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바다와 해변

정말 겨울같지 않았던 캘리포니아 겨울바다, LA 국제공항 바로 옆의 플라야델레이(Playa Del Rey) 바닷가

위기주부 2011. 1. 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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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란 야자수 아래의 야외 샤워장에서 반팔 옷을 입고, 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있는 사람들... 캘리포니아 바닷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 사진을 찍은 날짜가 태평양 건너 비슷한 위도인 대한민국 부산에는 96년만의 겨울 강추위가 와서 기온이 -13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주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말 오후에 일몰이나 구경하려고 해질녁에 찾아온 이 바닷가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바로 옆에 있는 플라야델레이(Playa Del Rey)라는 곳이다. 방금 오른쪽으로 보이는 언덕 너머에 있는 LAX의 북쪽 활주로를 이륙한 비행기가 파란 '겨울하늘'로 날아 오르고 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Playa Del Rey'는 스페인어인데, 영어로는 "Beach of the King"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백사장위에 잘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따라 운동을 하고 있는 앤젤리노(Angelino)들의 모습


"뭐야~ 겨울바다에 해 지는 것 보러 왔더니만, 완전 여름이잖아~ 나는 수영복도 안가지고 왔는데..." 이런 표정이다.


북쪽으로 방파제가 보이는 곳은 LA 최대의 요트항구인 마리나델레이(Marina Del Rey)가 있는 곳이고, 그 너머로는 차례로 베니스비치(Venice Beach), 산타모니카(Santa Monica), 말리부(Malibu)로 해안선이 이어진다. 저 하늘에 떠 있는 타히티항공(Air Tahiti)의 점보기가 이 뜨거운 캘리포니아의 겨울바다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남쪽으로는 맨하탄(Manhattan), 헤모사(Hermosa), 레돈도(Redondo) 비치가 연속되면서 약 20km 정도 백사장이 이어지다가, 바다안개 너머로 보이는 팔로스버디스(Palos Verdes) 언덕에서 백사장이 끝나게 된다.


긴바지를 걷어 올리고 맨발로 백사장을 걷고 있는 지혜... 보다는 뒤로 보이는 커플에 더 눈이 가는 듯...^^


"나에게도 삽을 달란 말이야~"


이 동네 바닷가에 참 많이 와봤지만, 시멘트 비비는 삽으로 모래를 파는 소녀는 처음 봤다! 기저귀를 찬 동생도 플라스틱 장난감삽은 놔누고, 쇠로 만든 모종삽... 상당히 터프한 자매인듯~^^


LAX의 남쪽 활주로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이렇게 우리 머리 바로 위로 굉음을 내며 날아오른다. 여기 Playa Del Rey 바닷가의 단점은 이렇게 이륙하는 대형비행기들의 소음때문에 4~5분마다 대화가 끊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의 바닥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에게는 최적의 장소이다. 아래쪽에 흰것은 갈매기의 날개~


낮기온이 섭씨 27도, 화씨 80도까지 올라갔던 이 날, 캘리포니아의 바닷가는 더 이상 '겨울바다'가 아니었다.


만리장성을 만드는 중~


"삽질은 너무 힘들어~ 좀 쉬어야 겠다."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의 두 개의 활주로에서는 쉴 새 없이 비행기들이 이륙을 하는데, 정말 비행기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이 비행기는 유달리 앞쪽이 길어보이던 제트기의 모습이다.


석양의 해변의 여인...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들 같았는데, 나도 저 앞에 가서 모델을 찍으려다가... 참았다~^^


구름은 물론, 안개도 하나 없는 태평양의 수평선 위에 걸터앉은 태양


일몰의 마술인가... 순간 지혜만 남기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


서쪽으로 지는 해를 쫒아서 방금 이륙한 비행기가 천천히 남쪽으로 선회를 하고있다. 캘리포니아 바닷가에서 이런 바다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멋진 일몰을 보고 싶다면 겨울이 좋다. 여름에는 해가 북서쪽의 언덕 너머로 지는 곳이 많고, 또 바닷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조용한 감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달님의 차지~ 그 '밤의 주인'에게 부딪히지 않으려고, 살짝 옆으로 조심스럽게 날아 오른 비행기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북쪽 활주로의 대형 점보기들도 쉬지 않고 이륙을 계속 한다.


사진의 채도(saturation, chroma)를 약간 과장되게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봤을 때의 느낌을 전달하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색깔이다.


그래도 겨울이라고, 추운 겨울이라고... 해가 지고 나니 기온은 제법 빨리 내려갔다.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또 저녁거리를 구워먹기 위해, 백사장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화로에 불을 붙이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도 지난 여름에 오렌지카운티 헌팅턴비치(Huntington Beach)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모닥불을 피우며 놀았던 추억이 떠올랐다. 여기도 헌팅턴비치와 마찬가지로 화로는 겨울이나 여름이나 선착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바닷가 전체가 Dockweiler State Beach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백사장 바로 옆의 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차비 $8을 지불해야 한다. (언덕 위의 도로변에 자리가 있으면 밤 10시까지는 무료주차가 가능) 주차비 $8이 비싼 것 같아도 헌팅턴비치의 $15에 비하면 반값인데,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인 관리상태는 헌팅턴비치만큼 깨끗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내리는 땅거미를 뚫고, 꿋꿋하게 솟아있는 캘리포니아 겨울바다의 야자수들을 다시 보니, 바지까지 다 젖어서 샤워장에서 씻은 지혜를 업고는 저 언덕위까지 올라가서 우리 차가 있는 곳까지 업고간다고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무거워서 오래 못 업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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