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미국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 NPS)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3부작 포스팅의 두번째로 준국립공원(準國立公園)이라 할 수 있는 당시 121개의 내셔널모뉴먼트(National Monument)에 대해 정리한 포스팅을 여기를 클릭해 보실 수 있다. 지난 10월에 바이든 대통령이 콜로라도의 육군 산악훈련소였던 곳을 Camp Hale - Continental Divide National Monument로 지정하면서 지금은 130개가 되었는데, 이처럼 최근에 추가된 곳들은 해제된 군부대나 연방정부가 새로 취득한 역사적인 건물 등이 많다. 지난 9월 남부 버지니아 1박2일 여행의 둘쨋날 아침에 잠깐 구경했던, 이제 소개하는 내셔널모뉴먼트도 한 때 미국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요새가 NPS 소관의 공원으로 지정된 경우이다.
숙박했던 버지니아비치(Virginia Beach)에서 30여분을 달려서 햄프턴(Hampton) 마을의 도서관에 도착을 했는데, 여기가 포트먼로 내셔널모뉴먼트(Fort Monroe National Monument)의 방문자 및 교육 센터로 사용되는 곳이지만... 우리가 방문한 월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흑흑~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포트 먼로(Fort Monroe)는 2011년 9월까지 군대가 주둔하던 요새로 사용되다가 해제된 후에, 바로 11월에 당시 오바마의 대통령령에 의해 준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그래서 신호등까지 잘 만들어져 있는 오래된 요새의 정문으로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 보는데, 이 곳은 아래의 항공사진을 가져와서 보여드리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바닷가 모래톱에 인공적으로 땅을 파서 만든 해자(垓子, moat)로 둘러싸인 기하학적인 성벽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이 요새는 미영전쟁 이후인 1819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834년에야 완공되었고, 제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James Monroe)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우리가 들어간 정문이 요새의 왼편에 보이는 해자를 건너는 가장 긴 다리인데, 이렇게 당시로는 난공불락의 대단한 요새를 여기에 만든 이유는 나중에 지도로 설명을 드릴 예정이다.
요새 안으로 들어와 차를 몰고 미리 예습해서 찾아놓은 케이스메이트 뮤지엄(Casemate Museum), 즉 '포대(砲臺) 박물관'을 찾아왔지만 매한가지로 문을 닫았다...
그래서 입구에 쌓아놓은 이 대포알 피라미드만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정작 이 잘 만들어 놓은 큰 요새에서 실제 전투가 벌어져서 대포를 쏜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성곽 모서리에 돌출되게 만들어 놓은 보루(堡壘)를 영어로 'bastion'이라 한다는데, 여기 워킹투어 4번은 제일 높은 깃대를 세워놓아서 Flagstaff Bastion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번 포스팅은 어려운 한자어가 많이 나오는 듯...^^
경사로를 따라 성곽 위로 올라오면 앞바다의 지도가 안내판에 그려져 있는데, 남쪽으로 바라보는 것이라서 지도도 위쪽이 남쪽이다. 요새가 있는 곳은 제임스 강(James River)이 체사피크 만(Chesapeake Bay)과 만나는 입구로, 여기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길은 햄프턴로드(Hampton Roads)라 불리며 식민지 시절부터 중요한 항해로였다. 안내판에 미국의 해군기지로 유명한 노퍽(Norfolk)이라는 지명도 보이는데, 그래서 아래 구글지도를 따로 준비했다.
작은 사진들은 모두 올해 초에 찍힌 구글어스 위성사진으로, CVN 일련번호로 알 수 있듯이 가장 최신의 미국 항공모함 3척이 여기 모여있다. 마지막 10번째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오른쪽 USS George H.W. Bush는 노퍽 해군기지에서 보수중에 있고, 올해부터 작전에 투입된 차세대 포드급(Ford class) 항공모함인 왼쪽 아래 USS Gerald R. Ford와, 그 위에 제작중인 같은 급의 USS John F. Kennedy의 두 척은 뉴포트뉴스(Newport News)의 해군 조선소에 나란히 정박해 있다. 이것만 봐도 빨간 마커로 표시된 Fort Monroe가 지키고 있는 입구가 식민지 시절부터 지금 21세기까지 미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충지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그렇기는 한데... 요새의 성벽 위에서 딱히 더 구경할 것은 없어서, 괜히 미안해 했던 가이드의 모습이다.
이 곳이 남부 버지니아에 속하니까,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여기 주둔하던 연방군은 적군에 포위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남군은 감히 이 철통방어의 요새를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북군은 우수한 해군력의 지원을 받아 이 요새를 거점으로 노퍽 등에서 전투를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곳이 '자유의 요새(Freedom's Fortress)'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따로 있는데, 아래 비지터센터의 내부 사진을 한 장 가져와서 보여드리며 설명한다.
남북전쟁이 시작된 직후에 인근에 살던 흑인노예 3명이 이 요새로 목숨을 걸고 탈출을 했고, 당시 미국 연방법은 도망친 노예는 잡아서 주인에게 돌려주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변호사 출신의 군인이었던 Benjamin Butler 사령관이 판단하기를... 버지니아는 미연방에서 탈퇴를 했으니 이 3명을 연방법에 따라 주인에게 돌려줄 의무가 없고, 남부가 노예들을 연방과의 전쟁에 이용하고 있으니 이 3명은 적군에게서 빼앗은(제발로 걸어왔지만^^) '전리품(contraband)'이라 선언하고는 안전하게 요새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게 된다. 이 소문이 퍼져 다른 노예들도 이리로 탈출을 해와서 '자유의 요새'로 불리게 되고, 버틀러 소장의 이러한 법해석이 나중에 링컨이 남부의 노예해방(Emancipation)을 선언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여기처럼 1800년대에 벽돌로 지은 대규모 요새가 미국의 공원으로 관리되는 곳들이 이외에도 많이 있고, 그 중에 한 곳은 최고 등급(?)인 내셔널파크(National Park)로 지정되어 있는데 아직 못 가봤다! 여기를 클릭하면 그 국립공원에 가장 가까이 갔었던 여행기와 함께, 글의 제일 마지막에서 그 곳의 이름을 확인하실 수 있다. "언제 가볼 수 있을까?"
이 정도로 요새 안쪽의 구경은 마치고, 반대쪽 동문으로 나가기 위해서 파란불을 기다렸다.
모든 게이트가 차 한대만 지나갈 수 있는 폭이라서, 교차신호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 절대 설 수는 없다.
요새의 바깥쪽도 저 건물을 포함해서 공원에 속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성조기 장식을 한 저 집은 뭘 하는 곳일까?
맞은편으로는 피싱피어(fishing pier)가 만들어져 있어서 아내가 끝까지 걸어가보고 있는데, 말 그대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이 피어를 지나서 조금 더 걸어간 바닷가에 또 중요한 이정표가 하나 있는데, 거기까지 가보지를 않았기 때문에 관광청에서 가져온 사진으로 대신 보여드린다.
앞서 미국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에 관해 말씀 드렸는데, 사실 그 미국 흑인노예의 역사가 시작된 곳도 이 바닷가라고 한다. 식민지 시절이던 1619년에 영국 사략선(privateer)이 서인도 제도로 가던 포르투갈 노예선에서 뺏은 흑인노예 약 20명을 여기 포인트컴포트(Point Comfort)에서 식량과 교환했다는 기록에 따라서, 그들이 영국의 버지니아 식민지에 최초로 발을 디딘 아프리카 흑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야전상의를 입고 낚시를 하시는 분 너머로 보이는 올드 포인트컴포트 등대(Old Point Comfort Lighthouse)는 1802년에 만들어져 지금도 불을 밝히고 있어서, 체사피크베이(Chesapeake Bay)에서 운영되고 있는 등대들 중에서는 가장 오래되었다 한다. 이렇게 오래간만에 준국립공원(National Monument) 한 곳을 간단히 둘러보았는데, 전날 국가기념물(National Memorial), 국립해안(National Seashore), 국립사적지(National Historic Site)의 3곳을 방문했으니, 1박2일 여행에서 벌써 4번째 NPS official unit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바로 이어지는 다음 방문지는 또 국립역사공원(National Historical Park)이었으니까, 1박2일만에 유형이 다른 총 5곳을 골고루 이 리스트(보시려면 클릭!)에 추가하는 기록을 세웠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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