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본토의 최고봉인 해발 4,421m의 휘트니 산(Mount Whitney)을 오르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다. 간단하지만 힘든 경로는 산맥의 동쪽에 있는 해발 2,552m의 휘트니포탈(Whitney Portal)까지 자동차로 가서 수직으로 1,870m를 1박2일 또는 당일로 올라가는 것이고, 보다 쉬운(?) 경로는 산맥의 서쪽에 있는 해발 3,495m의 기타레이크(Guitar Lake)에서 캠핑하고 앞의 절반인 수직 926m를 올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두번째 서쪽 경로의 문제는 기타레이크까지 가는데 최소 2일은 위기주부처럼 백패킹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바로 그 기타레이크까지 가는 이틀째의 산행기이다.

첫날밤 캠핑을 한 해발 2,927m의 락크릭(Rock Creek) 캠프사이트에 아침이 밝았다~ JMT를 함께 종주하려던 친구는 구급헬기에 태워보내고, 대신에 어머니와 함께 JMT를 하기로 했다던 저 분은 엄마와 JMT를 잘 마쳤을까? (1일차 백패킹 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2일차의 산행지도로 오전 9시에 락크릭을 출발해서 9.5마일(15.3km)을 걸어서 해발 3,495m의 기타레이크(Guitar Lake)에 오후 7시에 도착을 했다. (구글지도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출발했는데... 바로 등산화를 벗어야 했다~^^ 여기 락크릭을 포함해서 둘쨋날은 3번 등산화를 벗어서 목에 걸고 물길을 건너야 했다.

10,900피트(3,322m)의 Guyot Pass로 올라가는 바윗길을 짐을 실은 당나귀들을 끌고 말을 타고 올라오는 카우보이인데, 아래 동영상에 나오지만 인사도 안 받아주고 좀 고독(또는 싸늘^^)한 느낌을 풍겼다.

고개에 도착해서 뒤로 해발 3,744m의 기요 산(Mount Guyot) 정상과 함께 포틀랜드에서 아내와 함께 오셨다는 웃통을 벗은 63세의 아저씨가 보이는데, 위기주부 모자에 달고있는 액션캠을 보시더니 나의 비디오를 볼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일장연설을 하셨으니,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2일차 동영상을 보시기 바란다.

고개를 넘어서 내려가는 길에는 말을 타고 PCT를 지나는 그룹을 만났다. 보통 이런 투어는 당일치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텐트와 식량을 별도로 운반해서 미리 캠프사이트에 식사까지 다 준비를 해놓고 PCT나 JMT를 따라서 몇 박을 하며, 말 위에서 편하게 경치를 구경하는 '럭셔리'한 투어도 있다고 한다.

바위산을 돌아서 내려가니 마침내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주능선이 다시 나타나고, 우리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마지막 물줄기를 따라서 펼쳐진 초원과 나무들이 보인다. 글쎄~ 세상의 끝에 다가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당시에는 계곡 끝에 뾰족하게 보이는 저 산이 휘트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복습을 하면서 확인해보니 휘트니 바로 북쪽에 있는 해발 4,296m의 러셀 산(Mount Russell)이었다. 휘트니 산은 그 오른쪽으로 가까이 보이는 언덕에 가려서 보이지를 않았던 거고 말이다.

그 마지막 물줄기 휘트니크릭(Whitney Creek)에 도착을 하니 또 다른 카우보이들이 짐을 실은 말들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물살은 세지 않았지만, 여기도 역시 이번 겨울에 내린 많은 눈으로 아직도 수위가 높았기 때문에 등산화를 벗고 건너야 했다.

조금 올라가다가 개울을 따라 펼쳐진 초원이 보이는 곳에서 점심을 해서 먹었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멀리 풀을 뜯는 사슴들도 보이는 참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좀 더 휘트니크릭을 따라서 거슬러 올라가면 마침내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과 만나는, 휘트니 산의 서쪽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크랩트리 레인저스테이션(Crabtree Ranger Station) 삼거리가 나온다. 표지판에 붙여놓은 종이에는 PCT퍼밋만 가진 사람은 여기서부터 휘트니 정상 사이에서는 캠핑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씌여있고, 옆의 빨간 플라스틱 통에는 바로 '똥봉투' 웩백(wag bag)이 들어있어서 필요한 사람은 한 장씩 가져가라고 되어 있다. 기타레이크와 휘트니포탈 사이는 전부 바위라서 땅을 팔 수가 없기 때문인데... 더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질문하시면 상세히 답변 드린다~^^

해발 3,268m의 크랩트리에서 마지막 2.7마일을 걸어 수직으로 200여 미터를 올라가는 것이 둘쨋날 가장 힘들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두 분이 엄청난 속도로 나를 추월해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은... "여기서는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산을 잘 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분만이 존재하는군!" T_T

중간에 나오는 이 아름다운 호수의 이름은 팀버라인레이크(Timberline Lake), 즉 말 그대로 '수목한계선' 호수이다. 사진에 보이는 키 큰 나무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호숫가를 마지막으로, 여기서 더 올라가면 나무들도 살지 못하는 고산지대가 되는 것이다.

해도 지는데 구름까지 끼면서 급격히 추워지길래 빨리 등산쟈켓을 꺼내서 입었다. 이 때부터는 이미 매 발걸음마다 내가 걸어서 올라간 최고 고도를 갱신하고 있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황량한 오르막길... "기타는 어디 있는거야?"

작은 호수(?)가 나왔는데, 텐트 하나 안보이고, 여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럼 여기는 뭐지? 바이올린 호수인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겨우겨우 힘을 내서 풀들도 없어지기 시작하는 호수 뒤 언덕을 넘어서니,

짜잔~ 햇살까지 때맞춰 비추면서 기타레이크(Guitar Lake)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호수의 이름이 왜 기타인지는 내일 밝혀짐) 교회 빼먹고 산에 왔는데, 성경구절이 막 떠오른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 23:2>

기타레이크 캠프사이트 도착하기 까지의 2일차 동영상이다. 머리 옆에 달았던 카메라의 각도가 너무 위쪽으로 좀 안 맞기는 하지만, 산 넘고 물 건너는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

"운명이야, 운명~" 그래서, 우리가 내일 올라가야 할 곳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더니, 유니투어 홍사장님이 말없이 고개를 들어 텐트 너머로 시선을 던진다.

(저녁 해먹고 1시간 정도 지나서 찍은 사진임) 일몰의 붉은 햇살을 받고 있는 뾰족한 바위들 너머에 휘트니 산이 있어서, 정상은 여기 베이스캠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정상까지 직선거리로는 2km 정도 떨어져있지만, 저 고질라 등껍질같은 바위산을 바로 올라가는 길은 없으므로 돌아서 올라가야 한단다.

푸릇한 풀들이 보이는 물길을 따라서 호수 뒤 언덕을 넘어서 사진 가운데까지 가서, 스위치백으로 해발 4,170m의 주능선을 넘는 고개인 Trail Crest까지 올라간 후에, 능선을 따라서 북쪽의 4,421m 정상까지 빙 돌아가는 트레일의 총 길이는 8km 정도 된다고 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기로 하고 저녁 9시가 넘어서 침낭에 들어갔는데, 입가심으로 식후에 마신 녹차 때문인지? 해발 3,500미터의 고도 때문인지? 아니면 휘트니에 올라간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새벽 4시에 손목시계의 알람 소리가 들릴 때까지 정말 한숨도 자지를 못하고 다시 눈을 떴다.



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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