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키웨스트

듀발스트리트(Duval St)를 따라 미본토 최남단(Southernmost Point), 그리고 다시 멀로리광장으로

위기주부 2013. 5. 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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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땅끝마을, 키웨스트(Key West)를 즐기는 대표적인 방법은 북쪽의 멀로리광장(Mallory Square)에서 미본토 대륙의 최남단인 서던모스트포인트(Southernmost Point)까지 약 1마일 거리의 듀발스트리트(Duval Street)를 따라서 걷는 것이다.

육지에서 3시간 이상 바다 위를 자동차로 달려야만 도착할 수 있는 작은 섬에 왠 사람들이 이리 많은지...

듀발(두발-'머리카락'이 아님^^) 스트리트의 왕복 2차선 도로에는 자동차들 보다도 바퀴가 2개 또는 3개인 것들이 많이 다녔다. 저 뒤에 A특공대의 B.A. 헤어스타일을 한 인력거를 비롯해 웃통을 벗고 뒤에 여자를 태운 스쿠터, 그리고 핫팬츠의 자전거걸까지... 좀 더 빨리 찍었어야 하는데~ ㅋ

두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술집' Smallest Bar도 있고,

헤밍웨이가 단골이었다는 커다란 Sloppy Joe's Bar도 있다. 참고로 저 집에서 맥주 한 잔은 먹을만 한데, 음식은 형편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또 '꽃해골'을 붙여놓은 멕시코 술집도 있는데, 이 거리에는 어디를 가나 성조기와 함께 왼쪽 노란 꽃해골 위에 걸린 '파란깃발'을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저 파란깃발은 무얼까? 키웨스트 여행기 마지막편에서 저 깃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1982년초 미국경수비대가 키웨스트 열도를 잇는 유일한 길인 1번 도로의 플로리다 내륙지점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불법이민자와 마약류 단속이 목적이라고 했지만, 검문소 때문에 키웨스트 주민들이 육지로 드나드는데 불편한 것은 물론 관광객들도 감소하게 되었단다. 이에 키웨스트 시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연방정부와 플로리다주에 지속적으로 검문소의 철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키웨스트 시장과 시의회는 국경수비대가 키웨스트 섬의 주민들을 다른나라 사람 취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렇다면 키웨스트는 콘치리퍼블릭(Conch Republic), 즉 '소라공화국'으로 미국으로부터 독립한다고 선언을 하게된다! ('콘치(conch)'는 속이 분홍색인 커다란 소라를 말하는데, 캐리비안 지역에 사는 백인들의 피부색이 이 소라의 속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 키웨스트 지역 주민들을 속어로 '콘치(또는 콩크)'라고 부른다고 함)


그래서 1982년 4월 23일, 멀로리광장에 키웨스트 시장과 많은 주민들이 모여서 '소라공화국'이라는 독립국가의 탄생을 전세계에 선포하고는 즉시 미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미해군 복장의 사람을 한 명 불러내서는 딱딱한 빵으로 머리를 한 대 때리는 것으로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게 되는데... 1분 후에 그 해군복장의 사람에게 바로 항복을 함으로써, 소라공화국의 1분간의 장렬한 독립전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대신에 순순히 항복한 댓가로 미국으로부터 10억불의 원조를 받기로 했다나~ (자기들 마음대로 ㅋㅋㅋ)


비록 '소라공화국'은 독립전쟁에서 패해서 미국에 다시 합병되었지만,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미국헌법에 따라서 키웨스트 주민들은 자신들이 미국의 국민인 동시에 CONCH REPUBLIC의 국민이라고 주장하면서 여권(passport)도 발급하고('여권'이라고 쓰고 '관광기념품'이라고 읽음), 매년 4/23일 전후로 일주일간 성대한 독립기념일 행사도 한단다. (참고로, 캘리포니아도 주깃발에 'CALIFORNIA REPUBLIC'이라고 씌여 있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키웨스트 주민들은 그냥 '소라공화국'을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자는 의견이지만, 일부 강경파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정말로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다시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란다.^^

소라공화국, 키웨스트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계시는 뒤쪽 세 분들! "도대체, 왜...?"

이런 거리 분위기와는 살짝 안어울리는 듯한 관광열차, CONCH TOUR도 지나가 주신다.

듀발스트리트에는 여기 San Carlos Institute라는 곳이 있는데, 1871년에 만들어진 건물로 바다건너 쿠바(Cuba)의 독립운동이 시작된 유서깊은 곳이라고 한다. 시끌벅적한 거리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히 역사공부(?)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건물안에 있던 극장인데, 왠지 카스트로가 나와서 연설할 것 같은 분위기... 물론 공산혁명과는 전혀 관계없는 훨씬 이전의 쿠바역사와 관련된 곳이지만 말이다.

다시 밖으로 나온 우리를 반겨주는 거리의 피카소~ 흑인이니까 바스키아라고 불러줄까...^^

그리고, 이 거리에서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키라임파이(Key Lime Pie)이다~ (키라임파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바로 차기 안드로이드 5.0 운영체제의 별칭이 바로 플로리다키즈(Florida Keys) 지역의 이 디저트에서 유래한 것임)

새콤달콤시원상큼한 키라임파이를 한 조각 사서, 가게 앞에 놓여진 라임색깔 의자에 앉아서 먹고는, 역시 저 라임색으로 창틀을 칠해놓았던 헤밍웨이의 집(The Ernest Hemingway Home & Museum)을 구경했다.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

듀발스트리트가 끝나는 곳에 나오는 '최남단 집' Southernmost House로 다섯 명의 미국 대통령이 자고간 유서깊은 집인데, 지금은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여기서 남서쪽으로 한 블록만 가면 나온다.

바로 저 빨간 종모양으로 생긴 미본토(Continental U.S.A.) 최남단을 알리는 이정표인데, 왼쪽으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이정표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줄을 섰는데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그냥 밖으로 나왔다.

쿠바(Cuba)까지 90마일, 약 150km라는데 수평선 너머로 보이지는 않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이정표 앞에서 물구나무로 사진을 찍는 소녀~ 왠지 어디든지 가서 저렇게 사진을 찍을 것 같았다.^^

우리는 줄을 안섰으므로 그냥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이정표가 함께 나오게 멀리서 찍을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장소니까 특별히 아빠하고 찍은 사진도 한 장~

사실 듀발스트리트에서 이어진 이 부두의 끝이, 빨간 이정표보다도 더 남쪽이다. 하기야 그렇다고 저 끝에 이정표를 만들어 놨다가는 바글바글 사진 찍다가 여러명 물에 빠졌을 테니...

부두 옆으로 작은 백사장도 있는데, 이름은 Southernmost Beach는 아니고, 그냥 사우스비치(South Beach)였다. 남쪽 땅끝까지 왔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유턴해서 다시 북쪽 멀로리광장으로 걸어가는 것 뿐이었다.

멀로리 광장(Mallory Square)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다음이라서, 전날 보지 못했던 안쪽의 시장통과 다른 가게들을 잠시 구경했다.

춤추는 남녀의 커다란 동상의 뒤로 보이는 빨간 건물은 키웨스트의 미술관 겸 박물관, Key West Museum of Art & History란다.

무거운 쇼핑봉투를 들고 계신 할머니도 도와드리고는 바닷가쪽으로 걸어갔다.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서커스를 하는 사람들인데, 묘기는 안 보여주고 계속 사다리 위에서 연설만...

'Home of the Sunset'이라는 키웨스트의 석양을 배경으로 떠있는 요트를 바라보며... "언젠가는 다시 올 수 있겠지? 다음에는 저 선셋크루즈도 해보고, 저 너머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요새(fort)인 드라이토투가스(Dry Tortugas) 국립공원도 가보고..." 이런 생각을 하며 땅끝마을과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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