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산과 계곡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을 따라 등산으로 주경계를 넘어 찾아간 레이븐락(Raven Rocks)

위기주부 2024. 2.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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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에 대륙횡단 이사를 하면서 테네시와 노스캐롤라이나 주경계에서 처음으로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AT)을 아주 잠깐 만났었다. AT는 더 남쪽 조지아 주에서 출발해 버지니아 서쪽 산악지대를 따라 북동쪽으로 계속 올라가 메인 주에서 끝나는데, 앞서 소개했던 쉐난도어 국립공원 내의 메리스락(Mary's Rock) 등산로도 거기에 포함된다. 그 후 일주일만에 이번에는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애팔래치안 트레일 구간을 또 찾아가 보았다.

집에서 35분 정도 운전을 해서 Raven Rocks Trailhead의 비포장 주차장에 2등 은메달로 도착을 했다.

여기는 버지니아 북부를 동서로 잇는 7번 주도(State Route)인 Harry Byrd Hwy가 블루리지(Blue Ridge) 산맥을 넘어가는 스닉커스 고개(Snickers Gap)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콜렛바 제품과 이름이 같다. "그럼, 스니커즈를 등산 간식으로 가져올걸 그랬나?"

북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시작점의 안내판에는 많은 코팅된 종이들이 붙어 있었고, 안내판 기둥과 뒤쪽 나무에 하얀색 직사각형으로 페인트칠이 된 '블레이즈(Blaze)'가 이 길이 애팔래치안 트레일임을 알려주고 있다.

가이아GPS로 기록한 경로로 왕복거리는 6.3마일에 3시간여가 걸렸는데, 목적지인 '까마귀 바위' 전망대가 이 앱에는 Crescent Rock Vista라 표시되고, 그 너머 이름 없는 언덕이 해발고도 1453피트(443 m)의 Raven Rocks로 나와서, 쓸데없이 지나쳐서 한참을 헤매는 바람에 30분 이상을 허비했었다. 등고선을 보면 산비탈과 계곡을 교대로 2번씩 지난 후에 주경계를 넘게되고, 지도 좌상단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것은 쉐난도어(Shenandoah) 강이다.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이라고 전날 약간 내렸던 눈이 첫번째 산비탈에 녹지 않고 남아 있었다. 등산로는 예상보다 험하고 바위가 많아서 하이킹 스틱을 가져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면에 보이는 나무에도 있는 트레일 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첫번째 계곡의 넓은 개울을 이제 건너가려고 하는데, 이 날은 딱 재미있게 건너기 좋은 정도였지만, 비가 많이 온 직후에는 등산화를 제법 적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오르막으로 언덕을 넘어가는 황량하고 쓸쓸한 겨울산행의 모습이지만, 나무들에 잎이 달린 봄~가을에는 이 부근에서 가장 인기있는 등산로로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두번째 계곡의 바위에 앉아서 스니커즈 대신에 초코파이와 보온병 커피로 간식을 먹고, 계속해서 마지막 오르막을 올라가면 이 등산로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유일한 이정표가 나온다.

그것은 바로 버지니아(Virginia, VA)와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 WV)의 주경계를 나타내는 표지판으로, 아마도 산속을 걸어서 '스테이트 라인(state line)'을 넘어간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이후 두 주의 경계선을 계속 들락날락하며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3개의 주가 만나는 하퍼스페리(Harpers Ferry)에서 쉐난도어 강과 포토맥 강을 차례로 건너서 메릴랜드 주로 완전히 넘어간다.

그리고 예습에서 봤던 것 같은 바위 절벽이 나왔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트레일 지도앱에는 다른 이름으로 나와 있어서 사진 한두장 찍고는 계속해서 북쪽 능선을 향해 걸어갔다.

길이 내리막으로 바뀐 다음에야 잘못된 것을 알고 뒤돌아 다시 올라온 위치로, 여기 사거리(?) 비슷한 곳에서 오른편 나무가 빽빽한 언덕이 가이아GPS에는 Raven Rocks로 나와서 눈을 헤치고 좀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백패킹을 하는 '쓰루하이커(thru-hiker)'들이 불을 피우고 텐트를 친 흔적이 나왔다. 여기까지만 확인하고 내려갔어도 충분했는데, 기어코 등산로도 없는 언덕 꼭대기를 찾아 끝까지 올라간 위기주부...

거기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에 덮힌 낙엽과 나뭇가지들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흑흑~

다시 힘들게 애팔래치안 트레일로 돌아와 지나쳤던 바위를 찾아가는데, 거의 20명쯤 되어 보이는 단체 등산객을 만났다. 평균 연령이 65세는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었지만, 사진처럼 장비와 자세는 모두 전문산악인 레벨이었다.

가운데 보이는 절벽이 올라오며 앞서 보여드린 사진을 찍었던 곳으로, 여기 레이븐락스(Raven Rocks)는 암벽등반 훈련장소로도 사용될 만큼 높이와 폭이 제법 되었다. 얼굴만 크게 나오는 셀카나 또 찍어야 겠다고 생각하는데,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나시길래 지나간 일행에서 혼자 뒤떨어지셨나 걱정했지만... 배낭 대신 비닐봉지 하나만 들고서, 자신은 AT의 이 섹션을 담당하는 '트레일앤젤(Trail Angel)'이라며 매일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단다!

그러면서 장갑까지 벗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어정쩡한 자세의 전신 사진을 찍어주셨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리고 뒤돌아 먼저 하산을 하셨는데, 잠시 후에 위기주부도 뒤따라 출발했을 때는 뒷모습이 잠깐 보였지만, 코너를 돌아서 직선의 긴 내리막이 나왔는데도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시는 것이 아닌가... "정말로 천사라서, 날개가 나와 날아가셨나?"

왕복 등산로라서 다른 사진은 없고, 주차장이 내려다 보이는 마지막 모습인데, 겨울철 주중 평일인데도 주차장이 거의 찼다. 이 포스팅을 본다고 여길 등산하실 분은 아무도 없겠지만, 여름철에는 아침 8시만 지나면 매일 주차장이 꽉 찬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이렇게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도로와 교차하는 곳에 무료 주차장이 많이 있어서 구간 산행이 가능한데, 만약 이런 식으로 전구간을 나눠서 모두 걷는다면 'NoBo와 SoBo' 즉, 남북 양방향으로 두 번을 종주한 셈이 되는건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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