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샌가브리엘마운틴

Bridge to Nowhere - 도로도 없는 깊은 산속에 생뚱맞게 등장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아치의 다리!

위기주부 2017. 3. 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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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 다리?" 이 정도로 번역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브리지투노웨어(Bridge to Nowhere)'는, LA 북쪽의 산가브리엘 산맥에서도 가장 신기하고 이상하고, 또 재미있는 볼거리 중의 하나라고 할 수가 있는 곳이다.

LA 뒷산에서 가장 크고 깊은 계곡인 샌가브리엘 캐년(San Gabriel Canyon)을 댐으로 막아서 만든 저수지를 건너는 이 다리가 East Fork Rd의 시작점이다. (이 다리는 오늘의 주인공이 아님^^) 다리를 건너지 않고 39번 도로를 따라 샌가브리엘 강을 계속 올라가면, 미국에 와서 이 산맥을 처음 방문했을 때 찾아가려고 했던 크리스탈 호수(Crystal Lake)가 나온다.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계곡을 따라 약 10 km를 자동차로 들어가면 넓은 주차장이 나오는데, 일출 1시간 정도 지난 시간인데도 주차장은 물론이고 입구 도로변까지 차들이 벌써 가득했다. 샌가브리엘 강의 '동쪽 지류(East Fork)'의 계곡을 따라서 깊고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트레일이 여기서 시작된다.

주차장 북쪽 끝에 차를 잠시 세운 이 두 명은 그냥 계곡을 한 번 내려다 보고는 돌아섰다. 게이트를 지나서 비포장도로를 따라서 조금 걸어내려가면 Heaton Flat 이라는 작은 캠핑장이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 있던 안내판으로 샌가브리엘 준국립공원(San Gabriel National Monument)에서도 가장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Sheep Mountain Wilderness 지역을 보여주고 있다. 지도 한가운데에 목적지인 "Bridge to Nowhere"가 보이고, 여기서 East Fork Trail을 따라서 4.2 마일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 북쪽으로 2번 도로 아래에 작년 가을에 다녀왔던 Mt. Baden-Powell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 그리고 지도 오른쪽에 이 산맥에서 가장 높은 해발 3천미터가 넘는 "마운트볼디(Mt. Baldy)" Mount San Antonio가 보인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이 트레일은 계곡을 따라서 올라가는데, 이렇게 어른 종아리 이상 높이의 물길을 목적지까지 총 6번을 건너야 한다! 깊이는 종아리 정도이지만 물살이 엄청나게 쎄기 때문에 하이킹스틱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계곡 옆으로는 이렇게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었는데 (파란 해먹에 지금 누워서 주무시고 계심^^), 캠프사이트의 분위기가 일반적인 국립공원이나 국유림의 야영객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들었다...

1시간 정도 걸어서 트레일을 절반 정도 올라와서 Allison Gulch와 만나는 곳 부근에 서쪽으로 보이는 바위절벽은 "Swan Rock"이라고 불리는데, 사진 가운데에 하얀 백조 한마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계속 계곡을 따라서 올라가는데 트레일 바로 옆에서 아침부터 '삽질'을 하고있는 사람이 있어서, 무엇을 하는건지 물어보니... 금을 찾고 있다고! 뭐라 할 말이 없어서 "Good Luck" 한마디 해주고는 계속 걸어가는데,

앞에 걸어가는 두 분의 배낭이 심상치가 않았다. 배낭에 짊어진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금을 찾기 위한 도구라고 한다! 아직도 이 계곡 주변에서 금을 찾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앞쪽에 더 나이가 많은 분이 작은 지갑같은 것을 꺼내더니 열어서 위기주부에게 보여주었다.

유리병 안에 노란색으로 보이는 것이 지난 번에 여기 샌가브리엘 계곡에서 찾은 금, 골드(gold)란다! 다른 젋은 분 말씀이 이미 이 분은 여기서 찾은 금으로 아내 금반지도 만들어서 줬다나... 캘리포니아 골드러시(California Gold Rush)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었따! ^^

물줄기를 6번 건너고 질퍽이는 등산화로 계곡 동쪽으로 넓은 비포장도로(?)를 걷다가 'Welcome to the Bridge to Nowhere"라는 제목의 이 안내판이 나오면 목적지에 거의 도착을 한 것이다. 그런데 환영간판의 내용은 다리와 그 주변은 사유지이므로 뭘 하면 안된다는 내용만 빨간 글씨로 잔뜩 씌여있다.

그리고는 간이 화장실과 컨테이너 가건물이 몇 개 나오고 마침내 멋진 좌우 난간을 가진 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리 위 오른쪽에는 무슨 장비들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일단 다리의 끝까지 건너서 가보기로 하자.

걸어온 쪽은 그나마 넓은 도로같은 트레일과 다리가 연결이 되어있지만, 다리의 반대쪽 끝은 그냥 이렇게 돌무더기로 꽉 막혀있다. 그나마 오른쪽으로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가느다란 트레일이 있어서, 그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서 돌아보면,

멋진 아치를 그리는 콘크리트 다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깊은 산 속 옹달샘은 들어봤어도, 깊은 산 속 콘크리트 다리?"

저 아래 물이 흐르는 곳은 아직도 햇살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깊은 절벽을 끼고 있었는데, 여기서 상류로 계속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양쪽이 높은 절벽으로 되어있는 '내로우' The Narrows라고 불리는 곳이 나온다고 한다. 처음부터 여기서 더 들어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저 아래 사람들이 보이는 계곡 바닥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내려가다 중간쯤에서 간식을 먹고 증명사진 한 장을 부탁해서 찍었다. 그리고는 다리 바로 밑 물가까지 내려갔다.

계곡에서 높이가 37 m인 이 멋진 콘크리트 아치의 다리는, 지금 걸어온 East Fork 계곡을 따라 산맥을 남북으로 관통해서 북쪽 너머의 라이트우드(Wrightwood) 마을까지 도로를 뚫기 위해 1936년에 만들어졌는데, 백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1938년 3월의 LA 대홍수에 다리 하류쪽에서 공사중이던 도로가 대부분 유실되어서 건설계획이 완전히 취소되는 바람에, 이렇게 깊은 산 속에 혼자 남게 되었다고 한다. (돌무더기로 막혀있던 다리 북쪽은 바로 터널로 이어질 예정이었다고 함) 결국 멋지게 만들어놓고 실제 자동차는 한 번도 지나다닌 적이 없는 다리로 무용지물로 전락할 뻔 했지만, 지금은 다른 용도로 아주 잘 사용되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더 없이 완벽한 번지점프(bungee jump) 장소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이다. LA에서는 유일한 번지점프 시설인 것은 확실한데, 다리 위에서 만났던 직원은 캘리포니아는 물론 미서부에서도 유일한 번지점프 장소라고 주장을 했었다.

두 개의 발판에서 교대로 사람들이 계속 고무줄에 매달려 뛰어내리는 모습을 밑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위기주부가 왠만해서 동영상을 세로로는 안 찍는데, 이 번지점프는 세로로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한 참을 구경하다가, 다시 2시간반을 걸어서 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섰다.

그런데, 다리 위에서 이렇게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더 아찔하고 재미있어서, 또 한참을 구경...

스카이다이빙은 아니더라도 번지점프는 언젠가는 한 번 해보고 싶은데... 내가 과연 저렇게 뛸 수 있을까?

여기 Bridge to Nowhere 다리에서의 번지점프는 번지아메리카(Bungee America)라는 회사에서 진행을 하는데, 한 번 뛰어내리는 가격은 현재 $99로 주말에만 운영을 한다. 사진에도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데, 아주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왕복 5시간의 힘든 트레일을 덤으로 반드시 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다리를 건너와서 마지막으로 또 돌아보니까 여성분이 뒤로 만세를 부르면서 뛰어 내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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