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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여러명의 사람들이 지평선 너머로 쭉 뻗은 도로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도로 주변에는 나무 한그루도 없고, 멀리 보이는 산도 황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바로 전세계에서 가장 덥다고 하는 죽음의 계곡!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Death Valle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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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데스밸리를 여행하면서, Stovepipe Wells에서 Furnace Creek으로 가는 도로에서 만난 마라토너들입니다. 방금 우리가 자동차로 지나온 Salt Creek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반환점을 돌아서 데스밸리에서 가장 큰 마을인 Furnace Creek에 있는 결승선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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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번과 62번을 달고 나란히 달리는 이 사람들은 부부겠죠? 설마, 불륜이면 여기서 마라톤을 하고 있겠습니까? ^^ (여기 사진들은 모두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차 안에서 찍은 것들이라, 많이 흔들리고 화질도 좋지 않은 점은 양해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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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이렇게 테이블도 만들어 놓고 자원봉사자들이 물과 음료수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임시화장실도 준비해 놓고, 'CAUTION RUNNERS ON THE ROAD'라고 크게 붙여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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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밸리의 하얀 소금바닥이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리가 방금 지나온 마라토너가 백미러에 비친 모습입니다. 쓸데없이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자동차를 세워서, 마을까지 태워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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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nace Creek에 거의 도착을 했습니다. 우리가 오늘 밤에 잘 캠핑장의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왔습니다. 사진에는 흐릿하지만, 오른쪽 저 멀리로 벌써 눈(snow)이 덮인 해발 3,368m의 Telescope Peak의 정상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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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도착하니까, 오른쪽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결승선(Finish Line)이 보입니다. 왼쪽에는 비상시를 대비해서 노란색 구급차도 준비를 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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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동차가 결승선 옆의 도로를 사진을 찍으면서 통과하니까, 사진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뚱뚱한 아저씨가 "four, ninty nine!" 하고 웃으면서 외치더군요. 아마도, 우리보고 499등이라고 말한 것 같습니다. 일단 오해하실까봐 이쯤에서 확실히 말씀을 드리는데, 여기는 지구에서 제일 더운 데스밸리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12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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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캠핑여행에서 본 '데스밸리 마라톤'은
ENVIRO-SPORTS라는 미국의 스포츠이벤트 회사에서 매년 주최하는 것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덥다고 하는 데스밸리에서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색다른 모험입니다. 하지만, 낮최고 기온이 평균 45°C인 여름에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사람 잡을 일 있습니까? 슈퍼맨도 여름에는 못 뜁니다...^^) 낮최고 기온이 20°C 정도로 달리기에 딱 좋을 것 같은 겨울철인 12월과 2월에 두 번 진행을 한다고 합니다. 또, 12월과 2월에 진행하는 두 마라톤은 코스와 성격이 좀 틀린데, 아래의 코스맵(course map)을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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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 주말에 본 행사는, 올해 12월 6일 토요일에 진행된 'Death Valley Borax Marathon'으로 경사가 거의 없는 잘 포장된 도로를 Furnace Creek을 출발해서 왕복으로 달리는 코스입니다. 'Borax'는 광물인 '붕사(硼砂)'를 말하는데, 이 Furnace Creek 근처에서 붕사광산이 매우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Half와 10km가 같이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절대 풀코스를 못뛸 것 같은 사람들도 결승선 근처에서 많이 보였군요... 이 코스의 특징은 역시 위의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모든 도로가 해수면(sea level)보다 아래에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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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진행되는 'Death Valley Trail Marathon'은 위의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출발점과 결승선이 분리되어 있는데, 위의 코스는 포장된 자동차도로가 아니고, 비포장의 산길로 해발 약 1,600m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코스라고 합니다. 저 산길은
Titus Canyon이라고 해서 데스밸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4륜구동 드라이브코스라고 합니다. (상세 설명은 링크 클릭!)
여기 미국에서 아내의 회사동료가 누구한테 명함을 받았는데, 그 명함에 '데스밸리 마라톤을 완주했음'이라고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낮최고 기온이 45°C인 여름에 완주한 것은 아니지만, '죽음의 계곡'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달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겠죠. 그러고 보니까, 마라톤코스로 겨울철에는 여기만큼 좋은 곳도 없을 것 같습니다. 황량하기는 하지만 주변의 경치도 매우 좋으니까... 달리기나 마라톤을 좋아하시는 분은 겨울에 미국 오시면 한 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3km 조깅이나 다시 시작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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