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의 여행지들

펜실베니아 출신의 괴짜 고고학자, 유물 수집가, 타일 제작자가 살던 집인 폰트힐 캐슬(Fonthill Castle)

위기주부 2025. 2. 18. 16:52
반응형

이젠 당일로 맨하탄을 다녀오는게 쉽지 않아서, 조카 부부를 만나고 돌아오는 저녁에 뉴저지에서 숙박을 했다. 호텔비를 썼으니 다음날 뭔가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필라델피아 시내는 주차가 힘들까봐 그렇게 끌리지 않았고, 유명한 정원들은 아직 겨울이라 본전을 못 뽑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필라델피아 외곽 벅스카운티(Bucks County)의 도일스타운(Doylestown)이란 마을에 있는 이 독특한 '성(城)'을 아내가 찾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이드 투어비 인당 15불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흥미있는 장소였다.

그 전에 승용차만 겨우 마주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철교의 사진을 보여드리는데, 뉴저지와 펜실베니아의 경계인 델라웨어 강에 놓여진 워싱턴크로싱 다리(Washington Crossing Bridge)로, 강 양쪽의 마을 이름도 동일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 이유는 1776년 크리스마스 저녁에 조지 워싱턴이 직접 2,400명의 대륙군을 이끌고, 바로 여기서 반쯤 얼어붙은 강을 배로 건넜기 때문인데, 미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보신 적이 있을 아래의 그림으로 유명한 역사적 장소이다.

가로 6.5미터의 대작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Washington Crossing the Delaware> 작품인데, 다음에 MET를 다시 방문하면 미국관에 걸려있는 이 그림을 꼭 직접 봐야겠다~ 이렇게 강을 건너 뉴저지 트렌턴(Trenton)에 주둔한 영국이 고용한 독일용병 부대를 상대로 기적같은 승리를 거둬서, 꺼져가는 독립의 불씨를 극적으로 되살리게 된다. 이를 기념하는 펜실베니아 주립의 역사공원이 강가에 만들어져 있지만, 다음 기회에 들리기로 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원래의 목적지를 찾아갔다.

폰트힐 캐슬(Fonthill Castle)은 제목의 소개와 같은 헨리 머서(Henry Mercer)가 직접 설계해서 1908~1912년에 콘크리트로 건설한 자신의 집이다. 성에는 44개의 방과 200개의 창문 및 18개의 벽난로가 있는데, 1시간짜리 유료 투어에서는 중앙의 출입문을 기준으로 미로같은 왼쪽 절반만 겨우 둘러보게 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입구를 통해 실내로 처음 들어섰을 때는 던전(Dungeon)같은 분위기의 좁은 공간에 기둥과 천장도 기괴해서, 집주인이 드라큘라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하지만 가이드 왼편의 닫혀진 문을 열고 첫번째 방으로 들어가면서부터 그 걱정은 감탄으로 바뀌게 된다~

복층의 도서관으로 집주인 헨리 머서가 직접 만든 세라믹 타일(tile)로 장식되어 있다. 집의 모든 콘크리트 기둥과 천장이 원래는 파스텔 톤으로 칠해졌었다고 하지만, 10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흘러서 그 색깔들이 모두 바래진 상태란다.

벽난로 위의 이 타일들은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를 묘사한 것으로 그는 이와같이 특별한 디자인의 타일 제작자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작년말에 위기주부가 직접 방문해 소개했던 펜실베니아 주의사당에 그의 최대 타일 모자이크 작품이 있으며, 모두가 들어본 LA 헐리우드 거리의 만스차이니즈(Mann's Chinese) 극장 로비의 바닥도 그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타일이란다!

도서관 옆으로는 주 거실이 나오는데, 그가 전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많은 나라의 타일들이 일련번호와 함께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벽난로 옆에 서있는 말년의 주인장 모습으로, 그는 1856년 도일스타운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유펜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한 번도 변호사로 활동을 하지는 않고 바로 유럽으로 떠나서 8년이나 여행을 했단다. 그리고 돌아와서 1890년에 펜실베니아 대학교 박물관의 고고학 큐레이터로 취직했지만 바로 그만두고, 독일 도예가로부터 전수를 받아서 1898년에 여기 자신의 땅에 나중에 보여드릴 타일 공장을 먼저 만들게 된다.

거실 중앙의 사각 기둥에는 색색의 타일에 둘러싸인 작은 점토 조각들이 있는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바빌론 쐐기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으로 기원전 2,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수집품들이란다!

거실에서 계단을 올라온 후에 뒤돌아 올려다 보면, 지나온 문 위로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직접 만들어서 붙인 타일들이 보인다. 여기서 건너편 주방과 식당 등을 포함해 사방으로 갈림길이 미로처럼 만들어져 있어서, 가이드를 잘 따라다니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상이었다.^^

많은 게스트룸들 중의 하나로 얼핏 열악해 보이지만, 지금 불을 밝히고 있는 전구의 전기배선은 물론 당시로는 최첨단의 인터폰 시설까지 그가 직접 설치를 했고,

욕조와 세면대 및 수세식 변기가 구비된 전용 화장실까지 딸려있는 마스터룸이었다!

2층 응접실에 해당하는 콜럼버스룸(Columbus Room)으로 이 집에서 가장 화려한 천장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컬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다른 두 문명의 만남 등을 주제로 하나하나 직접 만든 타일들로 손수 장식을 했다고 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헨리 머서는 1930년에 73세로 이 방에서 사망했고, 유언에 따라 이 집과 그의 개인 박물관은 그가 회원이던 카운티 역사협회에 기증되었다. 하지만 그를 돌보고 집을 관리하던 하인 부부는 계속 여기서 거주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아서, 하녀였던 Laura Swain은 1975년까지 여기 살면서 가끔 직접 투어 가이드를 하기도 했단다. 이 시점에서 옛날에 네이버 메인화면에도 소개되었던 위기주부의 데스밸리 스코티캐슬(Scotty's Castle) 이야기가 떠오른다~

복도 계단의 위쪽을 그가 중국에서 수집한 기와와 장식들을 전시하기 위해서, 아예 작은 기와 지붕을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공장에서 타일을 만들지 않을 때, 그는 이 서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단다.

책상 위의 책장과 벽난로 사이에 놓여진 것은 진짜 사람의 해골인데, 1900년대 초에는 지식인들 사이에서 해골을 소유하고 전시하는 것이 이상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하며, 이 해골도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던 것 같다.

서재 옆으로는 별도의 서고가 또 만들어져 있어서, 이 집에만 약 6천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는데, 거의 모든 책에 헨리 머서가 단 주석이 달려있는 것으로 봐서 단순 전시용이 아니라 모두 직접 다 읽었다는 뜻이다.

노란색 톤으로 예쁘게 꾸며진 이 방은 여성 손님을 위해 마련한 방인데, 제일 오른쪽 빨간 벽에 붙여놓은 타일로 만들어진 그림들은 프랑스 설화 '푸른 수염(Bluebeard)'의 장면들이란다. 그 전래된 이야기의 여주인공은 푸른 수염의 귀족과 결혼을 하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지금까지 6명의 아내를 차례로 모두 죽인 살인마라는 내용이다...ㅎㅎ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지역 '알함브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지중해 스타일의 타일로 예쁘게 장식된 출입구 옆의 온실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고는 1시간이 후딱 지나간 흥미만점의 투어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는 앞서 언급한 이 성을 꾸미는데 사용된 타일들이 모두 제작된 그의 공장이 바로 옆에 있다고 해서 거기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모라비아 도자기 및 타일 공장(Moravian Pottery & Tile Works)은 현재 카운티 소유의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도예 공방과 이벤트 장소 등으로 활용되며 역시 정해진 시간에 유료로 내부 가이드투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오른편 입구 안에 있는 기념품 가게만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폰트힐캐슬 등의 장식에 사용된 것들과 같은 틀을 이용해 찍어서 유약을 바르고 구운 타일들을 여기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데...

어른 손바닥만한 이 타일들이 하나에 무려 47불로 가격이 아주 비싸서, 그냥 가까이서 만져보고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헨리 머서는 자신의 많은 수집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별도의 개인 박물관을 또 하나 더 지었는데, 여기서 1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는 그 곳은 다음 기회에 구경하기로 하고, 우리는 밥도 먹고 눈요기도 할 목적으로 2022년 봄에 방문했던 밸리포지 국립역사공원이 위치한 마을인 킹오브프러시아(King of Prussia)애 있는 쇼핑몰로 향했다.

필리(Philly)들은 그냥 KOP라 부르는 킹오브프러시아 쇼핑센터는 약 450개의 점포가 입점해서, 2025년 현재 매장면적 기준으로 미국에서 4번째로 큰 쇼핑몰이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사진은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모두 모여있는 곳으로,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1시간 가까이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이런 럭셔리 매장들이 장사가 되는게 신기했다.^^ 쇼핑몰이 너무 크고 복잡해서 잠시 길을 잃기도 한 후에, 3시간여를 쉬지 않고 운전해 버지니아 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2025년의 첫번째 1박2일 뉴욕여행을 마쳤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