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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 리치먼드(Richmond)에 있는 작지만 오래된 역사를 가진 버지니아 주청사(Virginia State Capitol)

위기주부 2022. 12. 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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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사와서 처음 14년을 살았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떠나기 1년전에야 겨우 주도인 새크라멘토를 방문해서 주청사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당시 코로나 때문에 내부투어는 불가해서 외관만 슬쩍 구경을 했었다.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러나 작년에 이사를 온 여기 동부 버지니아의 주청사는, 1년도 되지않은 지난 9월의 남부 1박2일 여행의 마지막에 주도인 리치먼드(Richmond)를 지나며 잠깐 방문해서 내부까지 둘러보았다. 뭐, 특별히 캘리포니아보다 버지니아 주정부를 좋아한다거나 주행정에 더 관심이 있어서 그리 된 것은 아니고, 그냥 집에서 2시간 거리로 가까운 위치에 주도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데로 시내 한가운데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일방통행 도로를 조금 더 운전하니까, 정면에 커다란 동상이 보이는 곳이 주청사라서 길가에 주차를 했는데, 종탑이 세워진 도로변의 건물은 세인트폴 교회(St Paul's Episcopal Church)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캐피톨스퀘어(Capitol Square)의 첫번째 기념물로 1858년에 만들어졌다는 워싱턴 기마상을 비롯해서 주청사 건물도 보수중인지 가림막으로 많이 가려져 있었다. 뒤로 보이는 멋진 고딕 양식의 건물은 옛시청(Old City Hall)인데 역시 리모델링 중이었다.

광장 뒷마당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동상은 남북전쟁 당시에 최고의 기병대 지휘관으로 평가받는 남군의 토머스 "스톤월" 잭슨(Thomas "Stonewall" Jackson)이다. 이 사람이 '돌담 장군'으로 불리게 된 연유는 여기를 클릭해서 올해 초에 집 근처 전쟁터 한 곳을 방문했던 후기를 보시면 된다.

버지니아 민권운동 기념물(Virginia Civil Rights Memorial)은 2008년에 건립되었는데, 이러한 1960년대 공민권 운동과 관련된 기념물들은 당연히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남부의 주들에 많이 있다고 한다.

광장 바로 옆으로 1813년부터 지금까지 200년 넘게 계속 사용되고 있어서, 미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주지사 관저라고 하는 이그제큐티브 맨션(Executive Mansion)이 자리잡고 있다. 즉, 작년에 선거로 당선이 되었던 공화당의 글렌 영킨(Glenn Youngkin) 버지니아 주지사 가족도 공식적으로 저 집에 살고있다는 뜻이다.

그 옆으로 언덕의 내리막길을 따라 만들어진 이 노란 건물은 주정부가 사용하는 사무실들이 입주한 건물이고, 여기서 뒤를 돌아서 내려온 언덕을 돌아보면 이것과 모양이 별반 다르지 않은...

하얀색의 버지니아 주청사(Virginia State Capitol)가 철망과 까만 가림막 너머로 보였다. 제2대 주지사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1780년에 주도(state capital)를 윌리엄스버그에서 리치몬드로 옮기고, 그가 프랑스 대사로 가있는 동안에 직접 설계해서 보내온 도면에 따라 1785년에 공사가 시작된 이 건물은 신대륙에 지어진 최초의 로마 신전(Roman temple) 스타일의 건축물이라고 한다.

정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철망으로 막아놓아서 여름 동안 자란 잡초가 무성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서 광장을 빙 돌아 왔는데, 언덕 아래에 입구가 있는 지하의 비지터센터도 폐쇄된 상태였고, 맨 처음 주차하고 걸어왔던 쪽의 옆문이 당시 유일한 출입구였다.

마주보고 있는 언덕 아래로는 바로 도로가 가로지르고 다른 건물들이 빼곡했는데, 정면에 보이는 것은 연방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이라 적혀 있다.

한바퀴를 완전히 돌아서 다시 언덕을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처음 소개했던 워싱턴 기마상의 하단부가 정면에 보이는데, 기단을 돌아가며 미국독립에 기여한 버지니아 출신 6명의 인물상이 만들어져 있다. 그 중 정면에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이 미국의 독립을 논의한 1775년의 버지니아 식민지 회의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고 포효했던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로 이듬해 초대 버지니아 주지사에 선출된다.

내부를 구경하러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Votes for Women" 깃발을 든 사람을 포함해 11명 여성의 동상이 모여있는 2019년에 만들어진 버지니아 여성 기념물(Virginia Women's Monument)을 구경했다. 400여년 전 제임스타운 시절부터 1920년에 미국 수정헌법 제19조의 통과로 여성 참정권(Women's suffrage)이 보장되기까지, 시대를 초월한 여러 여성운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것이다.

아담한 실내로 들어가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무엇보다 이 체크무늬 바닥이었다. 월요일 오후 4시가 좀 지난 시각이었는데, 입구 경비실에 두세명을 제외하고는 돌아다니는 동안에 다른 사람은 전혀 보지 못했다는...^^

홀 중앙에 세워진 조지 워싱턴의 대리석 조각은 당대 최고의 조각가였던 프랑스인 장-앙투안 우동(Jean-Antoine Houdon)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서 워싱턴을 만나고 돌아가 제작한 원본으로, 그를 가장 정확히 묘사한 조각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조각으로 본을 뜬 틀을 이용한 청동상과 석고상이 공식적으로만 30개 이상 제작되어서,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 런던과 페루 리마에서도 볼 수 있다는데,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 로툰다워싱턴 기념탑 내부에서 봤던 청동상이 모두 이 대리석상의 복제품이다.

동상 뒤쪽으로 입구가 보이던 Old House Chamber는 1788년부터 1904년까지 사용된 최초의 회의실로, 1861년에 이 방에서 버지니아의 미연방 탈퇴도 결정되었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책상 위에 놓여진 메이스(Mace)는 1930년대 영국에서 만들어 버지니아 주의회에 선물한 것으로, 옛날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지는 영국과 버지니아의 정치적 유대를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실제 1700년대 초부터 영국 국왕이 임명한 식민지 총독의 권위를 상징하는 비슷한 메이스가 전해져 왔는데, 독립혁명 후에 더 이상 의미가 없으니까 그냥 팔아버렸다고 함. 지금 그 물건은 어디 있을까?)

본관 좌우로 보이던 건물은 1906년에 추가로 증축되어서 현재 사용하는 상하원 회의실이 들어서 있다. 먼저 주하원 회의실인데 좌우 책상에 지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 때는 그냥 여기서 멀직히 한 번 바라보고 돌아섰고,

반대편 주상원 회의실은 잠긴 문까지 걸어가서 유리창 너머로 연단과 내부를 둘러봤다. 미국 연방이야 50개 주의 인구수 차이에 따른 문제 등으로 상원과 하원의 양원제를 하는 것이 이해되지만, 각각의 주들도 상원과 하원이 따로 있는게 그냥 멋있게 보여서 따라 하는건지? 아니면 다른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건지?

윗층의 사각형 발코니 벽에는 역대 주지사들의 초상화가 빙 돌아가며 걸려있고,

주지사실(Governor's Office)이 정문 위쪽으로 중앙에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작고 동그란 돔 형태의 지붕 가운데에 채광창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특이했다.

이렇게 현재 살고 있는 주의 스테이트하우스(statehouse) 구경을 후다닥 마치고 북쪽으로 2시간여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1박2일의 남부 버지니아 여행을 마쳤다. 갯수 정리하기 좋아하는 위기주부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 여기가 블로그에 소개된 미국의 6번째 주청사이다. (내부까지 들어가본 것으로는 뉴멕시코 산타페(Santa Fe)캔사스 토피카(Topeka)에 이어서 3번째) 그런데 집에서 차로 3~4시간 거리에 아직 직접 보지 못한 다른 주의 청사가 6개나 더 있고,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의 주도는 차로 그냥 지나갔던 경우도 많아서, 아마도 조만간에 그 중 몇 곳은 외관만이라도 블로그에 더 등장을 하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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