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산과 계곡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살고있는 화이트마운틴의 에인션트 브리슬콘파인(Bristlecone Pine) 숲

위기주부 2012. 7. 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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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는 나무에 관한 3가지 세계신기록을 가지고 있다. 세쿼이아(Sequoia) 국립공원의 가장 덩치(부피)가 큰 나무, 레드우드(Redwood) 국립공원의 가장 키가 큰 나무, 그리고 이제 소개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살아있는 나무'이다.

론파인(Lone Pine)에서 북쪽으로 395번 국도를 달리면 인디펜던스(Independence)를 지나 빅파인(Big Pine)이라는 마을이 나온다. 거기서 동쪽으로 168번 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위와같은 표지판이 있다. 에인션트 브리슬콘파인 포레스트(Ancient Bristlecone Pine Forest)라니... 도대체 얼마나 오래되었기에 그냥 옛날(old)도 아니고, '고대의(ancient)' 숲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168번 도로로 우회전을 하자마자 겁나게 산을 올라간다~ 오래간만에 등장한 '백미러샷'인데,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는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아래 오웬스밸리(Owens Valley)가 황토색 모래바람에 덮여있다.

표지판을 따라 White Mountain Rd로 좌회전을 해서 계속 산을 오르면, 어느 순간 이렇게 넓은 초원이 나오는데 이 곳의 고도는... 놀라지 마시라~ 무려 해발 3천미터이다!

처음 사진의 삼거리에서부터 거리는 23마일, 고도는 1800미터를 올라와서 슐만그로브(Schulman Grove) 임시 안내소에 도착을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원래의 비지터센터가 2008년에 화재로 소실되어서 새로 짓고 있는데, 2012년 9/1일에 오픈을 위한 마무리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를 찾아갈 시간... 우리가 선택한 트레일은 4마일의 순환코스인 므두셀라(Methuselah) 트레일이었다. 'Methuselah(메츄셀라)'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노아의 방주'를 만든 Noah의 할아버지인데, 969년을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어서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사람의 수명이 969년일 수 없으므로, 96년을 잘못 기록한 것이라거나 969개월(=81년)일 것이라는 주장이 있음)

조금만 걸어가면 산비탈에서 자라고 있는 브리슬콘파인(Bristlecone Pine)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나무는 미국 남서부의 메마른 고산지대에서만 서식하는 잣나무의 일종인데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로 거의 5천년을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단다.

하지만, 이 채석장같은 산비탈을 보라~ 해발 3천미터의 건조하고 추운 날씨와 갈색의 흙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 북향 산비탈에 자라고 있는 식물은 이 나무들 말고는 거의 없었다. 비옥한 토양과 충분한 강수량이 있는 좋은 환경이 아니라,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뿌리를 내린 나무가 세상에서 가장 오래 생명을 이어간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irony)였다.

이 나무들이 햇살이 잘 안드는 북향 산비탈에 잘 자라는 이유는, 겨울에 내린 눈이 비교적 오래 남아있어서 메마른 여름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물이 부족한 위치에 자라게 되면, 이 나무처럼 뿌리가 물을 찾아서 땅위를 15m까지도 기어간다고 한다.

바위위에 뿌리를 내린 두 그루의 브리슬콘파인... 수백년이 지나면 이렇게 속살이 다 드러난다고 한다.

트레일 중간중간에는 이렇게 벤치가 있어서, 해발 3천미터의 겁나게 푸른 하늘 아래에서 쉴 수도 있었다.

또 트레일에는 사진처럼 번호가 새겨진 말뚝이 있어서, 셀프가이드 책자의 설명을 보면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3시간이 넘는 트레일이 지루하지가 않았다.

남쪽 사면으로 넘어오면 갑자기 이렇게 풍경이 바뀐다. 햇살이 잘 들고 건조하기 때문에, 사막기후에 자라는 덤불과 나무들이 많이 보이게 된다. 저 멀리 아래쪽으로는 하얗게 마른 소금호수도 내려다 보인다.

셀프가이드 14번에는 이렇게 씌여있다... Sculpted by the Elements - These trees, many of which are thousands of years old, have been sculpted by wind, ice and extreme exposure to the elements. Their contorted shapes seem to defy nature. Take the trail slowly and be sure to enjoy this natural sculpture garden.

다시 능선을 돌아 북쪽 사면이 나오면,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살아있는 므두셀라그로브(Methuselah Grove)에 발을 딛게 된다.

이 산비탈 어딘가에 1957년에 Dr. Edmund Schulman이 발견해서 Methuselah Tree라고 이름지은 나무가 살아있는데, Wikipedia에 따르면 정확한 나이는 현재 기준으로 4844년(!)이라고 한다. 기원전 2832년에 태어난 나무가 아직 살아있다는 뜻... 단군할아버지보다도 500살이나 많은 나무가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많은 수천년된 나무들 중에서 어느 나무가 Methuselah인지 표시를 해놓지 않았다는 거다~ OTL 보호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데... "이건 사기야, 사기!" ㅋㅋㅋ

저 산비탈 위에 있는 굵은 나무일까?

아니면, 그늘에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이 나무?

저 아래 쓰려져 죽은 나무는 아닐테고, 아직 뿌리를 내리고 살아있다고 했으니까... 그나저나, 정말 이런 땅에서 5천년 가까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있다는게 기적이다~

안내서에 따르면 지금 지혜가 만지고 있는 죽은 나무는 11000년 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워낙 극한조건에서 치밀한 나이테를 만들며 자랐기 때문에, 이렇게 1만년전의 나무가 썩지도 않고 보존될 수 있다고 한다.

다들 3~4천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들... 북향이라서 해도 빨리 떨어지고 나무귀신이라도 나올 것처럼 분위기는 점점 으스스해진다~^^

정말로 이 나무들은 밤이 되면 걸어다닐 것 같았다.

뭔가 호위를 받고 있는 듯한 이 나무가 혹시? 이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빨리 안내소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소도 희박한 해발 3천미터에서 3시간 넘게 걸었더니, 3명 모두 급격히 피곤해져 있었다. 삼삼삼...^^

사는게 힘들다고 생각이 되면, 여기 화이트마운틴(White Mountain)의 돌무더기에서 수천년동안 자라고 있는 Ancient Bristlecone Pine Forest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 벤치에서 쉴 때는 벌써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안내소로 돌아가 급하게 차를 몰고 산을 내려가서 비숍(Bishop)에서 피자로 저녁을 먹고는, 다시 395번 국도를 더 북쪽으로 달려 예약해놓은 맘모스레이크(Mammoth Lakes)의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밤 9시였기 때문에, 캠핑역사 4년만에 처음으로 헤드랜턴을 쓰고 텐트를 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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