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요세미티

존뮤어트레일 4박5일 백패킹 4일차, 캐서드럴(Cathedral) 피크와 선라이즈(Sunrise) 하이시에라캠프

위기주부 2016. 8. 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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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의 우리 가족 첫번째 요세미티 국립공원 여행에서, 투올럼니메도우(Tuolumne Meadows)에서 요세미티밸리(Yosemite Valley)까지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고, 그게 바로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의 제일 북쪽 구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로부터 8년 후... LA지역 여행사 유니투어의 <요세미티와 존뮤어트레킹>에 참여해서 이제 그 32km의 산길을 직접 걸어내려간다~

존뮤어트레일 1구간 90km의 4박5일 트레킹의 넷째날 아침을 투올럼니메도우 캠핑장(Tuolumne Meadows Campground)에서 맞았다... ♬ 모닥불 피워놓고 '나란히' 앉아서~ "아침 하기 귀찮은데, 그냥 출발해서 또 그릴에 가서 사먹고 가자!"

캠프를 철수해서 식당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온다고 8시 좀 지나서 도착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모닝샌드위치를 받아들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니 거의 9시가 다 되었다. 베어먹은 샌드위치와 사과의 모습이 좀 거시기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내린 커피와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어서 꼭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4일째 트레일 코스의 지도로 위쪽에 보이는 Tuolumne Meadows에서 출발해서 마지막 고개인 Cathedral Pass를 넘고, Sunrise High Sierra Camp를 지나서 내리막을 열심히 걸어서 지도 제일 아래쪽에 Sunrise Creek을 다시 만나는 곳에서 마지막 야영을 했는데, 이 날은 9시간반 동안에 22km를 걸어서 가장 많이 이동한 날이었다.

아침을 편하고 맛있게 잘 먹고는 캠핑장의 서쪽 끝으로 돌어오면 이렇게 다시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가 시작되는데, 안내판에 씌여진 것처럼 Cathedral Lakes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지도 이리 줘봐~ 내가 길을 안다니까!" 등산화까지 제대로 갖춰신은 꼬마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 같다.^^ 아빠가 맨 어마어마한 등산배낭을 보니 그냥 하루 하이킹 나온 것이 아닌데, 그렇다면 저 꼬마도 벌써 JMT를?

투올럼니메도우 캠핑장에서 당일치기 하이킹을 나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 어린이도 자신에게 주어진 제법 무거운 배낭을 메고 힘들어서 쉬고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HJ의 배낭에는 덜 마른 빨래들이 나풀나풀~^^

이 두 명은 우리가 막 출발했을 때 우리를 추월해서 달려갔는데, 2시간쯤 지나서 이렇게 다시 돌아서 뛰어오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있다. 어디까지 무슨 이유로 뛰어갔다가 오는 것일까?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이 날 오전에 만났지만, 그 중에서 가장 반가웠던 하이커는...

한 명은 우리와 같은 LA에 살고 다른 한 명은 한국에서 온 친구라는 왼쪽의 여성 두 분! 이번 4박5일 JMT 1구간에서 만나서 인사한 유일한 한국사람들도 이렇게 여성분들이었다. 오른쪽에 HJ와 함께 3명이 찍은 사진을 '유명인사' 위기주부 블로그에 꼭 올려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반가웠던 만남을 뒤로 하고 조금 더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작은 호수가 보이는데, 두 개의 Cathedral Lakes 중에서 위쪽에 있는 것이었다. 호수 너머로 보이는 봉우리는 트레시더피크(Tresidder Peak)로 남북으로 길게 보이는 정상부 양쪽 사이의 거리가 800미터나 된다고 한다.

340km의 JMT 전체 구간에는 이름이 있는 '고개(pass)'가 10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낮은 고개인 9700피트(2,957m)의 Cathedral Pass의 마지막 돌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헉헉대면서 다 올라가서 쉴 곳 부터 찾으려는데, 홍사장님이 하이킹 스틱으로 조용히 뒤쪽 하늘을 가리켜서 돌아보니...

그 곳에는 '대성당 봉우리' 캐서드럴피크(Cathedral Peak)가 우뚝 서 있었다! 지금 서있는 고갯마루에서도 280m가 더 높은 해발 3,327m의 봉우리 끝은 정말 대성당의 첨탑을 보는 것 같았는데, 고개를 올라오면서 전혀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돌아서서 처음 봤을 때 정말 감동이었다.

고개를 넘어오는 모습을 일부러 연출하면서 '인생 하이킹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잘 되지가 않았다. 사실 여기는 바닥도 흙길이고 주변에 나무들도 있어서 별로이고, 조금 더 걸어내려가서 초원이 나오는 아래 위치에서 뒤돌아보고 찍었어야 했다.

"다시 가면 꼭 여기서 인생사진을 찍어야지~" (정말로 또 그 고생을 하려고? 처음 이틀의 고통은 벌써 잊었나? ㅋㅋ)

마지막 고개를 넘었으니 우리가 걸어내려가는 쪽으로도 하이시에라(High Sierra)의 바위산과 계곡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만세를 하고 있는 HJ의 뒤로는 면도칼같은 바위능선의 길이만 1마일이라는 Matthes Crest가 솟아있다.

저 멀리 이어지는 눈 덮인 바위산들은 클라크 산맥(Clark Range)의 3,500m가 넘는 봉우리들로 생각된다. 그나저나 어깨에 '天安'이라고 씌여진 저 스포츠 티셔츠... 공짜로 받아서 참 오래도 입는다~^^

고개를 내려와서는 Long Meadow라는 비교적 평탄한 초원을 걷게 되는데, 이렇게 짐을 실은 노새들의 무리를 끌고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을 만났다. 아마도 투올럼니메도우에서 선라이즈캠프까지 물자를 운반해주고 돌아가는 길로 생각된다.

아침을 잘 먹어서 그런지 배 고픈 줄을 몰랐는데 2시가 훨씬 넘었다. 배가 고프기 전에 먹어줘야 된다는 원칙에 따라서 작은 개울을 만나는 곳에서 발을 씻고 점심을 해먹고 다시 출발했다.

인공적인 것이라고는 사람들이 걸어간 트레일 말고는 없는 초원을 다시 걷다가, 오른쪽으로 갑자기 화장실 건물과 돌로 쌓은 축대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바로 요세미티 국립공원 백패커들의 쉼터인 선라이즈 하이시에라캠프(Sunrise High Sierra Camp)에 도착을 한 것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축대의 계단을 따라서 올라가면 이렇게 제법 큰 규모의 막사와 또 그 뒤로 연결된 돌로 만들어진 건물이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렇게 아주 작은 진열대의 매점(?)도 있고, 왼쪽에는 책들이 꽂혀있는 서가도 있었다. 차가운 음료수 캔을 1불에 판다고 해서 하나씩 사마시려고 했는데, 다 팔리고 남은게 없단다.

예약을 하면 여기 막사에서 숙박을 하거나 식사를 사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서 야영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아서 더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이후로는 약 2시간동안 여기 해발 2,900m에서 2,400m까지 어두워지기 전에 텐트 칠 곳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내려갔다.

급하게 내려가고 있는 우리 옆을 더 급하게 겁먹은 표정으로 모른척 지나가던 코요테 한 마리~

마침내 사진 왼쪽 끝에 하프돔(Half Dome)이 보이는 탁 트인 곳까지 내려왔는데, 나무들의 색깔이 좀 이상하다?

이 지역의 나무들은 모두 불타거나 병충해로 죽은 나무들이었는데, 석양을 받아서 검은 나무둥지와 갈색으로 말라버린 솔잎들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나무들은 죽은체 검게 서있었지만, 그 덕분에 바닥까지 햇볕이 닿아서 아래에는 이렇게 야생화들이 피어있었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Sunrise Creek을 다시 만나는 곳에 이렇게 텐트를 쳤다. 저녁을 해먹고 정리를 하니까 금방 어두워졌는데, 다른 하이커들도 전혀 없고 무엇보다도 작년에 홍사장님이 여기 부근에서 야영을 할 때 밤에 곰이 나왔던 곳이라고 해서 엄청 긴장되었다.

치약과 쓰레기 등등 모든 냄새나는 것들을 곰통에 넣은 다음에 텐트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 아래에 이렇게 두었다. 곰통 위에 코펠 그릇들을 올려놓은 이유는 곰이 와서 이걸 건드리면 소리가 나서 알 수 있게하기 위함이다. 혹시 텐트로 곰이 접근하면 시끄러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빈 가스통과 삽을 문밖에 두고, 머리맡에는 곰퇴치 스프레이까지 준비해놓고는 존뮤어트레일 1구간 4박5일 야영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P.S. 위기주부의 존뮤어트레일 1구간 산행은 미서부 LA현지 트레킹 전문여행사 유니투어와 함께 했습니다. 유니투어에서는 매년 9월중에 <휘트니와 존뮤어트레킹>을 포함해 다양한 미서부 트레킹여행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관심이나 문의가 있으신 개인이나 단체는 아래의 배너를 클릭하셔 유니투어 홈페이지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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