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킹스캐년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6일차, 키어사지(Kearsarge) 고개 넘어서 오니언밸리(Onion Valley)로 탈출

위기주부 2017. 10. 15.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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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의 휘트니산 정상 정복과 존뮤어트레일 아래쪽 4구간 백패킹의 마지막 6일차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포스팅을 다 쓰고나면 더 이상 힘들었던 산행을 떠올릴 필요도 없고, 이대로 JMT와의 인연도 모두 끝나버릴 것 같아서... 글을 시작하는데 한참을 망설였다~

작년의 '요세미티와 존뮤어트레킹 9박10일' 때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지만, 시에라네바다 깊은 산속에 텐트를 친 자리를 떠날 때면 "내가 다시 여기 돌아오면 이 자리를 기억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항상 들었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 비데트메도우(Vidette Meadow)의 마지막 캠프사이트는 분명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있어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잊지는 않을게..."

아침 7시반쯤 출발을 해서 조금 걸어가니, 반가운 이름이 적힌 이정표가 나왔다. 시더그로브(Cedar Grove) 13마일... 2008년에 우리가족 3명의 첫번째 캠핑부터 2015년에 6가족 총 21명이 함께 했던 마지막 캠핑까지, 또 그 사이에도 여러번 찾아갔던 바로 킹스캐년 국립공원의 시더그로브(Cedar Grove)이다! 하지만, 반갑다고 그리로 갈 수는 없고 우리는 John Muir Trail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아직 몸도 안 풀렸는데, 이런... 북쪽을 바라보니, 엄청난 경사의 바위산을 올라가야 한다.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등산로를 따라서 사진 오른쪽 끝에 나무들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면,

숲을 뚫고 솟아오른 피라미드같은 이스트비데트(East Vidette) 산의 모습에 감탄을 하게 된다. 전날 우리는 왼쪽 저 멀리 까마득하게 보이는 산맥의 포레스터패스(Forester Pass)를 넘어서 거의 7마일의 내리막을 내려와서 캠핑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북쪽으로 걸어가면 이제 정말로 존뮤어트레일, JMT와 작별을 해야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서 JMT를 벗어나 동쪽 키어사지패스(Kearsarge Pass)를 넘어서 오니온밸리(Onion Valley)로 탈출하게 되는데, 트레일 지도를 보시려며 여기를 클릭해서 전날 5일차의 여행기를 보시면 된다.

조금 걸어가니까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연못들 너머로, 이제 넘어가야 할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주능선이 보인다.

파란 호숫가를 따라서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좀 전의 East Vidette 산이 나를 배웅을 해주는 것 같았다. 참 이 호수의 이름은 Bullfrog Lake인데, 황소개구리(bullfrog)가 살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멋진 풍경하고는 호수 이름이 좀 안 어울리는 느낌이다.^^

황소개구리 대신에 호숫가 바위 위에서 주인 잃은 아쿠아슈즈 한 짝을 발견했는데, 누군가의 배낭에서 떨어진 것을 주워서 올려놓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신발 사진을 왜 찍어서 포스팅에 올린걸까?)

조금 더 올라가면 뾰족한 바위산들 아래로 키어사지 호수들(Kearsarge Lakes)이 내려다 보인다. 이번 JMT 남쪽 4구간은 솔직히 작년의 북쪽 1구간에 비해서 풍경은 별로였는데, 이렇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하이시에라(High Sierra)의 절경을 살짝 보여주었다.

6일간의 백패킹의 마지막 난관이었던 키어사지 고개의 스위치백 바윗길을 앞서 올라가는 두 명의 하이커가 보인다.

지나온 호수들이 내려다 보이는 키어사지패스(Kearsarge Pass) 정상의 서쪽은 킹스캐년 국립공원(Kings Canyon National Park)이고, 이제 내려갈 동쪽은 존뮤어 야생지(John Muir Wilderness)로 여기는 그 경계가 되는 곳인데, 해발고도는 약 3,600m나 되는 높은 고개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표지판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옆에 있던 하이커가 힘들게 밖으로 비켜주려고 하길래, 그냥 같이 찍자고 했다.^^ 이 때 시각이 오전 11:20분인데, 간식만 약간 먹고는 5마일의 하산을 시작했다. 빨리 내려가야 점심으로 론파인에서 피자를 사 먹고, 집에 가서 저녁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해발 2,800m의 오니언밸리(Onion Valley)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약 8km의 트레일을 따라서 5개의 호수가 차례로 나오는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Big Pothole Lake를 배경으로 유니투어 홍사장님이 하산을 하고있는 모습이다.

로우스(Lowe's)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 같은 공구허리띠(?)에 음료수와 간식을 챙겨서 고개를 오르던 이 할아버지는 나이가 83세라고 하셨는데, 심심풀이로 거의 매일 이 고개를 오르면서 하루하루 젊어지신다고...! (동영상 캡쳐한 화면)

존뮤어트레일을 종주하는 하이커들에게 고개 넘어서 보급품을 전달하는 짐꾼들도 다시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급을 받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존뮤어트레일 340km를 종주한 데니스님의 블로그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여기 길버트 호수(Gilbert Lake)에서는 팜스프링스에서 오셨다는 한국분 가족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해발 3,170m 정도 되는 이 호수는 당일치기 등산으로 좋을 것 같았는데, 저쪽 호숫가까지 가서 뒤를 돌아 산맥쪽을 바라보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여기까지라도 언제 가족과 함께 다시 와보면 좋겠다."

그 호수 바로 아래에서 만난 76세의 할머니이신데, 사위가 JMT를 혼자 종주해서 딸과 함께 보급품이 든 곰통을 전달하러 올라가는 길이라고 한다! 고개를 넘어서 JMT까지 가시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고 조금만 더 올라가서 Flower Lake에서인가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역시 동영상 캡쳐한 화면)

마침내 395번 도로가 지나는 오웬스밸리(Owens Valley)의 인디펜던스(Independence) 마을과 거기서 꼬불꼬불 캠핑장까지 올라오는 찻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내려가니까 7일전 밤에 내가 자동차를 주차해놓은 주차장도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 저기에 주차를 해놓고 JMT를 하기 위해서 이 고개를 올라오는 백패커들도 보인다... "욕바라~ 나는 끝내고 집에 간다!"

쉬지도 않고 내려온 길을 돌아보니, 이제 마지막으로 인요 국유림(Inyo National Forest)의 John Muir Wilderness 지역을 벗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6일전에 직선거리로는 약 40km 정도 남쪽에 있는 같은 국유림의 Golden Trout Wilderness에서 시작한 백패킹이 끝나는 순간이다. (첫날 1일차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

유니투어 홍사장님이 6일만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땅을 다시 밟기 직전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홍사장님 바로 뒤에 우리 일행이 아닌 다른 한국분 한 명이 함께 내려오고 계셔서 인사를 했다.

정승재 씨는 작년에 미국 록키산맥을 따라서 남북으로 종단하는 5,000km의 컨티넨탈디바이드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 CDT)을 종주하고, 올해는 또 4,300km의 PCT(Pacific Crest Trail)를 종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승재님의 블로그 바로가기 클릭)

마지막 백패킹 6일차의 동영상 기록인데, 모자챙이 계속 화면에 나와서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궁금하신 분은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 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오후 2시였으니까, 마지막 날은 6시간반 동안에 15km를 걸어서 문명세계로 귀환한 것이다. 점심도 안 먹고...

백패킹을 시작했던 호스슈메도우 캠핑장(Horseshoe Meadow Campground)까지 1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홍사장님의 차를 가지고 다시 론파인(Lone Pine)으로 내려와서, 피자집 Pizza Factory에서 마침내 신선한 샐러드와 단백질 가득한 "Meat Lover" 피자로 아주 늦은 점심을 먹은 시각은 4:30분이었다. 그리고는 헤어져서 내 차를 몰고 LA의 집에 저녁 8시 넘어 도착해서, 거의 7일만에 샤워를 하고 따뜻한 저녁밥을 먹었다.

아무리 그래도 피자 사진으로 6일간의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백패킹의 모든 이야기를 끝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Onion Valley Trailhead의 안내판에 있던 존뮤어의 작은 사진과 글귀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나는 잠시만 밖을 걸으려고 했었는데, 결국은 해질녁까지 머물기로 했다. 왜냐하면 밖으로 나가는게 실제로는 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기 때문에" ─ JOHN MUIR 1838~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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