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의 여행지들/루트66

당나귀들이 돌아다니는 루트66의 명소, 살아있는 서부시대 고스트타운인 애리조나주 오트맨(Oatman)

위기주부 2013. 2. 2.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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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서부시대 마을은 아마도 LA에서 라스베가스 가는 길에 있는 '은광촌' 칼리코(Calico)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아직 못 가봤음) 칼리코는 투어관광버스들이 꼭 들르는 곳으로 마을 입장료까지 받는 관광지라면, 이제 소개하는 곳은 정말로 백여년전의 서부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살아있는' 고스트타운(Ghost Town)이었다.

추수감사절 3박4일 여행의 마지막 날, 세도나의 붉은 계곡에 아침 햇살이 다 들기도 전에 서둘러 출발했다. 여기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의 집까지는 딱 500마일, 약 800km 정도나 되기 때문이다.

약 3시간 후, 우리는 40번 프리웨이를 타고 킹맨(Kingman)을 지나자마자 Oatman Rd라는 표지판을 보고 빠졌다. 이 길은 루트66(Route 66)의 옛날 도로로 저 멀리 보이는 산맥을 넘어가는데, 네비게이션에는 이 도로가 안내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표지판을 보고 잘 찾아가야 한단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급경사의 꼬불꼬불한 고갯길이 시작되는 곳에 쿨스프링스(Cool Springs)라는 휴게소가 하나 자리잡고 있다.

오른쪽의 오래된 주유기에서 알 수 있듯이 1950년대까지는 아주 붐비는 주유소이자 캐빈이었는데, 위아래로 다른 직선 도로들이 개통이 되면서 장사가 안되어 1966년 이후로 완전히 버려졌다가, 한 개인의 노력으로 2004년에 이렇게 기념품가게 겸 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자칭 루트66 매니아의 한사람으로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시간여유가 없었던 관계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80년대 한국의 시골 도로같았던 고갯길을 다 올라오니 Sitgreaves Pass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제 저 너머로는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의 경계가 되는 콜로라도 강이 멋지게 보이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언덕 바로 아래에 있는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내려다 봤는데,

무수한 십자가들과 그 아래에는 버려진 광산, 그리고 끝도 없는 황무지... 우리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곳이 '유령마을' 고스트타운(ghost town)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렇게 찾아온 마을이 여기 오트맨(Oatman)인데, 쇠락한 건물들과는 달리 자동차들도 많고 뭔가 첫인상이 묘했다. 주차된 흰색 자동차 위로 낡은 66번 도로 표지판이 보이고, 그 아래에 마을의 소개가 있었다. "1906년에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인 오트맨은 1931년까지 50톤이 넘는 금(gold)을 인근 광산에서 채굴했다. 그러나 1930년대 중반부터 생산량이 급감하여서 1942년에 마지막 광산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천천히 지나가는 우리 자동차를 가로막는 저 동물은 뭔가? 일단 저 끝까지 간 다음에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 초기의 채광꾼들이 당나귀를 데리고 여기에 왔다. 당나귀들은 광산 안에서는 바위과 광석을 옮기는데, 밖에서는 물과 보급품을 운반하는데 사용되었다. 광산이 모두 문을 닫고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필요 없어진 당나귀들을 모두 풀어주었는데, 지금 이 마을의 당나귀들은 그 때부터 야생화된 당나귀들의 후손이다." 저 녀석들은 당나귀(donkey)들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하는 종으로, 미서부에서는 '뷰로(burro)'라고 부른다고 한다.

당나귀 먹이를 마을의 가게에서 1불주고 사서 이렇게 들고 있으면 사방에서 뷰로들이 마구 몰려들었다...^^

처음에 약간 무서워하던 지혜가 당나귀 먹이를 주고있는 모습인데, 저렇게 집어서 주면 손가락을 물릴 수 있어서 위험하고, 그냥 손바닥을 쫙 펴서 그 위에 올려놓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마에 'STOP' 표지판이 붙어있길래 처음에는 자동차들 보고 스톱하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옆에 "DO NOT FEED ME ANYTHING"이라고 되어 있어서, 이런 새끼들한테는 먹이를 주면 안된다는 뜻이었다. 자기 이마에 'STOP' 표지판이 붙어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미와 함께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는 이 새끼 당나귀가 참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문제는 먹이를 다 줬는데도 이렇게 계속 아이들을 따라다닌다는 것... "봐! 빈 손이야~ 이제 더 없어. 그러니까 그만 따라다녀~"

당나귀들에게 쫓겨서 마을 중심의 레스토랑까지 왔는데, 이 마을의 이름은 저 레스토랑 간판에 등장하는 올리브오트맨(Olive Oatman)이라는 여성에게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올리브는 1800년대 중반에 서부로 이주한 몰몬교 대가족의 딸이었는데, 인디언에게 붙잡혀서 5년간 인디언들과 함께 생활을 하다가 1857년에 이 마을 부근에서 다시 백인들에게 돌려보내졌다고 한다.

레스토랑의 맞은편에는 1902년에 세워졌다는 2층 건물의 오트맨 호텔이 지금도 110년전 모습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호텔로 들어가려는데 입구 왼쪽에서 무슨 일이 있나보다...

꼬마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벽에 붙어서는 서부의 총잡이를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꼬마에게 자신은 나쁜 악당이 아니라고 설명을 열심히 해주는 것 같았던 이 아저씨는... 좀 있다가는 무법자 윌리를 도와서 호텔 옆의 은행을 털었다. "악당 맞네..." ㅋㅋㅋ

이 호텔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게이블(Clark Gable)이 역시 당시의 최고인기 여배우였다는 캐롤롬바드(Carole Lombard)와 1939년에 결혼해서 허니문을 보낸 곳이란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굳이 비유를 하자면... 장동건과 고소영이 결혼을 해서 강원도 태백시의 허름한 2층 여관으로 신혼여행을 왔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1930년대 '브란젤리나 커플'이 허니문을 보낸 2층은 박물관으로 개조를 하고 있어서 올라가 볼 수는 없었지만, 1층의 4~5개의 객실은 아직도 손님을 받는다고 하는데, 밤이 되면... 'Oatie the Ghost'라는 유령까지 나온다고 한다. (Yelp에 보면 유령 목격담이 있음) 유명 영화배우가 신혼여행을 왔고, 유령까지 등장하는 이 호텔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는데, 로비 오른쪽에서 연결되는 바와 레스토랑이다.

"호텔의 바가 왜 이 모양이야? 저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들은 다 뭐지?"

전부 돈이다... (99.9%는 1달러짜리기는 하지만) 진짜 돈이다... 바의 모든 벽면과 이렇게 천정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이 전부 진짜 지폐였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바에서 연결된 넓은 레스토랑과 그 뒤의 무대까지 모든 기둥과 벽면이 돈으로 덮여져 있다. (레스토랑 천정은 높아서 돈을 못 붙였나봄) 불과 몇십년 전부터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돈에다가 자기 이름을 써서 붙이기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손 닿는 곳에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누군가가 여기 붙어있는 지폐가 9만장 정도는 될거라고 써놓았던데, 그러면 대강 1억원 정도 되는 셈이다.

정말 자기 돈 하나도 안들이고 '돈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이 모습을 보시고, 자기 가게에 천원짜리 여러 장 낙서해서 붙이시는 분이 혹시 계시지 않을까 추측되는데... 행운을 빕니다~)

물론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1달러짜리 두 장 꺼내서, 지혜와 준호가 이름을 써서 붙이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호텔밖에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중에 다시 와서 붙이기로 하고 밖으로 급하게 나가 보았는데,

맙소사! 악명높은 서부의 총잡이 '무법자 윌리(Outlaw Willie)'가 마을에 나타난 것이었따~ 뚜비컨띠뉴(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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