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미국의 서부개척과 인디언들의 한 맺힌 역사가 있는 아칸소 주의 포트스미스(Fort Smith) 국가유적지

위기주부 2021. 12. 2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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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50개 주들 중에서 남부 시골에 아칸소(Arkansas) 주가 있다는 것을 위기주부가 처음 알게 된 것은 1992년에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에 당선된 빌 클린턴(Bill Clinton) 때문이다. 그는 아칸소 주에서 태어나서 결손가정에서 소년시절을 보냈지만, 1978년에 불과 32세의 나이로 미국 역사상 최연소 주지사가 되었고, 1993년 1월에 사상 3번째로 젊은 46세에 미국의 대통령에 취임했다. 자동차로 대륙횡단을 하지 않고서는 미국에서 평생을 살아도 왠만해서는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그 아칸소 주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인터스테이트 40번을 타고 2시간반 정도 동쪽으로 달리다가, 주경계를 만나기 직전에 64번 국도로 빠지니까 아칸소 주의 환영간판이 나왔다.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급하게 찍어서 화질이 좋지 않은데, 주 이름 바로 밑에는 "The Natural State"라고 작게 적혀 있다. 환영간판은 여기 서있지만 실제로는 미시시피 강의 지류인 아칸소 강(Arkansas River)을 건너는 멀리 보이는 다리를 넘으면 나오는 도시인 포트스미스(Fort Smith)부터 아칸소 주가 시작된다.

강을 건너 바로 오른쪽 강가에 대륙횡단 3일차의 마지막 목적지인 포트스미스 국가유적지(Fort Smith National Historic Site)가 있다. 역사상 최대의 부동산 거래의 하나인 1803년 루이지애나 매입(Louisiana Purchase)으로 미시시피 강의 서쪽이 미국땅이 된 후에, 백인 서부개척자(Western Frontier)들의 보호와 원주민들간의 분쟁 해결을 위해 1817년에 최초로 미군이 주둔하는 요새(fort)가 여기 아칸소 강가에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836년에 아칸소가 미국의 25번째 주가 된 후에, 강 건너 서쪽 인디언 영토(Indian Territory)의 원주민들이 혹시 도시를 침략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사진 왼편의 막사(Barracks) 등을 지어서 튼튼한 요새를 다시 만들었다. 그 후 남북전쟁이 끝난 다음인 1871년에 군부대는 철수하고, 오른편 건물이 추가되어 연방법원(Federal Court)으로 1896년까지 사용되어서 약 80년의 격동의 역사가 남아있는 장소이다. 내부를 구경하려고 현관쪽으로 갔더니, 입구는 건물 왼쪽이라고 해서 급히 가봤는데...

나무그늘 아래로 보이는 건물 옆쪽의 비지터센터 입구의 철문을 잠그고 나오는 공원직원과 마주쳤다~ 시계를 보니까 4:50분... 아직 10분쯤 남은 것 아니냐고 하니까, 일찍 왔어도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건물 내부는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바깥만 마음껏 둘러보고 가라고 공원브로셔 하나만 쥐어주고는 칼퇴근을 하셨다.^^ 당시 예습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하나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바로 뒤쪽에 왠지 서늘한 기운을 뿜으며 눈길을 확 끄는 곳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얀색으로 깨끗하게 만들어진 교수대(Gallows)로, 1873년부터 1896년까지 24년간 86명이 여기서 교수형에 처해졌는데, 그 범죄자들의 이름이 안내판 아래에 순서대로 빼곡히 적혀있다. 단, 법원이 문을 닫은 후에 교수대가 바로 철거되었기 때문에, 지금 보이는 것은 옛날 사진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안내판 속의 인물은 "Prince of Hangman"으로 불리며 저 무대 위에서 올가미를 죄수 목에 걸고 절반 이상의 교수형을 직접 진행했던 사형집행인(hangman)인 George Maledon이다.

누군가가 몰래 찍었던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교수형 집행 당시의 스케치와 설명이 옆 안내판에 있었다. (클릭해서 확대하면 읽으실 수 있음) 우측 위 사진의 Issac C. Parker는 이 법원의 판사로 21년간 재직하면서 160번의 사형선고를 내려서 "교수형 판사(The Hanging Judge)"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그 중 79명만 실제로 처형되었으며, 당시 살인과 강간 등의 강력범죄 344건의 절반 미만만 사형선고를 했던, 오히려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I do not desire to hang you men. It is the law."

이제 강가쪽으로 좀 더 과거의 역사를 찾아서 거슬러 올라가보자. 안내판 제일 아래쪽에 보면 트레일오브티어스(Trail of Tears), 즉 번역하자면 '눈물의 길' 또는 '눈물의 여정'이라고 씌여있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슬픈 역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 전에 녹슨 화물열차가 서있는 철길을 배경으로 꼭 인물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셔서 잠시 모델을 해야했다.^^

여기 안내판은 백인들의 미서부 개척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고 눈물의 길 전망대까지는 조금 더 가야 하지만, 빨리 차로 돌아가서 숙소를 예약한 곳까지 또 달려야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둘러보기로 했다. 미국의 20달러 지폐 속 인물인 제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의 주도로 1830년에 통과된 <인디언 추방법(Indian Removal Act)>으로 미시시피 강 동쪽의 고향을 잃고 쫓겨난 원주민들이 저 너머 지금의 오클라호마 땅으로 강제 이주를 해야만 했는데, 아래의 지도를 보면서 그들의 눈물의 여정을 살펴보자.

지도에 다섯 색깔로 그려진 경로를 따라서 표시된 각각의 부족이 1830~50년 사이에 강제로 지금의 오클라호마 주인 Indian Territory로 추방되었는데, 도합 약 6만명의 인디언이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수가 길 위에서 죽었다. 특히 지금의 조지아(Georgia) 주의 북쪽에 모여살던 체로키(Cherokee) 족은 1938년 겨울에 약 1만3천명이 북쪽 육로로 이동을 하면서 혹독한 추위와 기근, 질병으로 약 4천명이나 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시 인디언들이 눈물을 흘리며 걸었던 길들은 현재 Trail Of Tears National Historic Trail로 지정되어서 국립공원청에서 별도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여기 미국남부 아칸소 주의 포트스미스 강가에서 위기주부는 처음으로 그들의 한 맺힌 역사를 가까이 접한 것이라서 자세히 소개를 해봤다.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국가유적지(National Historic Site)는 2021년 현재 74곳이 있는데, 여기는 그 중 위기주부가 7번째로 방문한 NHS인 셈이다. 동부로 갈수록 이런 미국의 역사 유적지는 점점 갈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고, 덩달아 포스팅을 쓰기 위해서 역사공부를 해야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잔디밭 너머로 왠지 범선의 돛대같은 높은 기둥에 성조기가 걸려있고, 그 아래에 돌로 만든 2층 건물은 1838년에 만들어진 Commissary Building으로 1846~48년의 미국-멕시코 전쟁에서 중요한 보급창고 역할을 했던, 이 공원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지금은 비지터센터로 사용되는 처음 소개했던 막사-법원 건물의 지하는 한동안 교도소(Jail)로 사용되었는데, 좁은 철창 안에 최대 50명까지 한 번에 감금하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서 "Hell-on-the-Border"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사모님이 안 보여서 어디 가셨나 했더니...

그 '국경의 지옥'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을 태웠던 법원의 죄수호송용 마차를 직접 끌고 계셨다~^^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빠질 수 없는 커플셀카 한 장 찍고는 서둘러 다시 차에 올랐다. 예약해놓은 숙소까지는 2시간반이나 더 달려야 했기 때문에, 도시 남쪽에 월마트(Walmart)에서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던게 신기한 경험이었다.

길은 오치타 국유림(Ouachita National Forest)을 관통해야 해서, 2번의 대륙횡단을 하면서 유일하게 완전히 깜깜한 산길을 운전해야 했던 날이다. 단풍으로 유명하다는 미국남부 이 숲의 이름은 부근에 살았던 원주민인 워시타(Ouachita) 부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대륙횡단 3일째였던 이 날 9시간45분 동안에 596마일(960 km)을 달려서 최장기록을 세웠고, 3일을 연달아 밤까지 운전을 해서 합계 2,630 km를 이동해 전체 횡단거리의 60% 이상을 벌써 달렸기 때문에, 다음 날은 늦잠도 자고 오전에는 온천도 하면서 좀 쉬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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