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꿩 대신 닭'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이번 봄방학에는 뉴멕시코주 화이트샌드(White Sands) 준국립공원을 가려고 오래전부터 벼르고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가까운(?) 자이언 국립공원으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자이언 바로 아래에 있는 이 곳을 한나절 들리기로 했다. "하얀 모래나, 핑크색 모래나... 같은 사막이잖아?"
자이언(Zion) 국립공원의 남동쪽,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외진 곳에 있는 유타(Utah)주의 코랄핑크샌드듄 주립공원(Coral Pink Sand Dunes State Park)으로 들어가는 도로이다. (구글맵 지도는 여기를 클릭) 혹시나 다른 여행기들이 있나 해서 '코랄핑크'를 검색해봤더니, 엄청나게 많은 포스팅들이 나온다! 올 봄 여성화장의 립스틱 인기색깔이 바로 산호색, 코랄핑크(coral pink)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계속 속담으로^^), 가스오븐까지 설치되어 있던 주립공원의 피크닉에리어에서 후배가족과 함께 점심을 배부르게 먹었다. 1시간 전에는 기암절벽 사이로 푸른 나무가 자라는 곳에 있었는데, 지금 여기는 사방의 붉은 모래에 마른 덤불이 듬성듬성 흩어져 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로 가는 길 입구에는 붉은 톤의 그림으로 이 모래언덕에 사는 동식물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해놓았다.
야트막한 모래언덕을 오르며 돌아보니, 공원입구에 있던 비지터센터 건물이 아주 멋있게 보였다. 우리가 들어올 때는 직원이 없어서 셀프로 $6의 입장료를 냈는데, 나가면서 잠시 들러보니 아주 재미있는 전시가 있었다.
잘 만들어진 전망대에 서면 저 멀리 정말 붉은색의 모래언덕(sand dune, 사구)들이 보이는데, 안내판에 그려진 그림이 아주 낮익었다. 바로 예전에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 국립공원 여행기에서 설명한 적이 있는 '지층의 거대한 계단' The Grand Staircase의 단면도인데, 20억년 동안의 퇴적층 단면이 드러나있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곳인 콜로라도 고원(Colorado Plateau)의 한가운데에 이렇게 핑크색의 사구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모래언덕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모래, 바람, 장애물의 3가지가 필요하다. 핑크색의 모래는 이 지역에 노출된 붉은 나바호샌드스톤(Navajo Sandstone)이 풍화된 것인데, 강한 바람에 실린 모래가 이 지역을 통과할 때 뒤로 보이는 산맥과 또 다른 산맥이 깔대기 처럼 막고 있기 때문에 풍속이 느려지면서 모래가 떨어져 쌓인 것이다. 유체역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벤츄리 효과(Venturi Effect)'라고 부른다고 한다는데,
"벤츄린지 빤쥬인지는 모르겠고... 일단 저 꼭대기까지 가보자~" 그런데, 후배가 한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바로 동그란 눈썰매다!
빨리 모래 위에서 썰매를 타보고 싶은 마음에 모래언덕의 능선에 올라가자마자 일단 지혜는 썰매위에 앉고 보는데...
썰매는 어디가고 무조건 바디슬라이딩~ 그래도 저 즐거워하는 표정! ㅋㅋㅋ
후배 아들녀석도 떼굴떼굴 굴러내려가서는 둘이 함께 정신없이 웃고 있다.
여기는 경사가 별로 없어서 안되겠다. 저기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타자.
모래언덕 꼭대기의 경사는 상당해서, 저렇게 썰매 없이도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내려가면 저 경사를 다시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정말 힘들겠지?
그런데,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의 모래산을 오르는 것은 정말 상상이상으로 힘들었다. 결국은...
"지혜 누나! 여기서 쓰러지면 안돼! 기어서라도 가야지~ 헉헉~"
냉정하게 아이들은 버려두고 먼저 정상에 오른 우리는 '사막의 여인' 화보촬영에 돌입~^^ 뒤쪽으로 모래 위에 보이는 줄무늬는 사륜바이크, ATV의 바퀴자국인데 여기는 ATV를 빌려타고 이 모래언덕을 달릴 수가 있단다.
우리야 썰매로 충분한데, 문제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모래바람이 세게 불어서 정상에 오래 있기가 힘들었다는 것... 집에서 준비할 때 썰매와 함께 고글과 마스크도 챙겼어야 했다.
지혜는 그래도 꿋꿋이 저 경사를 두세번 타고 내려갔는데, 내려갈 때는 신나지만 걸어서 올라올 때는...
거의 탈진상테~ (너무 불쌍해 보여서 이 사진 빼려고 했는데, 지혜가 자기 모습이 마치 '몬스터를 물리친 여전사'같이 멋있다면서, 꼭 넣어달라고 했음)
먼저 주차장으로 돌아가고 있는 후배가족인데, 왠지 심히 예술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같이 가... 으악! 철퍼덕~" 썰매 타고 급하게 내려가다가 앞으로 자빠진 지혜~ 저 상태로 한동안 허우적거리며 못 일어났는데, 모래를 너무 많이 먹었는지 저 때부터 과흥분(over-excited) 상태가 되어서 우리 따님께서 살짝 맛이 가셨다. ㅋㅋㅋ
"아빠가 시범을 보여주마~ 썰매는 이렇게 중심을 뒤에 놓고 타야 안 뒤집어지지. 음무하핫!"
뒤따라서 모래언덕을 조심조심 내려오는 아내를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아직도 흥분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지혜~ "나 제정신이 아니니까, 찍지마~"
주차장으로 돌아가서는 물론, 다음날 집에 가서까지 구석구석에 모래를 털어낸다고 고생은 했지만, 정말로 모두가 잊을 수 없을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코럴핑크샌드듄(Coral Pink Sand Dunes) 주립공원이었다. 휴가가 하루 더 길었던 후배가족은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으로 먼저 출발하고, 우리는 비지터센터를 들렀다가 라스베가스로 돌아갔다.
비지터센터에는 이렇게 미국과 전세계의 '유명한 모래'들을 수집해서 전시해놓았는데, 왼쪽에 큰 병은 미국의 모래들이고 오른쪽의 작은 병은 사하라 사막 등, 다른 나라의 모래들이었다. 아내의 머리 오른쪽으로 주황색 두 병이 붙어있는데, 그 중 왼쪽이 이 곳의 모래로 역시 가장 붉은색이었다. 우리가 가본 데스밸리(Death Valley)와 모하비사막(Mojave Desert)은 물론이고 반가운 하와이의 블랙샌드비치의 모래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 단연 나의 시선을 끈 모래는 바로...
이것이다! 저 순백의 화려함...^^ '꿩 대신 찾아온 닭'에서 꿩의 흔적을 발견할 줄이야~ 나는 언제 저 하얀 모래를 밟아 볼 수 있을까? 이렇게 항상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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