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산타로사&샌하신토

남가주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인 샌하신토 봉우리(San Jacinto Peak) 등산으로 다섯번째 '식스팩' 정복

위기주부 2021. 7. 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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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3시반에 알람을 맞춰 놓았었지만, 새벽 2시에 그냥 잠이 깼다. 전날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계를 마지막으로 봤었으니, 잘해야 3시간 정도 잔 것이다... 아침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점심으로 먹을 컵밥을 전자레인지로 데워서, 다른 짐들은 미리 챙겨놓은 배낭에 넣고는 2시반 좀 넘어서 집을 나왔다. 곳곳에 차선을 막고 주말 새벽공사중인 깜깜한 고속도로를 2시간 가까이 달린 후에, 보름달이 비추는 산길을 또 30분 운전해서 이 날의 힘들고 길었던 등산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을 했다.

구글맵에 Marion Mountain Trailhead라 표시된 샌버나디노 국유림(San Bernardino National Forest) 내의 도로변에 주차를 했다. 차 안에서 샌드위치와 보온병에 넣어온 커피로 아침을 먹고, 등산화로 갈아신은 후에 아직 해가 뜨기 전인 5시 30분에 트레일을 시작했다.

언덕을 조금 오르니 뒤쪽으로 오래간만에 일출전의 땅거미가 보였다. 하늘은 밝고 땅만 검게 보여서 '땅검이'라고 부르다 연음화된 것이라는데, 해가 뜨고 질때 반대편으로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지구의 그림자' 경계가 대기에 비춰서 그렇다고 한다.

첫번째 언덕에서 등산로를 잘못 찾았는지 다시 도로 끝에 있는 캠핑장쪽으로 내려왔다...T_T "레몬색 비틀을 몰고 캠핑을 오신 분도 있구나~" 등산을 마치고 내려올 때도 이리로 오게 되어, 캠핑장 구경을 하면서 도로를 따라서 주차한 곳까지 돌아갔다.

본격적으로 산비탈 급경사를 40분여 올라가니, 마운트샌하신토 주립공원 및 야생지(Mount San Jacinto State Park and Wilderness)의 시작을 알리는 낡은 안내판이 나무에 기대서 세워져 있었다.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주립공원 브로셔의 지도를 그림파일로 만들어서 올리므로, 클릭해서 원본보기를 하시면 확대가 가능하다.

지도 중간의 빨간 사각형 왼쪽 위에 San Jacinto Peak가 있고, 서쪽의 Marion Mountain 캠핑장을 지나는 트레일을 따라서 주립공원 경계에 들어선 것이다. 공원 동쪽에 보면 팜스프링스의 유명한 회전 케이블카인 Palm Springs Aerial Tramway의 정류소가 보이는데, 미국에 이민을 온 직후인 2007년에 이 케이블카를 타고 잠시 주립공원을 방문했던 이야기는 아래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다.

          세계에서 제일 큰 회전 케이블카가 있는 팜스프링스의 샌하신토(San Jacinto) 산

다시 50분 정도 걸어서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을 했는데, 아무 생각없이 트레일을 따라 직진을 했더니 표지판의 남쪽방향(southbound)이었다. 사진 속의 3명 일행을 만나서 반대방향 북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돌아서는 길이다.

그렇게 PCT를 0.5마일 걸은 후에 이번에는 저 나무에 박아놓은 표지판에 샌하신토 정상 방향이 표시되어 있어서, 갈림길에서 오른편 산 위로 다시 계속해서 올라갔다.

이 날 처음으로 커다란 야영배낭을 맨 백패커 커플을 만났는데, 위쪽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고 이제 Strawberry Junction을 지나서 아이딜와일드(Idyllwild) 마을로 하산을 한다고 했다. 백패커들을 보니까, 새벽에 2시간반을 달려온 보람이 있는, 확실히 동네 뒷산과는 다른 분위기의 등산이었다.

그들이 야영했다는 리틀라운드밸리(Little Round Valley) 캠핑장에 도착을 했는데, 앞쪽에 또 야영을 마치고 출발을 준비하는 한 무리의 하이커들이 보인다.

이 캠핑장 부근이 그래도 전체 등산코스에서 트레일이 가장 경사가 없었던 '평화로운' 구간이었는데, 나중에 하산을 하면서 여기 사이트에서 점심으로 컵밥에 햇반 하나 추가해서 먹었다.

그리고 해발 3천미터가 넘는 고지대로 들어가 햇살은 뜨거워지고 산소는 희박해지는 것을 느끼며, 오르막 1마일을 걸으면 트램 정류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지나서 뒤돌아 찍은 하산 표지판인데, 여기까지 지도상으로 5.3마일을 걸었는데 왼편 트램 정류소까지는 5.7마일로 거리는 조금 더 멀다. 하지만 정류소는 해발 2,596 m에 위치한 반면에, 위기주부가 출발한 곳의 해발고도는 1,930 m에 불과하다.

샌하신토 산에서 정상보다 더 유명한 풍경인 돌로 만든 대피소가 조금 올라가니까 마침내 시야에 들어왔다.

이 대피소는 CCC(Civilian Conservation Corps)에 의해서 1935년에 만들어졌는데, 안에는 2개의 이층침대가 좌우로 있고, 정상에는 없는 방명록들과 비상물품들이 구비되어 있다. 비록 벽난로는 산불의 위험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버렸지만, 눈이 적당히 내린 날에 이 대피소를 찾게 된다면 참 낭만적(?)일 것 같았다.

이제 대피소 뒤쪽의 이 돌산의 바위들 사이로 조심해서 저 나무들이 끝나는 곳까지만 올라가면 정상이다~

사진 가운데 나무기둥에 "Mt San Jacinto Peak, Elevation 10,834 ft" 표지판이 붙어 있었는데, 불과 몇 주 전에 사라졌다고... 정상까지는 휴식시간 포함해서 정확히 4시간반이 소요되었다. (구글맵으로 정상부근 지도를 보시려면 클릭)

전체 왕복거리는 약 12마일이니까 19.3 km에 전체 소요시간은 8시간 33분, 무엇보다도 등반고도차가 약 1,350 m나 된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상세기록과 그래프를 보실 수 있음)

처음 이 대표사진을 얼핏 보시고, 혹시 다른 일행과 함께 등산을 한 것으로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정상에서 만난 다른 솔로하이커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 뿐이다.^^

오전 10시의 이른 시간이라서, 지금 정상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위기주부처럼 새벽같이 출발했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빠른 산악인들이었다. 오른쪽에 앉아 있는 커플을 빼고는 모두 혼자 올라왔지만, 정상에서의 분위기는 거의 산악회 정기미팅 수준이었다.

정상에서 조금 비켜나서 핸드폰으로 360도 동영상을 찍은 것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존뮤어는 여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아래와 같이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장관(sublime spectacle)'이라고 불렀다 한다.

"The view from San Jacinto is the most sublime spectacle to be found anywhere on this earth!"

오래간만에 정상에서 셀카를 찍어서 실시간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도 올려봤다. (셀카 사진을 그냥 블로그에 포스팅하려니 너무 얼굴이 크게 나와서, 페이스북 화면을 캡쳐해서 올리는 것임^^)

서쪽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오렌지카운티와 LA가 멀리 위치해서 그런지, 티 없는 파란 하늘 아래로 스모그가 심하게 깔려있다... 아마 백년전에 존뮤어가 여기 올랐을 때는 이런 스모그는 없었을거다~

동쪽 아래로는 팜스프링스(Palm Springs) 시내가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데, 저 바닥의 해발고도는 200 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팜스프링스에서 트램을 타지 않고 바닥에서부터 여기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오는 '선인장에서 구름까지' 캑터스투클라우드(Cactus to Clouds, C2C) 트레일이라고 있는데, 편도 26 km를 걸으면서 등반고도가 3,100 m나 되는 한마디로 무지막지한 등산코스이다!

북쪽을 바라보면 10번 고속도로가 동서로 지나가는 것이 보이고, 그 너머로 샌버나디노 산맥(San Bernardino Mountains)이 펼쳐진다. 사진 왼쪽에 정상부가 허연 높은 산이 눈에 띄는데, 남부 캘리포니아(Southern California, SoCal) 즉 남가주에서 제일 높은 산인 해발 3,506 m의 샌고르고니오(San Gorgonio)로 수목한계선보다 높은 정상 부근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아서 회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드그레이백(Old Greyback)'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제 너만 남았다..." LA지역에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올라봐야 한다는 6개의 봉우리 '식스팩오브피크(Six-Pack of Peaks)'의 다섯번째로 정복한, 남가주에서 두번째로 높은 샌하신토 정상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샌고르고니오를 바라본다~ 비비안크릭에서 출발하는 경우에 왕복거리 27.8 km에 등반고도가 1,780 m나 되므로, 솔직히 현재로서는 당일산행으로 무사히 다녀올 자신이 아직 없다. 그렇다고 1박2일 백패킹을 하자니 무거운 야영배낭을 다시 메는 것도 두렵고...

마지막으로 이 등산이 왜 '국립공원 여행기'에 있는지 혹시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봐 알려드리면, 앞서 다른 지도로 보여드린 주립공원이 위에 회색 테두리로 표시된 것을 비롯해서, 위와 같은 영역이 모두 USFS와 BLM이 관리하는 산타로사&샌하신토 산맥 준국립공원(Santa Rosa and San Jacinto Mountains National Monument)으로 2000년에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내셔널모뉴먼트에서 샌하신토피크 외에 유명한 곳으로는 지도에 표시된 타퀴츠캐년(Tahquitz Caynon)과 인디언캐년(Indian Canyon), 그리고 락콘서트로 유명한 이름인 코첼라밸리(Coachella Valley)에 있는 비지터센터와 거기서 산맥을 넘어가는 74번 도로 '소나무에서 야자수까지' Pines to Palms Hwy 드라이브 정도인데, 집에서 2시간반 이상 걸리는 곳이라서 모두 아직 가보지를 못했지만, 언젠가는 이 카테고리에 하나둘 추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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