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까지의 세계사가, 특히 미국을 포함한 신대륙의 역사는 전쟁과 정복, 약탈과 학살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많이 무덤덤해졌지만, 그래도 이번 남아메리카 페루 쿠스코 여행에서도 이러한 아픈 과거사를 가장 잘 떠오르게 하는 곳이 여기이다.
쿠스코 역사지구(Centro Historico de Cusco) 골목길의 흔한 풍경... 안데스 인디오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알파카를 끌고 나와서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의 여인은 새끼 알파카를 혹시 관광객에게 팔려고 하는걸까? ^^
이제 아르마스 광장을 지나서 왼쪽으로 나오는 '태양의 길(Av el Sol)'을 따라 조금 걸어내려가서,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잉카제국의 태양의 신전을 찾아간다.
황금색으로 붙여놓은 코리칸차(QORIKANCHA) 글씨 아래에 산토도밍고 수도원(Convento de Santo Domingo)이라고도 적혀있는 이 곳은 통합입장권에 포함되지 않아서, 여기서 별도의 티켓을 구입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좁은 입구로 들어가서 만나는 첫번째 이 모습은 2년전 스페인 여행에서 자주 봤던(여행기 리스트는 여기 클릭), 성당과 수도원이나 궁전의 중앙정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잠시 회랑의 의자에 앉아서 쉬면서 스페인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모님~ 이 곳이 쿠스코 방문의 필수코스인 이유는, 저 벽에 황금색 액자(?)로 걸어놓은 카톨릭 성화가 아니라 중정 좌우의 아치들 뒤에 가려져 있는...
잉카문명이 만든 이 석실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돌과 돌 사이에 어떠한 접착재료도 없이 안 보이는 안쪽에 홈을 파서 끼워맞추는 식으로 조립이 되었다는 설명을 가이드가 아마 하고 있지 않았을까...?
회랑을 따라 반대편까지 걸어오니, 입구쪽에 서있는 산토도밍고 교회의 종탑이 보인다... 16세기에 이 곳을 정복한 스페인 사람들이,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에서도 가장 중심의 신성한 건물이었던 태양의 신전을 기단부와 몇 개의 석실만 남기고 파괴한 후에, 그 위에 교회와 수도원 건물을 지은 것이다.
태양의 신전은 쿠스코 중심의 작은 언덕 위에 만들어졌는데, 저 아래 정원에는 황금으로 만든 동상들이 서있었다고 한다. 코리칸차(Qorikancha)는 잉카인들의 고유언어인 케추아(Quechua)어로 '황금의 정원(Golden Courtyard)'이라는 뜻이란다.
잉카제국 시대에 이 신전의 석실들은 모든 벽이 황금으로 덮혀있었다고 스페인 사람들의 기록에 남아있는데,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잘 안되시는 분들을 위해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아래의 합성사진을 가져와 보여드린다.
금판에는 잉카의 신들과 또 태양과 별자리 등 천문학에 관한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잉카문명은 문자가 없었음) 스페인 정복자가 잉카의 왕을 살려주는 댓가로 왕궁의 방을 황금으로 가득 채우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황금이 여기 코리칸차 신전에서 떼서 가져간 것이라고 한다.
페루의 광장 등 넓은 곳에는 저렇게 큰 동그라미 안에 'S'자를 써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여기 수도원 중앙의 바닥에도 네 귀퉁이에 일부러 그려놓았다. 광장에서는 '주차금지' 정도로 예상했는데, 여기는 차가 들어오는 곳도 아닌데...?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아시면 알려주시면 미리 감사^^)
조금 전에 1층에서 들어가봤던 석실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인데, 정말로 완전히 레고를 끼워맞춰서 조립을 한 것 같다.
수도원 입구쪽의 2층은 교회와 연결되어 있어서, 산토도밍고 교회의 본당을 내려다 보고 또 작은 전시실들이 있어서 구경을 하면서 한바퀴 돌았다. 이 모습을 페루의 한 교회로만 본다면 참 멋진 건축물인데... 좌우의 아치들 뒤쪽에 잔해로 남아있는 잉카의 석실들을 생각하면 마냥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정원과 연결된 쪽으로 나와서 천천히 저 멀리 가운데 보이는 계단 아래까지 걸어서 내려갔다.
왼편으로 가운데 검은 돌로 쌓은 부분과 그 아래쪽이 잉카인들이 만들었던 신전의 남아있는 외벽과 기단부이다. 좀 더 가까이서 찬찬히 보고싶었지만, 이 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급히 다시 수도원쪽으로 올라갔다.
수도원 회랑의 의자에 앉아서 비를 피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교회인가? 신전인가? 아니면, 교회도 신전인가?"
비가 그치고 쿠리칸차를 나와서 아래쪽 도로변에서 올려다 본 모습이다. 페루에 큰 지진이 나면 위쪽의 산토도밍고 교회 건물은 피해를 입어서 보수를 해야 했지만, 교회를 짓기 위해서 허물고 남은 옛날 잉카의 까만 석벽과 그 아래 기단부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잔디밭 아래에 Museo de Sitio Qorikancha 라는 신전 부근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모아놓은 작은 박물관이 있는데, 여기는 가지고 있는 통합입장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 따로 사진은 안 올리겠지만 잉카인들이 뇌수술을 했다는 증거라는 머리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는 미이라의 실물도 있었다! 짧은 관람을 마치고 이제 왔던 길을 돌아서 시장구경을 하러 간다.
여기는 시장으로 가는 Calle Santa Clara 길에서, 잉카 전통복장을 입은 남자가 열심히 관광객들을 들여보내던, 안쪽에 기념품 가게들만 잔쯕 모여있는 곳이다. 여기서 아내가 장고 끝에 알파카 털로 만들었다는 스카프를 하나 구입했는데, 결과는 별로 만족스럽지가 않았다나...
또 한바탕 소나기가 내린 다음에 도착한 샌페드로 중앙시장(Mercado Central de San Pedro)으로 쿠스코 관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여기 오면 누구나 먹게 되는 생과일 쥬스! 우리도 1잔을 사서 2잔으로 받아서 리필까지 해가면서 배불리 먹었다.^^
이 시장에서 제일 유명한 음식은 닭국수라고 한 것 같은데, 우리는 국물이 별로 땡기지 않아서 제일 안쪽에서 팔던 이 접시 하나를 주문해서 둘이서 나눠 먹었는데... 문제는 사진으로만 남은 이 음식의 이름은 물론, 우리가 어떤 동물의 어느 부위를 먹은 것인지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샌페드로 시장 안의 기념품 가게들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탐색전으로 하루 관광을 모두 마치고, 어슬렁 두리번 거리면서 숙소가 있는 아르마스 광장으로 돌아간다.
왕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잉카제국의 신하들이 방을 금으로 가득 채웠던 왕궁이 서있던 자리에, 역시 그 왕궁을 허물고 세워진 쿠스코 대성당이 흐린 저녁 하늘 아래 노란 가로등 불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고,
태양의 신은 사라지고, 우리가 오전에 올라갔던 삭사이와만(Saqsaywaman) 유적지 옆에 세워진 예수상이 조명을 받아서 대신 밝게 빛나고 있던 쿠스코의 여행의 둘쨋날 밤이었다. 참, 그 잉카의 마지막 왕은 끝내 죽임을 당했고, 방에 가득 채워진 코리칸차 신전의 황금들은 모두 녹여 금괴로 만들어져서 유럽땅 스페인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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