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연휴의 앞쪽에 하루를 더 붙여서 3박4일로 떠났던, 킹스캐년과 요세미티 국립공원 겨울여행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한 편이 더 있기는 하지만, 그건 LA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렸던 새로운 아울렛 이야기라서^^)
서쪽입구 밖인 엘포탈(El Portal)에서 2박을 하면서 가운데 하루를 요세미티에 투자했는데, 터널뷰(Tunnel View)를 들렀다가 커리빌리지에서 늦은 아침을 먹은 후에 버날폭포(Vernal Fall)가 보이는 다리까지 계곡을 따라 하이킹을 했다. 그리고는 이제 비지터센터가 있는 요세미티빌리지(Yosemite Village)로 가서 늦은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남은 곳들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다.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가 가운데 보이는 바위산 아래 소나무숲을 끼고 지붕에 눈을 이고있는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세미티빌리지는 관광객들을 위한 넓은 주차장과 비지터센터, 기념품가게와 식당, 숙박시설 등이 모여있는 곳인 동시에, 실제로 거기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village)'이기도 해서, 병원과 교회는 물론이고 미연방법원(US Court) 재판소 건물도 있다!
겨울에는 마켓 건물에 있는 '정말 맛있는' 햄버거 가게가 장사를 하지않기 때문에, 여기 Degnan's Cafe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했다. 점심을 먹고는 예의상 비지터센터를 들릴까 하다가, 겨울이라고 뭐 특별히 비지터센터가 다를게 있겠냐는 생각에 바로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서 요세미티 폭포 구경을 하러 Yosemite Lodge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어퍼폴(Upper Fall)에 하얗게 얼어붙었던 얼음들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서 대부분 떨어져내린 것을 볼 수 있다. (이전 편에서 보여드린 아침 모습은 여기를 클릭) 또, 로워폴(Lower Fall)로 향하는 산책로 좌우의 키 큰 소나무에 쌓인 눈들도 대부분 녹아서 기대만큼은 멋지지가 않았다. 다음에 다시 '겨울 요세미티'를 방문한다면, 이번과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오전 일찍 여기에 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높이가 약 100m인 로워요세미티폴(Lower Yosemite Fall) 아래에 도착을 했는데,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서 사람들이 많았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흘러가는 요세미티크릭(Yosemite Creek)은 물살이 세서 그런지 개울물이 완전히 얼지는 않았다.
'털모자 가족사진' 한 장 더 찍고는 자동차를 세워둔 요세미티라지(Yosemite Lodge)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폭포의 물방울도 날리고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 폭포 바로 아래쪽의 산책로는 이렇게 빙판길이라서 내려갈 때는 상당히 미끄러웠다. 지혜는 엉덩이로 내려오고 있는데, 잠시 사이에 미끄러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산책로 입구에 있는 요세미티 폭포의 모형이 눈속에 파묻혀있길래, 지해와 내가 눈을 다 치워주었다. 그 앞에 깨끗한 눈이 수북히 쌓여있어서 지혜가 스노우앤젤(snow angel)를 만들고...있는 것은 아니고, 아빠가 밀어서 눈 위에 자빠진거다~^^
오후 4시,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강변북로' 일방통행 도로에 어두워지기 전에 산을 내려가려는 차들이 제법 밀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숙소는 바로 공원밖이라서 숲을 지나서 여유있게 다시 차를 세웠다.
바로 여기! 엘캐피탄 초원(El Capitan Meadow)... 아니 설원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눈안개가 피어오르는 넓은 평지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엘캐피탄 바위는 지금 우리 뒤쪽에 있고, 남쪽으로 초원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바위는 '대성당' 캐서드럴락(Cathedral Rocks)이다.
지난 밤에 내린 푹푹 빠지는 눈을 밟으며 한참 설원의 안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눈안개 속을 달리는 아이들... 솔직히 이런 환상적인 새하얀 겨울풍경을 처음봐서, 저 눈밭 위에 뿌옇고 하얀 것을 '눈안개'라고 부르는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진짜 '스노우앤젤(snow angel)'을 만들고 있는 지혜인데, 물론 지금 아내가 찍는 것을 포함해서 위에서 찍은 사진도 있지만, 이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그 때 분위기를 더 잘 전달하는 것 같아서 골랐다.
갑자기 지혜가 장갑을 낀 손으로 눈을 뭉치면서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아빠와의 피할 수 없는 눈싸움이 시작되었기 때문...^^
"학교 가라고 아침에 아빠가 깨우면, 좀 발딱발딱 일어나란 말이야!"
"너 방에 책상하고 옷장 정리는, 하라고 안해도 좀 스스로 하란 말이야!" 통쾌하게 정통으로 맞췄다 ㅋㅋㅋ
"에잇! 눈보라 공격이다..." 이렇게 눈싸움은 아빠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음무하핫! ^^
격렬한 눈싸움 뒤에 '화해의 V자' 포즈를 취한 부녀의 모습이다. 그런데...
"치사하게 경기 끝났는데, 뒤에서 공격하다니..." 다시 차에 올라서는, 공원을 나가기 전에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차를 세웠다.
밸리뷰(Valley View)는 머세드 강물과 초원, 그 위의 숲과 바위절벽이 모두 보이는 또 다른 포토제닉 포인트이다.
온통 순백이라서 잘 구분이 안되지만, 지혜의 털모자 바로 위로는 얼어붙은 '면사포' 브라이달베일(Bridalveil) 폭포도 보인다.
여기도 요세미티를 찾는 사진작가님들의 필수 촬영장소로, 삼각대를 세워놓고 '때'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가만히 서서 몇 번 셔터를 눌러보지만, 부족한 실력으로는 햇살을 받아 빛나는 엘캐피탄(El Capitan)과 어두운 겨울 계곡이 한 장의 사진에 잘 담기지 않는다. 하지만 어떠랴... 이미 요세미티의 멋진 겨울풍경을 한가득 마음에 담고 돌아가는 길인데~^^ 공원 서쪽 출구의 시더라지(Cedar Lodge)로 돌아가서, 3박4일 겨울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는 다음날 LA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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