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의 여행지들

버지니아 쉐난도어밸리 윈체스터(Winchester)의 남북전쟁 공원과 국립 묘지, 그리고 한국전쟁 기념물

위기주부 2024. 3.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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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를 지나는 버지니아 7번 주도(Virginia State Route 7)는 포토맥 강변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와 쉐난도어 계곡의 윈체스터(Winchester)를 동서로 잇는 약 73마일(117km)의 중요한 교통로이다. 지난 2월말에 그 도로가 블루리지 산맥을 넘어가는 고개에서 출발한 '까마귀 바위' 등산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고개를 넘어 내려가 7번 도로의 서쪽 끝인 윈체스터의 여기저기를 잠깐 구경했던 이야기이다.

시더크릭 벨그로브 국립역사공원 방문기를 쓸 때, 그 북쪽의 윈체스터가 남북전쟁의 뺏고 뺏기는 격전지라서 James R. Wilkins Winchester Battlefields Visitor Center가 위치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임시 휴관중이라 내부는 볼 수 없었지만, 이 부근에서 벌어진 6번의 전투에 대한 설명판이 앞마당에 세워져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 중에서 역시 눈에 띄는 것은 이 지역에서 두번째 충돌이었고, 남군의 슈퍼스타인 스톤월 잭슨(Stonewall Jackson) 장군이 활약한 1862년 5월의 제1차 윈체스터 전투이다. 하지만 2년여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이제 찾아가는 들판에서 벌어진 마지막 격돌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1864년 9월의 제3차 윈체스터 전투의 대치도와 설명이 빼곡한 안내판이 보이는데, 제일 우측상단에 국립공원청 로고가 보이는 이유는 쉐난도어밸리 전체가 국가유산지역으로 지정되어서 유적지 보존에 NPS가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도 소를 키우는 목장이 왼편에 있는 트레일을 따라서 기념물을 찾아가 보자~

걸어가는 도중에 옛날 플로리다 키웨스트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듀발의 공격(Duval's Attack)이란 제목의 안내판을 만났다. 오른쪽의 두발이 없는 듀발 대령보다는...^^ 그의 부하였던 가운데 아래 작은 사진의 훈남에 주목해야 하는데, 나중에 미국의 제25대 대통령이 되는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 대위이다.

이 전투에 참가한 북군의 주력은 오하이오 주에서 온 부대였기 때문에, 남쪽을 내려다 보는 위치에 작년 2023년에 새로 만들어 반짝반짝한 오하이오 모뉴먼트(Ohio Monument)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의 뒷면에는 여기 전투에 참가했던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북군 사령관이었던 필립 셰리든(Philip Sheridan), 나중에 인디언 전쟁에서 악명을 떨치다 전사한 조지 커스터(George Custer), 제19대 대통령이 되는 러더퍼드 헤이스(Rutherford B. Hayes), 그리고 제일 아래에 앞서 설명한 매킨리가 보인다. 즉 여기 들판에서 미래의 미국 대통령 2명이 함께 전투에 참가했다는 뜻인데, 참고로 오하이오 출신의 역대 대통령은 모두 7명으로, 버지니아 8명에 이어서 두번째로 많은 대통령을 배출한 주이다.

헤이스 대령이 앞장서 진흙탕인 개울을 건너 남군의 측면을 공격했던 위치에 세워진 안내판이다. 트레일을 따라 저 Redbud Run을 건너면 남군의 기념물들도 나온다고 하지만, 다른 구경할 곳들이 또 있어서 그만 왔던 길로 돌아가서 다시 차로 이동을 했다.

시내 한가운데 주택가에 자리잡은 윈체스터 국립묘지(Winchester National Cemetry)로, 오른쪽에서 펄럭이고 있는 까만 깃발은 3년전 코로나 예방주사를 맞으러 LA의 국립보훈병원을 방문했던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드렸던 POW/MIA Flag 이다.

남북전쟁이 끝난 이듬해에 공식적으로 만들어져 부근에서 전사한 북군 병사들이 매장되었고, 최근까지도 이 지역 출신으로 여러 다른 전쟁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추가로 여기에 안장되어서, 약 6천개의 묘비와 수 많은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비석에 성조기와 조화가 놓여진 Richard M. Tunner 해병대원은 2차대전, 한국전,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2022년에 92세로 사망해서 여기에 묻혔다고 적혀있다.

잠깐 더 돌아보면 남북전쟁으로 쉐난도어 밸리에서 전사한 멀리 메사추세츠 출신의 병사들을 기리는 조각도 세워져 있고,

깃발을 들고 쓰러지는 아들을 껴안고 있는 어머니(?)를 함께 조각한 펜실베이니아 기념물도 있다. 이 정도 둘러보고 7번 주도를 동쪽으로 달려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바로 근처에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장소가 하나 더 있었다~

2011년 10월에 두번째 대륙횡단 이사를 하면서 한반도 도로표지판을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석판에 새겨진 한반도 그림을 버지니아 시골에서 보게 되었다.

이 곳은 한국전 기념물(Korean War Memorial)로 여기 윈체스터 출신의 625전쟁 참전용사와 함께 그 후 한국에서 복무한 미군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2013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고 하면 한국전을 말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런 기념물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듯...

옆으로 태극기와 함께 설명판이 상세히 만들어져 있는데, 그러고 보니 한국전도 남북전쟁이다. 흔히 '시빌워(Civil War)'로 불리는 미국의 내전은 북군을 파란색으로 남군을 빨간색으로 표시하지만, 한국은 항상 정반대인 것이 차이첨이지만 말이다.

석벽에는 버지니아 쉐난도어 계곡과 이웃한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으로 한국전에서 전사한 분들이, 바닥의 빨간 벽돌에는 참전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 잠시 서서 감사의 묵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로 건너편이 조명탑까지 세워진 여러 경기장이 있는 공원이었는데, 보수공사를 하던 사람들이 "쟤는 혼자 뭐야?"라며 의아하게 보셨을 듯...^^ 이상으로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은 버지니아 윈체스터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면서, 2024년의 두번째 '등산+역사' 여행을 마쳤다. 현재 세번째는 전혀 기약이 없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으니 계획이라도 한 번 세워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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