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버밀리언클리프

진흙과 모래의 비포장도로로 3시간이 걸린 버밀리언클리프 준국립공원의 화이트포켓(White Pocket)

위기주부 2016. 5. 2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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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리조나(Arizona) 주의 북단에 있는 준국립공원인 버밀리언클리프 내셔널모뉴먼트(Vermilion Cliffs National Monument)에는 더웨이브(The Wave)를 필두로 벅스킨걸치(Buckskin Gulch), 포홀(Paw Hole), 코튼우드(Cottonwood), 화이트포켓(White Pocket)의 포인트들이 있다. 그런데 다른 곳들은 모두 유료퍼밋이 필요하지만, 이제 소개하는 화이트포켓만 퍼밋 없이도 얼마든지 갈 수가 있다. 왜 그럴까?

일요일 오전에 '그랜디스트캐년(Grandest Canyon)'에서 2시간 비포장도로를 달려 나와서, 유타주 캐납(Kanab)의 서브웨이에서 커피 한 잔씩 사서 마시고 점심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그리고는 동쪽으로 89번 도로를 30분 정도 신나게 달리다가, 또 다시 하우스락밸리(Houserock Valley)라고 표시된, 저 멀리 살짝 보이는 비포장도로로 빠지기 직전이다.

전날 내린 많은 비로 아직도 진흙구덩이인 House Rock Valley Rd를 30분 정도 달리자, 더웨이브(The Wave)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인 Wire Pass Trailhead 주차장이 또 나타났다. "그런데 '또'라니?" 그래서, 약 24시간 전에 찍은 사진 한 장 아래에 보여드린다...

토요일 아침, 더웨이브(The Wave)의 현장추첨에서 떨어진 홍사장님과 위기주부는 여기 Wire Pass Trailhead까지 빗속에 차를 몰고 왔었는데 50분 정도가 걸렸다. 퍼밋도 없이 더웨이브에 들어가려한 것은 아니고 여기를 지나서 화이트포켓을 갈 생각이었는데, 도로상태가 너무 안좋았기 때문에 여기서 차를 돌려서 다시 캐납으로 돌아가서 점심을 사먹고는 그랜드캐년 토로윕(Toroweap)으로 향했던 것이었다.

다시 일요일 오전, 유타와 아리조나의 주경계(stateline)를 지나 남쪽으로 달리면서 왼편을 보니, 붉은 바위산인 코요테뷰트(Coyote Butte)가 보인다. "저 너머 어딘가에 더웨이브(The Wave)가 있겠지? 기다려라, 다음에 보자~"

House Rock Valley Rd를 따라 남쪽으로 15분 정도 더 달린 후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니 버밀리언클리프(Vermilion Cliffs) 준국립공원으로 들어간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안내판에 '충분한 식량과 물, 그리고 지도'를 준비하라고 되어 있는데, 아래의 지도가 우리가 프린트해서 들고 간 것이다.

왼쪽 아래 JCT-1이 표지판 사진의 삼거리이고, 목적지인 화이트포켓(White Pocket)은 제일 오른쪽 위에 보인다. 두 지점의 거리는 15.1마일로 약 25km 정도이지만 홍사장님의 사륜구동 차로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는데 1시간반 정도가 걸렸다. (JCT-2에서 길을 잘못 들어 JCT-WP2까지 갔다가 돌아나온 시간은 뺐음)

차고가 높은 SUV의 바닥이 쓸고 지나갈만큼 깊은 모래가 쌓인, 길인지 아닌지 구분도 잘 안되는 비포장도로를 2시간 가까이 달려서 여기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왜 가장 안쪽에 있는 화이트포켓(White Pocket)만 허가증, 퍼밋(permit)이 필요없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갈 수 있는 사람만, 알아서 가봐라"라는 뜻이었다...^^ (구글맵 지도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등고선 지도에 뾰족하게 표시된 것이 저 하얀 바위산이었다! 화이트포켓 주차장에서 만난 저 하얀 캠핑트럭은 캐나다 번호판을 달고 있었는데, 간이 화장실도 없는 이 곳에서 지난 밤 캠핑을 하신 분들은 또 있었다.

뒤쪽으로 사다리가 보이는 트럭까지 모두 3대가 더 있었는데, 일단 몰고 온 차들에서 풍기는 포스부터 남다른 분들이었다.

"하지만, 우린 LA로 돌아가서 내일 출근해야돼! 빨리 트레일을 하자구~" 그런데 오목한 '포켓(pocket)'이라고 하더니, 저건 그냥 볼록한 하얀 바위산이 아닌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래길을 따라서 조금 걸으니, 트레일은 저 바위산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다른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오호라~ 예습하면서 사진에서 본 바위가 저 멀리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조금 더 걸어갔더니 모래가 싹 없어지고,

거북이 등껍질처럼 다각형으로 갈라진 하얀색 바위가 나오고, 여기서 또 조금 더 걸어가니까.

하얀색 지층의 아래에 해당하는 붉은색 바위가 또 나오는 것이었다. 여기서 오른쪽을 좀 자세히 보여드리면,

이거 참... 뭐라고 사진 아래에 설명을 써야할 지를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작은 언덕을 넘어가자 더 심하게 휘어지고 찌그러진 바위들이 등장을 해주셨다.

먹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이 흰색, 노란색, 붉은색이 어우러진 바위들을 비추고 있다.

여기 지층이 부드럽게 휘어진 곡선 위에 서서, 더웨이브(The Wae) 현장추첨에 떨어진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다.^^

퇴적층이 완전히 굳기 전의 '부드러운(soft)' 상태에서 지각변동에 의한 중력의 작용, 표면에 흐르는 물의 영향, 또는 지진으로 저렇게 휘어진 상태에서 굳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직접 안 봤으니까 믿을 수가 있나...^^

그런데 그냥 한 번 휘어진 것이 아니라, 쌓이고 휘어져서 굳은 것이 깍여나가서, 그 위에 또 쌓이고 같이 휘어지고, 또 쌓이고... 정말로 무슨 미술작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 바위는 이름이 있었다~ 롤리팝 바위(Lollipop Rock)... 물결이 없으면 반영이 멋지게 나왔을 텐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서 롤리팝 뒤에 있는 높은 바위에 올라가보기로 했는데, 하얀 거품이 굳은 것 같아서 좀 징그럽다.

아이폰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인데, 주차장이 왼쪽 너머이고, 처음 마주쳤던 하얀 바위산이 오른쪽에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역시 여행은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해^^) 하얀 바위산들로 둘러싸인 움푹한 곳이라서 화이트포켓(White Pocket)이라고 이름을 지었나 보다. 이제 여기 지구의 여드름흉터같은 '하얀주머니'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2박3일 오지탐험 여행의 마지막 이야기가 이어진다.

PS. 미서부 LA현지 트레킹 전문여행사 유니투어와 위기주부가 함께하는 7월달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1구간과 요세미티 하프돔 등반 산행의 추가 참가신청을 받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하셔서 안내포스팅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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