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과 공연장

버지니아 덜레스 국제공항 아래에 있는 미국 국립항공우주박물관 별관 Steven F. Udvar-Hazy Center

위기주부 2022. 1. 8. 01:36
반응형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이사를 왔으니 새해일출은 바다에서 뜨는 것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워싱턴DC는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가 아닌데다, 그 동쪽에 커다란 델마바 반도(Delmarva Peninsula)가 있어서 대서양에서 뜨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동쪽이나 남쪽으로 3시간 이상을 달려야 했고, 일기예보가 2022년 새해 첫날의 날씨도 흐리다고 해서 포기했다. 여기서 '알쓸미잡(알아두면 쓸데없는 미국관련 잡학사전)' 하나... '델마바(Delmarva)'라는 이름은 그 반도에 있는 3개의 주인 Delaware, Maryland, 그리고 Virginia를 합성해서 만든 공식적인 이름이라고 한다.

대신에 지난 2019년2021년처럼 1월 1일부터 아울렛을 갈까했으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우리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스티븐 F 우드바하지 센터(Steven F. Udvar-Hazy Center)라는 곳으로, 왼쪽 간판의 장소명 위에 음영으로 스미소니언 재단 국립항공우주박물관(Smithsonian Institution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이라고 되어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기는 워싱턴DC의 내셔널몰에 있는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이 아니고, 버지니아 덜레스 국제공항 아래에 2003년에 문을 연 별관(annex)이다. 헝가리 이민자로 상용 여객기 임대업을 해서 억만장자가 된 Steven F. Udvar-Házy가 스미소니언 재단에 6천5백만불을 기부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시장에 그의 이름을 붙였단다. (2011년에 봄방학 때 워싱턴/나이아가라/뉴욕 여행에서 방문했던 내셔널몰의 항공우주박물관 본관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당연히 전시장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비는 15불이 있고, 아이맥스(IMAX) 극장은 별도의 관람료를 내고 표를 사야 한다. 현재 30분 내외 길이의 4편의 우주와 비행 관련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우리는 우주왕복선의 이야기를 다룬 <The Dream is Alive>를 먼저 보고 또 마지막에 볼 다른 영화도 예매를 했다. 무슨 영화를 또 봤는지와 주차비 관련해서는 이 포스팅 마지막에 다시 자세히 알려드린다.

아이맥스 영화를 보고 나와서 계속 걸어가면 이렇게 폭이 약 80 m에 좌우로 길이가 300 m가 넘는 거대한 주격납고(main hangar)가 나온다.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가 3시간 이상을 구경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모두 소개하려면 두 편으로 나누어도 부족할 것 같고, 그렇다고 이 비행기 저 비행기 사진들만 설명없이 주루룩 올리는 것은 위기주부의 스타일도 아니고 해서...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들만 '간단한' 설명과 함께 보여드리면서 그냥 한 편으로 끝내기로 했다.

전시장의 중앙에 널찍이 자리를 잡고 있는 이 독특한 까만 비행기는 "블랙버드(Blackbird)"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Lockheed SR-71 고고도 정찰기로, 적국의 하늘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가 격추 미사일이 날라오면 더 빨리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미사일이 못 따라온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2015년에 아리조나 투산의 피마항공우주박물관(Pima Air & Space Museum)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그 때는 밑에서만 올려다봐서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없었는데, 여기는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정말 '사진빨'이 제대로 나오는 매혹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주격납고와는 별도로 만들어진 James S. McDonnell Space Hangar에는 정면에 보이는 우주왕복선을 포함해서 우주와 관련된 전시물들이 따로 모여있다. 그런데 연결된 입구의 왼쪽으로 금색 육각형 모양이 있는 걸개그림이 보인다.

바로 지난 크리스마스에 마침내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의 순금 반사경 모습을 실물 크기로 보여주면서, 아래에는 간단한 설명판과 함께 영상을 틀어주고 있었다. 모형도 아닌 단순한 그림일 뿐이지만, 지난 30년의 노력끝에 이제 막 우주로 날라가고 있는 12조원짜리 차세대 우주망원경을 직접 본 듯한 감동이었다.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Space Shuttle Discovery)는 1984년부터 2011년까지 39번이나 우주로 발사되어서, 현재 남아있는 3대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비행횟수가 많은 우주왕복선으로 1990년에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궤도에 올려놓기도 했다. 나머지 2대의 우주왕복선은 아틀란티스(Atlantis)와 엔데버(Endeavour)인데,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아틀란티스는 우리가 2013년 봄에 방문했을 때는 전시관이 오픈하지 않아 직접 보지는 못했고, LA의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에 전시된 엔데버는 여기를 클릭하시면 전시된 모습과 함께 전시되기까지의 과정도 보실 수 있다.

전시장 바닥에는 다양한 항공과 우주 관련된 그림들로 거리두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 뒤로 여러가지 로켓들의 모형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우주개발 역사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로켓이 안 보인다고 했더니...

달탐사에 사용되었던 새턴 5호 로켓(Saturn V Rocket)의 모형은 이렇게 따로 전시가 되어 있었다. 역시 2013년에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직접 봤던 이 거대한 로켓 실물의 모습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서 감동의 여행기를 보시면 된다.

옛날 살던 동네의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JPL) 로고가 박힌 화성 착륙선 패스파인더(Pathfinder)와, 바퀴 6개가 달린 탐사선 소저너(Sojourner)가 1997년에 최초로 화성에 착륙한 직후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모형도 볼 수가 있었다.

이외에도 허공에 매달린 많은 인공위성을 비롯해, 실제 우주에 다녀온 거미와 많은 물건들, 옛날 로켓의 실물 등등과 우주와 관련된 모형과 장난감까지 아주 다양한 전시가 있는 스페이스행거(Space Hangar)였다.

그 옆으로는 별도의 건물인 Mary Baker Engen Restoration Hangar가 있어서, 오래된 여러 비행기의 복원작업을 하는 모습을 평일에는 직접 볼 수가 있다고 한다.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은 워싱턴DC의 본관과 여기 버지니아 별관 이외에도, 메릴랜드 실버힐(Silver Hill)이라는 곳에 또 저장소를 가지고 있다 한다. 다시 연결통로를 따라 주격납고로 돌아가서 다른 유명한 전시물을 찾아가보자~

2차 세계대전부터 한국전쟁까지 미공군의 주력 전략폭격기였던 Boeing B-29 Superfortress는 4천대 가까이 생산이 되어서, 전세계 항공박물관 어디에 가나 한 대쯤은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비행기이다. 하지만 여기 전시된 B-29가 특별히 유명한 이유는... 이 비행기가 바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바로 그 기체인 에놀라게이(Enola Gay)이기 때문이다! 이 폭격기의 조종사였던 Paul Tibbets가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따서 지은 Enola Gay가 반대편에 선명하게 씌여있었는데 깜박하고 사진을 찍지 않았다.

주격납고 남쪽 멀리 퇴역한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Concorde)가 보이는데, 에어프랑스에서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콩코드는 총 20대가 생산되어서 대부분 프랑스와 영국에 전시되어 있지만, 미국에 3대가 있어서 뉴욕과 시애틀에서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 한 대가 우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어서 깜짝...^^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콩코드 가까이 가보자~

2003년에 퇴역하지 않고 지금까지 운항이 되었다고 해도, 일반인들은 타기 어려운 비싼 티켓값의 초음속 여객기라서 실물 아래에 서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시 여러 회사가 초음속 여객기 상용화를 위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대형 항공사들이 2030년대를 목표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므로, 우리 부부는 몰라도 딸은 나중에 초음속 여객기를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남쪽 끝에 매달려 있는 꼬리날개가 두 개인 저 비행기는 2005년에 67시간 동안 착륙하지 않고 논스톱으로 지구를 한바퀴 돈 세계기록을 가지고 있는 Virgin Atlantic GlobalFlyer 기체이다.

반대편 주격납고의 북쪽에는 '밀덕'이나 '항덕'이시라면 하루종일 구경해도 질리지 않을 만큼의 많은 비교적 최신의 군용 항공기들과 여러 전시물이 있다. 최신의 스텔스 전투기인 Lockheed Martin F-35 Lightning II의 모습도 가운데 보이는데, 개발 과정에서 최종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된 시제기라고 한다.

그냥 사진 구도가 잘 나온 것 같아서 한 장만 더 올리면, 날개를 접고 있는 미해군의 곡예비행팀인 블루앤젤스(Blue Angels)의 파란 F/A-18A와 해양경비대가 운용한 Sikorsky HH-52 Seaguard 헬기의 모습이다.

1차로 그 정도 둘러보고는 입구쪽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왔다. 거대한 전시센터의 모습과 그 주변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일부러 만들어 놓은 타워로 서쪽 바로 밑으로 격납고가 보이고,

북쪽으로 멀리 워싱턴DC의 관문인 버지니아 덜레스 국제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이 보인다. 국제공항의 활주로에서 여기 전시장의 격납고까지 유도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콩코드나 우주왕복선 같은 큰 동체를 쉽게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여기 공항 바로 아래에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별관을 만든 것이다.

빠질 수 없는 기념품 가게 잠깐 들러서 구경을 하고는, 점심 도시락을 먹기 위해서 주차장에 세워둔 차로 돌아갔다.

입구 정면의 좌우로는 각종 항공과 우주관련 기여자들과 단체의 이름이, 또 소액이라도 이 곳 건설을 위해서 기부한 사람들의 명단이 있는 금속판이 줄지어 있고, 그 끝에는 '어센트(Ascent)'라는 조각작품이 하늘로 솟아 있다. 피크닉에리어를 찾아 갔지만 비가 와서 의자가 다 젖어있었기 때문에 차 안에서 점심을 먹고는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와서 2차 관람을 시작했다.

1차에서는 올라가보지 않았던 높은 관람대가 있어서 거기서 보는 모습은 또 느낌이 색달랐다. 디스커버리 호의 바로 위에 매달려 있는 특이하게 생긴 위성은 TDRS(Tracking and Data Relay Satellite)로 우주왕복선과 지상의 교신을 담당했다고 하며, 화물칸에 설치되어 있던 로봇팔인 캐나담(Canadarm)은 꺼내져서 오른편 노란색 거치대에 전시되어 있다.

뒤로 돌아보면 멀리 들어온 입구가 보이고, 발아래에는 블랙버드의 거대한 모습이 보인다. 우주복같은 조종복을 입고 좌우에 커다란 로켓엔진을 단 비행기를 타고 마하3.2의 속도로 적국의 하늘을 날아가는 느낌은 어땠을까?

3층 관람대를 따라 걸으며 에놀라게이의 전체 모습도 한 번 찍어봤는데, 그 아래쪽에 빨간 원이 그려진 비행기들은 2차대전 당시의 일본군 전투기들이다.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폭격기 아래에 일본 전투기들이라... 스미소니언에서 일부러 이렇게 배치를 한 것인지가 궁금하다.

정면에서 광각으로 내려보고 찍은 콩코드는 완전히 무슨 미사일같이 보였는데, 새로 개발되고 있는 초음속 여객기들도 마하2 이상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은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블랙버드, 디스커버리, 에놀라게이, 콩코드 등의 이 곳을 대표하는 비행기와 우주선을 다시 봤지만, 우리 가족의 가장 많은 귀여움을 받은 비행기는...

스카이베이비(Sky Baby)라는 이름의 이 복엽기로 Ray Stits가 1952년에 자신의 집에서 만들었는데, 198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비행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이렇게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별관인 Steven F. Udvar-Hazy Center 구경을 모두 마치고 다시 아이맥스 극장으로 향했다.

여기서 관람한 두번째 영화는 현재 일반극장에서도 상영중인 <스파이더맨: No Way Home>이었다. 국립 박물관 내의 아이맥스 극장에서 상업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이 참 의외였는데, 가격도 조금 저렴했던 것 같다. 문제는 전시장이 완전히 문을 닫은 후에 영화가 끝났는데, 그 때는 주차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모르고, 미리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주차비 15불을 결제한 것이었다. 출구 게이트가 그냥 열려있는 것을 보고 상당히 아까웠지만, 그냥 입장료도 없이 눈호강을 했으니 가족 3명이 각각 5불씩 박물관에 기부를 한 셈 치기로 했다. 참, 판데믹 이후에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이 영화의 주제는 한마디로 '어른 말씀을 들어라'라고 생각된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