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들과 인왕산에 올라서 내려다 본 대한민국 서울, 그리고 아버지의 구순 생신과 처조카의 결혼식
지난 5월초에 두 주도 채 안 되는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왔다. 2년전의 한국방문은 블로그에 언급조차 하지 않았었지만, 이번엔 친구들과 등산을 하며 찍은 사진들 위주로 한 편의 추억으로 여기 남겨놓으려 한다~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탄 텍사스 댈러스 공항이 악천후로 셧다운되어 활주로에서 2시간반 넘게 갇혔던 것을 포함해서, 전체 20시간 이상이 소요되어 목요일 오후에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을 했다. 바로 다음날 친구들과 만나려 미리 연락을 했더니 '샌드위치' 휴일이라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조금 일찍 만나서 간단한 등산을 한 후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처형과 아내와 함께 명동과 종로를 둘러본 후 헤어져,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를 찾아가는 길이다. 대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서울에 살았었지만, 사진에서 광화문 서쪽으로 보이는 암봉이 인왕산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도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그 전까지는 그냥 아래의 그림에 등장하는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던 듯...

겸재 정선이 75세였던 1751년에 그린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로 국보 제216호이다. 제목의 '제색'이란 말이 비 갤 제(霽)를 사용해서 비가 그친 뒤 하늘의 빛깔이나 풍경을 뜻한다는 것과, 정선이 60년지기 친구인 시인 이병연의 쾌유를 기원하며 이 그림을 그렸으나 그는 완성 4일 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도 역시 처음 알았다.

친구들을 따라 서촌의 골목길을 제법 올라가니, 민족 시인 윤동주가 하숙을 했던 집터라는 표식이 나왔다. 위기주부가 그 옛날 재수생 시절에 광안리 밤바다를 바라보며 암송했던 <별 헤는 밤>이 여기서 씌여졌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주택가가 끝나고 작은 공원이 만들어진 곳에 세워진 등산로 안내판을 친구들이 보고 있다. 이 등산을 제안한 가운데 뒷모습의 친구는 중학교 때 만났으니 위기주부의 40년지기인 셈이고, 다른 두 명도 대학교 다닐때 알게 되었으니 30년이 넘었다.

공원의 멋진 노송들 사이로 돌다리 하나가 살짝 보이는데, 40년지기가 저 돌다리도 정선의 그림에 등장을 했다길래... '복습의 달인' 여행 블로거 자세로 또 열심히 찾아보았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 중의 수성동계곡(水聲洞溪谷)으로 갓을 쓴 선비들의 뒤로 이 돌다리가 그려져 있다. 다리가 놓여진 바위 협곡이 제법 깊어서 '물소리[水聲]'가 우렁차 수성동으로 불렸다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직접 돌다리를 건널 수는 없도록 막아놓은 듯 하다.

산자락을 따라 놓여진 자동차 도로를 건너자 등산로는 바로 산비탈을 급하게 올라가는 계단으로 바뀌었고, 잠시 쉬면서 고개를 돌리니 서울 도심의 빌딩들 위로 솟아있는 남산과 그 꼭대기의 서울타워가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거의 나무계단으로만 주능선에 도착하니 새로 만든 반질반질한 성곽이 정상 아래까지 이어져 있는게 놀라웠다. 인왕산 주능선은 한양도성의 일부로 '서울 성곽길'에 포함되며, 현재 북한산성 및 탕춘대성과 묶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이렇게 힘들게 복원을 진행하고 있단다.

마지막 급경사는 따로 설치한 철제계단과 바위를 깍아서 만든 돌계단으로 올라야 했고, 정상에 거의 다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제법 험한 등산로가 발아래로 펼쳐져 보였다. 지하철을 타고 와서 이런 바위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과 또 등산로에서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게 신기했다.

그렇게 지구 반대편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지 정확히 24시간만에 위기주부는 친구들과 해발 338.2미터의 인왕산 꼭대기에 올랐다! ㅎㅎ 정상 표식은 저기 세워져 있지만,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바위가 가장 높은 지점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올라가서는, 미국 LA에 살 때 동네 등산에서 자주하던 360도 비디오를 찍어봤다~
북한산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돈 후에 청와대를 확대하는 것으로 끝나는 영상을 유튜브로 보실 수 있다. 멀리서 온 벗을 위해 친구들이 힘 좀 썼는지, 미세먼지도 별로 없는 맑은 날씨라서 서울의 동서남북은 물론이고 아주 멀리 살짝 서해 바다의 반짝임까지 보이는 듯 했다.

청와대에서 경복궁을 지나 남산까지는 따로 고해상도 사진도 와이드로 뽑아서 하나 올려놔 본다.

좁은 꼭대기 바위에 4명이 다 올라와서는 50대 중반 아저씨들의 단체 셀카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올라왔던 등산로의 마지막 돌계단만 내려간 다음에 나오는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따라서 한바퀴 도는 코스로 하산을 했다.

하산길 중간에 종로구에서 잘 만들어 놓은 넓은 전망대가 있어서, 친구가 미리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경복궁 위쪽으로 하얗게 솟아 보이는 롯데월드타워가 참 높기는 했고, 가까이 보이는 청와대는 앞으로 개방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해서 이번에 한 번 들어가볼까 했지만, 표도 구하기 어렵고 그렇게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아서 관뒀다.

저녁은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먹자골목에서 유명하다는 체부동 잔치집을 찾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금발의 백인들이 막걸리에 파전을 먹고 있는게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우리는 비록 지하이기는 했지만 기다리지 않고 넓은 테이블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곧이어 다른 멤버 둘이 더 참석해서 모두 6명이 잔치국수로 식사를 하고 두부김치와 골뱅이 등등을 안주로 다양한 막걸리를 골라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 토요일 새벽에 남친과 함께 따로 입국하는 딸의 마중을 나가야했기 때문에, 2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과 아쉽게 1차로만 끝내고 헤어졌다. 이 자리를 빌어 연휴에 힘들게 시간을 내어서 만나준 오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서 내려, 처형댁으로 가는 시내버스 환승을 기다리며 찍은 모습이다. 그 옛날에 여기 고층건물이라고는 중앙 왼쪽에 보이는 하얀색 '국제빌딩'과 입주를 앞두고 있던 '시티파크' 주상복합, 그리고 한강대교를 건너오면 제일 먼저 나왔던 아내의 회사 빌딩 뿐이었는데... 그냥 이 사진으로 글을 끝낼까 하다가, 그래도 4장만 추가해서 이 후의 한국방문 일정도 대강 기록해 놓는다.

일요일에는 북촌에서 딸 커플을 만나 점심만 함께 먹고는 헤어져서, 익선동으로 걸어가는 길에 운현궁에서 운좋게 마당놀이를 잠깐 구경했다. 월요일에는 결혼식 준비를 도와드리러 '고터'를 갔었고, 화요일에 KTX를 타고 창원 처가집으로 내려가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수요일 저녁에 부산 형님댁에서 아버지 구순 생신을 축하했는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증손자와 함께 촛불을 끄시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는 캐나다에 사는 꼬마누나 부부도 시간을 맞춰 한국을 방문해서, 아버지의 다섯 자녀가 모두 부부동반으로 함께 모일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 다음날 점심까지 누나들과 같이 먹은 후에 창원으로 돌아갔다가 금요일에 서울로 다시 귀경했다.

토요일 결혼식에서 위기주부는 신부측 접수대를 지키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예식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동서 형님이 딸의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시작하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저렇게 서있을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싱숭생숭...^^

일요일 점심은 아직도 연락하는 고마운 옛날 회사 동료 둘을 안양에서 만났고, 월요일에는 빈 여행가방을 채우기 위해 남대문 시장과 코스트코에서 '폭풍쇼핑'을 했다. 화요일 오후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로 또 댈러스를 경유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DC행 미국 국내선 이륙 직전에 핸드폰 통화를 그만하라는 승무원의 지시에 불응한 앞자리의 여성을 게이트로 돌아가 강제로 내리게 하는 사건이 있었던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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