들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등산로는 한국분들이 정말 많았다. LA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울창한 숲이 있어서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 날 만난 등산객의 절반 이상이 한국사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산길,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에서 우리 가족의 즐거운 휴식~^^


주차장까지 거의 다 내려와서는 이렇게 계곡으로가서 양말을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궜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은 30분을 빼면 하산시간은 2시간반, 그래서 왕복 총 6시간의 산행이었는데, 가이드북에 왕복 5시간으로 안내되어 있었으니까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6시간 이상의 산행에 지친 발을 Ice House Canyon, 말 그대로 '얼음골 계곡'의 차가운 물에 담궜던 느낌을 보다 잘 전달해드리고자, 조금 도발적인 아래 마지막 사진으로 산행기를 끝맺는다.


"우째~ 발이 화끈거릴 정도로 시원했던 느낌이 팍 오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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