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3년전에 지혜가 대학교 신입생 기숙사에 처음 들어가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이제는 4학년 졸업반이 되어서 '마지막'으로 다시 기숙사에 바래다 주고 왔다. 신입생 때는 LA에서 비행기로 보스턴에 가서 렌트카로 기숙사에 짐을 넣어 준 후에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누나집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했었는데, 이번에는 이틀 휴가를 내어서 버지니아 집에서 차를 몰고 그 위쪽에 있는 메인(Maine) 주를 여행했다. 가을에 일주일 이상 시간을 내어서 뉴햄프셔의 단풍과 캐나다 퀘벡까지 함께 구경을 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아서 보스턴까지 올라간 김에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의 내셔널파크 한 곳과 그 주변만 찍고 내려오기로 한 것이다.
위의 지도는 일요일 아침 5시반에 출발한 첫날의 이동경로가 구글 타임라인에 기록된 것이다. 이번에는 유료도로를 최대한 피해서 펜실베니아 주로 우회해서 뉴욕을 지나갔다. 이렇게 하면 뉴욕시를 가는 경우에도 거리가 좀 멀어져 시간은 30분 정도 더 걸리지만, 통행료를 30달러 정도 아낄 수 있어서 아마 바쁘지 않은 경우에는 앞으로 더 자주 이용하게 될 듯 하다.
지난 봄에 처음 보스턴까지 운전했던 경로와 이지패스에 대한 설명은 위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코네티컷 주 이후로는 이와 동일한 루트로 이동했다. 이 날 아침에 버지니아 집에서 15번 국도를 따라 메릴랜드 주를 통과해서 펜실베니아 주로 들어설 때쯤 가족 3명의 대화 주제가 "행복하게 살자"였는데,
펜실베니아(Pennsylvania) 주 관광청의 "pursue your happiness"라는 홍보문구가 씌여진 환영간판이 딱 맞춰서 등장을 해주셨다! 인터넷에 다른 깨끗한 사진들도 많았지만, 마침 구글스트리트뷰가 아침 안개가 끼었던 그 때와 가장 비슷한 것 같아서 그대로 캡쳐를 했다.
펜실베니아 주도인 해리스버그(Harrisburg)에서 인터넷으로 찾은 여기 토마토파이카페(Tomato Pie Cafe)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3명의 아침 메뉴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모든 음식이 싸고 맛있어서, 이 경로로 또 뉴욕이나 보스턴을 가게 된다면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게 될 것 같다. 그 다음은 달리고, 기름 넣고, 달리고, 간단히 점심 먹고, 또 달려서...
오후 3시반 정도에 지혜가 마지막 대학생활을 할 기숙사인 레버렛 하우스(Leverett House)에 도착을 했다. 씩씩하게 두 개의 캐리어를 끌고 6층의 자기 방으로 향하는 지혜와 뒤를 따라 가는 엄마의 뒷모습~
이 넓은 방을 혼자 쓰는데 바닥을 이번에 새로 깔아서 아주 깔끔했고, 커튼을 친 창밖으로는 보스턴을 가로지르는 찰스 강(Charles River)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도 좋았다. 지혜는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의 수다가 급했고, 우리 부부는 또 갈길이 남았기 때문에, 짐들은 혼자 풀어서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바로 쿨하게 작별했다. 네비게이션이 가르쳐 주는데로 힘들게 시내를 벗어나서, 다시 인터스테이트 95번을 타고 북쪽으로 향하니 위기주부는 처음 만나는 새로운 주가 등장을 해주셨다.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퀘벡과 접해 있어서, 환영 단어가 불어로도 씌여있는 뉴햄프셔(New Hampshire)인데, 제일 아래에 적혀있는 "LIVE FREE OR DIE"라는 주의 모토(motto)가 무시무시하다... 유명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구호는 프랑스 혁명부터 등장했지만, 뉴햄프셔 출신의 미국 독립전쟁 영웅인 John Stark 장군이 전승기념식에 보낸 편지의 말미에 이 문구를 쓴 것을 기념해 1945년에 공식적으로 주표어로 채택되어서, 뉴햄프셔 주 자동차 번호판에도 모두 들어가 있다.
뉴햄프셔에 관해 하나만 더 소개하면, 고속도로에 이렇게 리커스토어(liquor store) 표지판을 큼지막하게 붙여 놓은 것이 특이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소비세(sales tax)가 없는 5개주 중의 하나라서 인접한 다른 주들보다 싸게 술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햄프셔는 주소득세(state income tax)가 없는 9개주 중의 하나이기도 해서, 일반적으로 알래스카와 함께 소비세와 소득세가 모두 없는 주로 유명하단다. (알래스카는 카운티에서 약간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곳이 있고, 뉴햄프셔는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함)
95번 고속도로를 그대로 조금만 더 달리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미국의 북동쪽 끝에 있는 메인(Maine)이 나오는데, 단순한 환영간판 아래의 씌여진 "The Way Life Should Be"는 메인 주의 홍보 슬로건이란다. 처음 방문하는 주니까 간단히 역사를 살펴보면, 1820년에 미주리 협정에 따라서 메사추세츠에서 분리되어 미국의 23번째 주가 되었다. 따라서 미국 독립전쟁 당시 별도의 공화국이었던 버몬트(Vermont)와 함께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13개 식민지'에 포함되지 않는 주이다. 주도는 사진 왼쪽의 표지판에 희미하게 보이는 내륙의 어거스타(Augusta)이지만, 이제 우리가 저녁을 먹기위해 들리는 곳은 그 전에 나오는 메인 주 최대의 도시로 바닷가에 있는 포틀랜드(Portland)이다.
포틀랜드 관광의 중심인 구시가지 올드포트(Old Port)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가 넘어서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9세기에 만들어진 붉은 벽돌집과 자연석을 깍아서 바닥에 깐 도로가 그대로 남아있어서 유럽의 어느 오래된 항구를 방문한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기로 한 Street & Co. 해산물 식당에 빈자리가 없어서, 길가의 야외 좌석을 7시에 예약하고는 바닷가쪽으로 걸어 나가보았다.
손님들이 아주 많았던 랍스터 전문 Portland Lobster Company 야외 식당의 입구 모습이다. 미국인들이 메인(Maine)하면 깡촌, 추위, 캐나다 옆 동네, 그리고 랍스터를 떠올린다고 하는데, 이번 우리 부부의 메인주 여행도 정말 랍스터로 시작해서 랍스터로 끝났다~^^
작년에도 보스턴을 방문했을 때 근교의 로이무어 랍스터(Roy Moore's Lobster)를 먹은 적이 있는데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이번에는 기록을 위해서 여기 메뉴판 사진 한 장을 남겨둔다. 올해 메인 주 여행기 전체가 끝날 때 쯤에는 아마도 '뉴잉글랜드에서 랍스터 싸게 사먹기'에 관한 논문이 한 편 나올지도 모르겠다. ㅎㅎ
구시가지 바닷가에는 이렇게 요트들만 정박해 있지만, 외곽의 큰 부두는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두번째로 물동량이 많은 항구로 캐나다에서 파이프라인으로 운반된 원유도 수출하고 대형 크루즈 유람선도 정박을 한단다. 참, 도시의 이름은 영국 남단의 포틀랜드 섬(Isle of Portland)에서 유래했고, 혼동하기 쉬운 미서부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는 이 곳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하니, 여기가 미국에서는 '원조 포틀랜드'인 셈이다.
저녁 식사로 랍스터와 다른 해산물이 함께 들어간 Lobster Diavolo와 로컬 맥주도 한 병 곁들였다. 랍스터와 조개는 맛있었지만 아래에 깔린 면은 너무 짜서 많이 먹지를 못했고, 남은 것은 포장해서 다음 날 국립공원 피크닉 장소에서 점심으로 한 번 더 먹어야 했다. 이렇게 전체 3박4일 여행의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조금 더 북쪽의 1번 국도 선상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차의 계기판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
하루만에 총 11시간여를 운전하면서 차례로 버지니아, 메릴랜드, 펜실베니아, 뉴욕, 코네티컷, 메사추세츠, 뉴햄프셔, 메인의 동부 8개 주를 지나온 거리는 총 640마일(1,030 km)로 작년 대륙횡단에서의 일일 최장거리를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 진짜 목적지는 다음 날에 메인 주의 꼬불꼬불한 해안을 따라서 북동쪽으로 4시간 정도를 더 운전해서 가야만 나오는 멀고 먼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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