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과 공연장

마하3 속도의 최대 비행기인 XB-70 발키리(Valkyrie)와 케네디 대통령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에어포스원

위기주부 2025. 1. 2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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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까먹었지만 위기주부가 이 비행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 특별한 외관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 주의 데이튼(Dayton) 인근에 있는 미공군 국립박물관을 방문한 가장 큰 이유도 전세계에 단 1대밖에 없는 그 커다란 비행기를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공군 박물관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1~3번 격납고 전시의 간단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전편을 보시면 되고, 이제 그 주인공을 비롯해서 가장 많은 볼거리가 등장하는 마지막 격납고의 전시물들을 소개한다.

4번 격납고는 입구 위의 안내판과 같이 다양한 주제가 모여있는 전시실인데, 우측 R&D 갤러리(Research and Development Gallery)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의 원 안에 그 비행기의 모습이 간단히 그려져 있고, 바로 아래쪽으로 멀리 미공군(U.S. Air Force) 글자가 씌여진 거대한 실물이 보인다.

1955년경에 미공군은 당시 소련의 요격기가 따라오지 못하는 지상 21 km 이상의 고고도에서 마하3 이상의 속도로 순항하며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초음속 전략폭격기 B-70 발키리(Valkyrie)의 개발을 시작한다. 하지만 곧 소련의 지대공 미사일 도입으로 높은 고도와 빠른 속도가 무적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저고도 스텔스 기능의 B-1으로 개발 방향이 바뀌고, B-70 프로그램은 1961년에 폐기된다. 비행기 앞쪽의 작은 날개인 '카나드(canard)'가 달린 기수의 아래쪽에 세워진 커다란 안내판을 고해상도로 보여드리며 설명을 계속 드리면...

그 후 미공군은 나사(NASA)와 함께 대형기의 초음속 비행을 연구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부활시켰고, 나중에 보잉에 인수되는 노스아메리칸(North American) 항공이 XB-70A로 제식명이 부여된 2대의 실험기를 1964년부터 차례로 제작해서 마하3 비행에 성공한다. 전체 폭이 32 m나 되었던 삼각형 양쪽 날개의 절반 정도가 고속 비행시에 왼쪽 사진처럼 아래쪽으로 접히는 모습이 정말 속된말로 '간지폭풍'이다.

삼각날개 시작점 아래쪽에 위치한 두 개의 흡기구와 그 아래로 전방 랜딩기어가 보인다. 즉 전체 동체 길이 56 m의 앞쪽 거의 절반이 허공에 떠있는 셈이라서, 지상에 그냥 서있는 모습도 다른 어떤 비행기와 견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앞바퀴 뒤로 보이는 오래된 비행기는 1947년에 세계최초로 마하1을 돌파했던 벨(Bell) X-1의 후속으로 1954년에 제작된 X-1B 실험기로 로켓엔진을 사용해 마하2의 속도를 냈단다.

뒤쪽으로 걸어오면 두 개의 높은 꼬리 날개와 함께 왼쪽 날개가 접히는 부분이 잘 보인다. 아래쪽의 비행기는 제트엔진으로 마하2 속도를 목표로 1952년에 만들었던 실험기인 X-3 스틸레토(Stiletto)인데, 이탈리아어로 '단검'이라는 이름처럼 날개도 거의 없는 뾰족한 형상이라서 안정성과 엔진 출력에 문제가 있어서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단다. 이제 격납고의 제일 끝쪽 벽에 붙어서 찍은 XB-70A의 대단한 뒷모습 사진을 보자~

두 개의 꼬리 날개 사이로 이 초음속 폭격기를 위해 특별히 개발되었던 최대 30,000파운드 추력의 제너럴일렉트릭 YJ93 터보제트엔진 6개가 일렬로 배열된 모습이다! 특히 삼각형 동체의 뒷면을 엔진 배기구가 가득 채운 듯한 이런 디자인이, 위기주부에게는 영화 <스타워즈>를 상징하는 전투함 '스타 디스트로이어(Star Destroyer)'를 떠올리게 해서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60년전에 만들어진 비행기지만 아직도 마하3 속도를 달성한 가장 크고 무거운 기체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발키리(Valkyrie)는 지구상에 1호기 단 하나만 남아있는데, 제작된 두 대 중에서 2호기는 1966년에 홍보용 편대비행 중에 다른 전투기와 충돌해서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 후 이 1호기로 몇 건의 실험들이 더 진행되었고, 1969년에 여기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로 마지막 비행을 해서 계속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2016년에 4번 격납고가 완성된 후에 다시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X 실험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두 기체는 날개를 거의 없앤 디자인으로 활공 테스트를 해서 나중에 우주왕복선 설계의 기초를 제공한 X-24 시리즈이며,

특이하게 앞쪽으로 꺽인 전진익 설계의 그루먼(Grumman) X-29 실험기는 날개를 잘 볼 수 있도록 공중에 메달려 있었다.

아주 재미있는 전시물로 1950년대말 캐나다 회사가 제작했다는 Avrocar라는 비행접시 모양의 수직 이착륙 테스트 기체가 있었다. 볼록한 비눗방울같은 곳에 두 명의 조종사가 머리를 내고 탑승을 했다는데, 제작된 두 대 중에서 여기 공군기지에서 실험을 했던 기체로 1961년에 땅에서 뜨는 것까지 겨우 성공했지만 너무 불안정해서 그 후로 계속 여기 창고에 처박혀 있었다고...ㅎㅎ

비교적 최신의 비행체로 2002년에 최초 제작된 무인 전투기 프로토타입인 보잉(Boeing) X-45도 전시되어 있는데, 미공군 및 나사와 함께 흔히 줄여서 '다르파(DARPA)'로 많이 불리는 미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로고도 보인다.

스페이스 갤러리(Space Gallery) 전시로는 거대한 타이탄(Titan) 로켓의 실물이 누워져 있었고, 중앙에 이 우주왕복선 모형이 만들어져 있어서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사진을 찍었다. 진짜 우주를 다녀온 왕복선 실물의 외관은 옛날 살던 LA에서도 봤고, 심지어 우리 동네에도 하나가 있어서 가짜 모형이 큰 매력은 없었지만,

대신에 이렇게 우주왕복선의 조종석 모습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 조종석은 그냥 겉모습만 꾸며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사에서 조종사 훈련용으로 총 3대를 차례로 제작한 실제와 똑같이 동작하는 시뮬레이터 CCT(Crew Compartment Trainer)의 첫번째로 1979년부터 조종법 교육에 사용되었던 것이라 한다.

화물칸도 실제 크기로 만들어져 있어서, 우주왕복선에 실려서 발사되었던 허블 우주망원경 등이 어느 정도의 규모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여기까지 경사로를 올라온 다른 큰 장점은...

미공군 국립박물관의 얼굴마담인 XB-70A의 높이 위치한 정면 '얼굴'을 가까이서 잘 볼 수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바로 아래로 제일 왼쪽에 살짝 보이는 까만색 동체는, 많이 알려진 록히드(Lockheed) SR-71 블랙버드 정찰기의 전신으로, 1963년부터 CIA가 극비리에 개발해서 운영했던 1인승 A-12 정찰기를 최대속도 마하3의 요격용 전투기로 개조한 YF-12A 시제기로, 제작된 3대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요격기라 한다.

또 노스롭(Northrop)과 맥도넬더글라스(McDonnel Douglas)가 공동으로 개발했던 스텔스 전투기 시제품으로 단 2대만 제작된, 곡선미가 풀풀 풍기는 동체에 다이아몬드 날개가 특징인 YF-23도 전시되어 있는데, 결국 유명한 F-22의 시제기였던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의 YF-22와의 경쟁에서 탈락해서 양산되지는 못한 비운의 스텔스기이다.

그리고 미공군 소속으로 대륙을 넘나들며 의미있는 활동을 했던 옛날 수송기들을 모아 놓은 글로벌리치(Global Reach) 전시물들이 있고,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이 한 번이라도 탑승한 적이 있는 작은 헬기부터 큰 여객기까지 10대 정도를 모아놓은 프레지덴셜 갤러리(Presidential Gallery)도 4번 격납고에 같이 위치하는데,

보잉 707 여객기를 개조해서 SAM 26000으로 불리며 1962년부터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으로 운영되었던 VC-137C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다. 같은 기종으로 10년 후에 도입했던 꼬리번호 27000의 후속기는 옛날에 방문했던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에서 구경했었는데, 그 때는 내부사진은 절대 찍지 못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19인치(약 50 cm)의 좁은 폭만 통과할 수 있으면, 내부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구경하고 또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었다.

낡은 가죽의 조종석과 수 많은 아날로그 계기판들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줬던 조종실의 모습이고, 바로 뒤로 역시 많은 장비들이 설치되었던 통신실과 대통령 침실 등이 나오고,

그 다음으로 가장 넓은 공간인 여기 집무실 겸 회의실이 나온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한 이 칸의 사진을 따로 올리는 이유는...

이 비행기가 바로 1963년 11월 22일에 케네디 대통령 부부를 태우고 텍사스로 갔다가, 그 날 저녁에 JFK의 시체를 화물칸에 싣고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왔던 비행기로, 앞서 사진의 회의실에서 부통령이었던 린든 B. 존슨이, 남편의 피가 묻은 '핑크 샤넬 슈트'를 입은 재클린 케네디 옆에서 대통령 선서를 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1박2일 오하이오 여행의 첫쨋날 방문했던 퍼스트레이디 국립사적지의 극장에서 영상으로 봤던 그 비행기 실물을 바로 다음날 직접 보는게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하며 박물관 관람을 마쳤던 기억이다.

이 박물관도 역시 아주 넓은 기념품 가게를 통과해야 출구로 나갈 수 있는데, 각종 프라모델 박스들을 쌓아놓은 곳 옆으로 사진 가운데 '51구역(Area 51)' 코너도 보인다. 두 편의 방문기를 마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제일 왼쪽의 흑백사진으로 보이는 1983년에 실전배치된 최초의 스텔스 공격기인 F-117A 나이트호크(Nighthawk)의 실물이 3번 격납고 제일 북쪽 구석에 있었지만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확히 10년전에 방문했던 아리조나 투싼 인근의 피마항공우주박물관(Pima Air & Space Museum)의 야외 보관소에는 위와 같이 F-117이 전시되어 있었다! ㅎㅎ 약 60기 정도가 생산되어 2008년에 서류상으로는 퇴역했었지만, 모두 재사용 가능 상태로 공군기지에 보관하다가 2023년부터 훈련에서 가상적국의 스텔스기 역할을 맡기 위해서 공식적으로 재취역을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극장이 있어서 45분 정도 길이의 영화 3편을 매시간 정각마다 차례로 총 6회 상영을 하는데, 편당 10불의 요금이 있지만 스크린도 크고 상당히 볼만하다고 한다. 미공군 국립박물관은 언젠가는 또 다시 방문하게 될 듯해서 쿨하게 작별했고... 이제 오하이오 데이튼(Dayton)이란 도시에 세계 최대 최고(最古)의 이 비행기 박물관이 들어서게된 그 기원을 찾아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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