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키웨스트

"고양이를 부탁해~" 플로리다 키웨스트, 헤밍웨이의 집(The Ernest Hemingway Home & Museum)

위기주부 2013. 5. 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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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키웨스트(Key West)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를 꼽으라면, 이 곳이 반드시 포함된다. 문학과 담을 쌓은 분이라도 '헤밍웨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만큼, 유명한 사람이 살았던 집이라니 일단 "한 번 가볼까?"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어른 입장료 $13의 압박이 만만치가 않은 곳이다... 그렇다고 헤밍웨이가 태어나서 평생을 자란 곳도 아니고, 여기저기 옮겨다녔던 헤밍웨이가 1930년대에 잠깐 살았던 곳이라는데 말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보통 '헤밍웨이 하우스(Hemingway House)'라고 많이 부르지만, 정식명칭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홈(The Ernest Hemingway Home & Museum)'이었다. 두번째 부인인 폴린(Pauline)과 사이에서 난 두 아들을 키우며 살았던 집이라서 아마도 '홈(home)'이라고 부르는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나보다. 왼쪽 뒤로 우리가 들은 투어가이드가 보이는데, 본전을 뽑으려면 반드시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어야 한다~^^

투어는 1층 오른쪽 거실에서부터 시작이 되는데, 여기 온다고 미리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를 읽은 지혜도 아주 열심히 들었다. 지금 지혜 머리위에 걸려있는 그림에서 왼쪽이 50대의 헤밍웨이이고 오른쪽이 쿠바에서 20년 이상 헤밍웨이 낚시보트의 요리사 겸 친구로 지낸 그레고리오 푸엔테스(Gregorio Fuentes)인데, 바로 소설 <노인과 바다> 주인공의 모델이라고 한다.

1층 건너편의 식당에서 헤밍웨이의 여성편력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가이드 모습이다. 헤밍웨이는 모두 4번 결혼했는데, 이 집은 파리에서 만나 결혼한 두번째 부인, 폴린(Pauline)과 겨울철에만 주로 살았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와이오밍주에서 들소와 곰사냥을 했다고 함) 그러다가 1937년 스페인내전 취재중에 만난 세번째 부인, 마샤(Martha)와 쿠바로 건너가면서 이 집은 이혼한 폴린에게 넘겨주었다고 한다. 통 큰 헤밍웨이... ㅋ

여기는 이 집의 안방인 2층 헤밍웨이의 침실인데, 침대머리의 장식이 스페인 어느 수도원의 문짝이었다느니, 그 위에 걸려있는 그림이 헨리 포크너(Henry Faulkner) 작품이었다느니 (지금 걸려있는 것은 복제품이고 원본은 워싱턴 박물관에 있음), 이런 설명들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침대위에 동그란 '덩어리'만 쳐다보고 있다.

고양이다! 이름은 프란시스코(Francisco)... 교황님이시네~^^ 놀라운 것은 우리가 이 방에 들어올 때는 침대 위를 돌아다니고 있던 녀석이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하자 저 포즈로 자는 척(?) 하더라는 것이다. 이 집의 고양이들은 실제로 헤밍웨이가 키우던 여러 고양이들의 후손으로 모두 발가락이 6개인 다지증(polydactyl)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 '주무시는 교황님'도 발가락이 6개였다.

패트릭(Patric)과 그레고리(Gregory), 어린 두 아들이 있었다는 방은 헤밍웨이의 인생 전반에 걸친 기념품과 사진들로 채워진 작은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여행을 다녀와서 이 글을 쓰기위해 '복습'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의 적십자 운전수부터 시작해서 제2차 세계대전 런던특파원에,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까지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음)

마지막 방은 아이들의 유모가 살던 방인데, 1899년애 태어난 헤밍웨이의 아기때부터 1961년에 아이다호(Idaho) 주의 집에서 엽총으로 자살하기 직전의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여기서 집 내부 투어는 끝나고 밖으로 나가게 된다.

2층 밖으로 나오면, 집 바로 앞에 등대가 하나 보인다. 헤밍웨이가 키웨스트에 살 때, 듀발스트리트(Duval Street) 북쪽에 있는 단골술집 Sloppy Joe's Bar에서 술을 엄청나게 마셨는데, 술에 취하면 이 등대 불빛을 보고 집을 찾아왔다는 전설이 있단다~^^

뒤뜰로 내려왔는데, 가이드 뒤로 보이는 'Carriage House'라는 별채의 2층에 헤밍웨이가 소설을 썼던 작업실이 있다.

이 작업실에서 헤밍웨이는 그의 첫번째 장편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를 완성하고,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 등의 많은 단편을 썼다고 한다.

헤밍웨이의 타자기와 수첩...

집의 정원에는 온통 이런 고양이 집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 주택안에 살고 있는 고양이의 수는 무려 40~50마리나 된다고 하는데... 여기 투어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그 고양이들의 이름을 모두 맞춰야 한단다~ ㅋㅋㅋ

밖으로 나와서 수영장과 지하실 등을 더 둘러보면 투어는 끝나고, 자유시간으로 어디든지 다시 가볼 수 있다. 우리는 잠시 풀장의 벤치에서 쉬었는데, 길이가 약 20m인 이 수영장은 키웨스트에서 개인주택안에 최초로 지어진 수영장이면서도, 지금도 키웨스트에서 가장 큰 개인수영장이라고 한다. 지혜 앞으로도 고양이가 한마리 앉아있는데, 헤밍웨이집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사진을 아래에 모아봤다.

대략 20마리 정도는 본 것 같은데, 사진이 잘 나온 8마리만 보여드린다. 젊은 가이드가 하는 말이 이 헤밍웨이집의 고양이들은 두 명의 수의사가 매년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을 하고 털관리를 하는 등 자신보다도 훨씬 더 잘 '관리(take care)'된다고 한다...^^

기념품 가게인 작은 책방의 간판에도 이렇게 고양이들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정원의 한 구석에는 이렇게 '고양이 묘지(Cat Cemetery)'도 만들어져 있어서, 이쯤되면 여기에 우리가 헤밍웨이를 보러 온건지 고양이를 보러 온건지 슬슬 헷갈릴 정도였다.

한바퀴를 다 돌고나면 정문 옆으로는 야외 결혼식을 하는 장소도 나온다.

나이 많은 다른 가이드와 여자 관광객 한 분이 고양이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1시간의 관람을 마쳤다.

이 집은 1951년에 폴린(Pauline)이 사망한 후에 키웨스트의 사업가가 구입해 살다가 1964년에 박물관으로 개장을 하였고, 이 후 1968년에 공식적인 국가유적으로 지정이 되었단다. 헤밍웨이와 고양이, 둘 중 하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둘러볼만한 가치가 있고, 만약 둘 다 좋아하는 분이라면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곳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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