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킹스캐년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5일차,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 넘어 비데트메도우(Vidette Meadow)

위기주부 2017. 10. 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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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터 패스(Forester Pass)는 세쿼이아 국립공원과 킹스캐년 국립공원의 경계가 되는 Kings-Kern Divide를 넘어가는 해발 4,009m(13,153피트)의 고개로, 전체 길이 340km인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에서 마지막으로 1932년에 완성된 등산로이다. 존뮤어트레일 뿐만 아니라 이를 포함하는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에서도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고개로, 이 길을 찾아서 만드는데 기여한 미국 산림청(United States Forest Service) 직원들을 기려서 '포레스터(Forester)'로 이름을 지었다.

2017년 여름,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백패킹 5일차와 마지막 6일차의 트레일 지도이다. 5일차는 지도 아래쪽 Campsite로 표시한 곳을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약 9마일을 걸어서 오후 5시에 여유있게 Vidette Meadow에 도착해서 마지막 캠핑을 했다.

'SIERRA CLUB - Founded 1892'라고 씌여진 까만 가방은, 휘트니산 정상에 올라갈 때 내가 사용한 것으로 지금은 쓰레기들이 들어있다. 존뮤어가 설립한 자연보호 단체인 시에라클럽(Sierra Club)에 기부금을 내고 받은 가방에 쓰레기를 챙겨넣고 'LNT(Leave No Trace)'를 실천하며 존뮤어트레일을 걸었다.

이 날은 딱 하나의 고개만 넘으면 되는데... 문제는 아무리 올려다봐도 길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아직도 흐르는 물 위의 얼음이 다 녹지 않은 해발 3,800m의 호숫가에서 캠핑을 한 부부를 지나쳤는데, 이제 텐트를 철수해서 역시 포레스트 패스를 넘어갈거라고 한다. 내가 매우 걸음이 느려서 나를 추월하면 다시 만나게 될거라고 했더니, 여성분이 "Welcome to the club."이라고 대답하신다~^^

경사가 완만한(?) 아래쪽은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트레일이 아직도 눈에 완전히 덮혀있는 곳이 많아서, 그냥 이렇게 바로 위쪽으로 치고 올라가야하는 구간이 대부분이었다.

제법 올라와서 돌아 내려다보니 아직도 눈과 얼음이 둥둥 떠있는 틴달크릭(Tyndall Creek) 상류의 호수가 보인다.

절벽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니 오히려 쌓인 눈은 사라졌는데, 지금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올라와서 트레일을 못 찾아서 헤메고있는 중이다. (너무 치고 올라왔음T_T) 사진 오른쪽 낙석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한 참을 우회한 다음에야 절벽을 깍아서 만들어놓은 트레일을 찾을 수 있었는데, 다음 사진은 저 눈이 남아있는 그늘진 곳을 지나서 더 높이 올라간 봉우리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아니! 1930년대에 이 수직의 절벽을 깍아가지고 왜 길을 만들어서, 지금 내가 이 위험한 곳을 무거운 야영배낭을 메고 넘어가게 시킨거야? 누구야? ... 게다가 등산로를 만들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라고 군데군데 꽃까지 심어놨네!"

진짜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돌리니, 많은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가 내 발아래에 나타났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여기서부터 북쪽으로는 '왕의 협곡' 킹스캐년 국립공원(Kings Canyon National Park)이다. 이 안내판에는 고개의 높이가 13,200피트(4,023m)로 처음 소개한 것과는 다르게 되어있는데, 국립공원 지도에는 4,011m로 또 다르게 되어있다... 뭐 어찌 되었건 간에, 위기주부가 지금까지 야영배낭을 메고 넘은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그래서 넘어 온 남쪽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그런데, 배낭이 왜 저렇게 삐딱하지?

위기주부와 동병상련...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들고 JMT를 하던 녹색배낭의 하이커가 남쪽으로 고개를 내려가고 있다. "다음 번에는 나도 남쪽방향(southbound, SOBO)으로 이 고개를 넘어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던 것 같다.^^

북쪽 킹스캐년에서 고개로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인데, 초반부 우리가 내려가는 길은 Kings-Kern Divide 산맥의 북향이라서 아직도 눈이 많이 남아있는 경사로를 거의 1시간 가까이 내려가야 했다.

2017년 8월 1일... 한여름의 존뮤어트레일~

눈길 중간에 쉬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이 3명의 여성은 고등학교 때 서로 만난 친구들이라고 한다.

저 아래 다시 나무숲이 보이는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가야 하는데, 계곡 오른쪽의 바위산을 자세히 보면 이 곳도 요세미티처럼 아주 오래전에 빙하가 흐르면서 깍아진 U자형 빙식협곡인 것을 알 수 있다.

풀들이 제법 자라는 곳까지 내려와서 뒤를 돌아서 올려다 본다. 사진 오른쪽에 V자형으로 파져서 파란 하늘과 하얀 눈이 맞닿아 있는 곳이, 2시간 가까이 내려온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이다.

하지만, 아직도 내려가야할 길은 이렇게 까마득하다... 존뮤어트레일은 사진에 표시한 글렌패스(Glen Pass)를 또 넘어서 계속 북쪽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다음날 오른쪽에 가까이 보이는 바위산 뒤를 돌아서 키어사지패스(Kearsarge Pass)로 시에라네바다 산맥 주능선을 동쪽으로 넘어서 문명세계로 '탈출'하게 된다.

조금 더 내려와서 법스크릭(Bubbs Creek) 물줄기가 잔잔해진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 개울은 나중에 킹스캐년 국립공원 시더그로브(Cedar Grove)를 지나서 킹스 강(Kings River)과 합류하게 된다.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백패킹 5일차 동영상으로 11분이 좀 길기는 하지만, 포레스트패스 정상의 여러 사람들의 모습과 또 맨 마지막에는 Bubbs Creek의 통나무 다리를 건너다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모두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해발 약 2,900미터까지 내려온 비데트메도우(Vidette Meadow) 캠핑장(여기는 철제 곰통이 있음)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초원은 아마도 개울 건너편에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찾아가지 않았고, 옆집 나무꾼들이 잘라준 장작으로 제대로 된 캠프파이어를 했다. "내일 저녁에는 집에 가서 샤워하고 침대에서 잘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바로 잠들었다.

P.S. 한국은 전무후무할 것 같은 장장 10일간의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네요~ 블로그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 지구상 어디에 계시던지, 즐겁고 건강하고 안전한 한가위 명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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