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의 2일차 산행기 마지막의 '고산병 증상'에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2명 이상이면 많은거임^^),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씩씩하게 시작하기로 한다.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1구간 4박5일 중의 가운데 3일차 산행기로, 이 날은 거의 평지만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편안한 하이킹을 한 '회복의 날'이었다.
라이엘 빙하(Lyell Glacier) 아래의 해발 3,200m에서 밤을 보낸 우리 텐트와 곰통(bear canister)의 모습이다. (곰통은 텐트로부터 30m 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자는 것을 권장하지만, 이 추운 곳에는 곰도 안 나타날 것 같아서 그냥 텐트 근처에 두고 잤음) 간밤에 하도 바람이 세게 불어서, 혼자 자는 HJ의 빨간 텐트가 찢어지거나 날아가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모두 무사히 밤을 보냈다.
하지만, 아침 햇살이 비춰도 캠프사이트는 너무 추웠기 때문에, 텐트만 철수해서 바로 하산을 해서 내려가다가 아침을 해먹기로 하고, 7시반 정도에 출발을 했다.
3일차 트레일 지도로 제일 아래쪽 빨간 작은 화살표가 야영지인데, 전체 구간의 처음 1/5 정도인 하산하는 구간을 빼면 나머지는 Lyell Fork 물줄기를 따라서 거의 평탄한 초원을 걷는 것이었다. Tuolumne Meadows Campground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반 정도로, 이 날은 8시간 동안에 19km를 별로 힘들이지 않고 걸었다.
산사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여러 차례 건너면서, 저 아래 강물이 굽이 흐르는 초원으로 내려가고 있다.
1시간 정도 걸려서 다 내려와서, 뒤를 돌아보는 두 분의 모습이 마치 사지(死地)에서 살아 돌아온 산악인들 같다~
"우리가 저 위의 고개를 넘어와서, 눈 쌓인 곳 근처에 텐트를 치고 잤단 말이지... 음~"
방금 우리가 건너온 제법 폭이 넓은 Lyell Fork 물줄기를 3명의 남자 하이커가 건너가고 있다. 첫번째 사람은 크락스를 신어서 풍덩풍덩, 두번째 사람도 '쪼리'를 신어서 퐁당퐁당, 그러나 세번째 사람은 "우쒸~ 나는 운동화인데..."
잘 만들어진 나무다리로 다시 물줄기를 건너는 곳에는 여러 팀이 야영을 마치고 출발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위의 지도에 빨간 캠프사이트 표시가 있는 곳), 거기서 우리의 유일한 미국산 행동식이었던 이 비프스튜(Beef Stew)를 아침으로 먹었다. 위기주부는 국물까지 다 먹기는 했지만, 결론은 역시 한국사람은 한국식이 입맛에 맞다는 것...^^
아침을 먹고 또 1시간 정도는 약간의 경사가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정말로 이렇게 넓은 평지만 계속 이어진다. 지도에는 Lyell Canyon, 즉 '협곡'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라이엘밸리(Lyell Valley)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트레일에서 국립공원의 여성 레인저를 마주쳤는데, 어김없이 '입산허가증' 윌더니스퍼밋(Wilderness Permit)을 보여달라고 해서 꼼꼼히 검사를 했다.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하산을 한 할머니 두 분도 퍼밋을 꺼내고 있고, 유니투어 홍사장님도 퍼밋을 꺼내기 위해서 배낭을 내려놓았다. 레인저들이 순찰(?)하는 정해진 일정이나 구간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정해진 것은 없고 보통 4~7일의 일정으로 그냥 도노휴패스 서쪽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하이커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자기 일이라고 한다. 물론 퍼밋 검사도 하고...^^
Lyell Fork로 합류하는 제법 큰 물줄기에 가로놓여진 외나무 다리를 건너갈 준비를 하는 HJ의 모습이다.
아까 할머니 두 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뒤뚱뒤뚱 건너고 있는 위기주부... 예상보다 중심을 잡는게 어려워서 힘들었다.
쇠판을 뚫어서 만든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이정표를 배경으로, 재미있는 표정의 셀카를 찍고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Vogelsang High Sierra Camp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서, 강물을 다시 만나는 곳에서 시원하게 발을 씻은 다음에 점심을 해먹었다. 이런~ 내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사시는 분들의 식수원에 발을...^^
대규모 캠핑장이 있는 투올럼니 초원(Tuolumne Meadows)이 가까워지니까 당일 하이킹을 하는 하이커들도 만나고,
Lyell Fork의 강물에서 낚시를 하는 부녀도 볼 수가 있었고,
이렇게 말을 타고 트레일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볼 수가 있었다. 마지막 1마일을 남겨놓은 삼거리에서는 Tuolumne Meadows 쪽으로 가면 안되고, Campground라고 된 곳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바로 투올럼니메도우 캠핑장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3일만에 보는 문명세계의 자동차들이 참 신기했다! ^^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요세미티밸리(Yosemite Valley)에는 '캠프4(Camp 4)'라고 백패커들의 캠핑장이 따로 있는데, 여기 Tuolumne Meadows Campground 가운데에 Backpackers Section이 따로 만들어져 있어서, 예약없이도 선착순으로 캠핑이 가능하다. 사진에서 오른쪽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있는 분들은 한국 KBS방송국에서 제작하는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acific Crest Trail)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PCT팀이었다.
운좋게 빈 사이트를 구해서 텐트를 치고는 저녁을 먹기위해 캠프스토어로 가고 있는데, 백패커섹션 게시판에 JMT와 PCT 하이커들에게 'Free Pasta Dinner'를 준다고 골판지에 써놓았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이 날은 일요일이었다. 흑흑~
홍사장님은 캠프스토어에서 맥주를 사고, 위기주부는 여기 옆의 그릴에서 햄버거를 주문했다.
그래서 3일만에 처음으로 동물성 단백질과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투올럼니메도우 캠프스토어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았던 여성 하이커들... 여기서는 요세미티밸리나 맘모스레이크 쪽으로 가는 버스와 셔틀도 있고 또 히치하이킹도 가능하기 때문에, JMT와 PCT를 하는 하이커들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다.
장작 한박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캠프사이트로 돌아가는 홍사장님의 뒷모습 너머로, 투올럼니메도우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뾰족한 바위산인 렘버트돔(Lembert Dome)이 보인다.
저녁도 편하게 배불리 먹었고, 잘 곳도 마련되었고, 샤워장은 없지만 수도꼭지 틀어놓고 편하게 씻기도 하고...
또 빨래도 해서 이렇게 나무 사이에 널었다.^^ 결국은 계속해서 캠핑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전체 JMT 1구간 4박5일 중에서 3박째는 문명인처럼 보낼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세식 화장실도 이용하고...^^
캠프스토어에서 사온 소세지를 장작불 '돌판구이'로 구워서 맥주와 먹으면서 (커다란 나무젓가락은 장작박스에 들어있던 불쏘시개를 쪼개서 만든 것임),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함께 (그래봐야 3명^^) 남은 2일간의 JMT 1구간 종주를 끝내기로, 즉 요세미티밸리까지 같이 걸어서 내려가기로 만장일치로 결정을 하고는... 즐겁게 잠자리에 들었다.
P.S. 위기주부의 존뮤어트레일 1구간 산행은 미서부 LA현지 트레킹 전문여행사 유니투어와 함께 했습니다. 유니투어에서는 매년 9월중에 <휘트니와 존뮤어트레킹>을 포함해 다양한 미서부 트레킹여행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관심이나 문의가 있으신 개인이나 단체는 아래의 배너를 클릭하셔 유니투어 홈페이지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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