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부 9박10일 자동차여행 일정의 가운데 5박째는 네바다(Nevada) 주 북부의 리노(Reno)에서 숙박을 해야했는데, 도심의 카지오호텔과 공항 하얏트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무료숙박권을 써서 하얏트를 예약했다. 방에 주방이 있어서 편하게 저녁을 해먹고 난 후, 아내와 둘이만 나와서 코스트코에 잠시 들렀다가 다운타운 구경을 갔다.
이 도시의 유명한 모토인 '세계에서 가장 큰 소도시(The Biggest Little City in the World)'라고 씌여진 리노아치(Reno Arch) 아래를 지나서, 그 뒤에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엘도라도(Eldorado) 호텔에 주차를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물론, 도시의 면적이 최대라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할게 제일 많다는 의미라고 한다~ 도박도 하고, 다양한 레포츠도 하고, 또 이혼도 하고...
주차장에서 대각선으로 보이는 하라스(Harrah's) 호텔의 벽면과 아래쪽 리노아치의 줄빠진 네온사인이 이 도시의 단면을 살짝 보여주는 듯 하다. 그리고 옆의 휘트니피크(Whitney Peak) 호텔은 카지노가 없는 금연호텔로 그 이름답게 반대쪽 벽면에는 16층 높이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암벽이 만들어져 있다.
소셜디스턴싱(Social Distancing)을 지켜달라고 되어있는데, 카지노가 썰렁해서 일부러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바다의 신 트리톤(Triton)과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El Dorado)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유명한 분수대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연결된 통로로 옆 호텔로 이동을 했다. 여기도 라스베가스 스트립처럼 몇 개의 카지노호텔이 실내로 연결되어 붙어있는데, 이름하여 더로우(The Row)라고 부른단다.
더로우 사이트의 사진으로 제일 오른편이 서커스서커스(Circus Circus), 가운데 커다란 구가 있는 녹색의 실버레거시(Silver Legacy), 그 옆에 엘도라도(Eldorado), 그리고 앞서 소개한 하라스를 비롯한 기타등등... 스트립이 아니라 라스베가스 다운타운과 비교하기에도 많이 모자란다~^^
실버레거시 호텔의 커다란 구 아래에는 이렇게 광산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즉, 이 호텔의 테마는 은광(silver mine)~
저 도르레가 돌아가고 시추관(?)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조명도 바뀌는 등 나름 볼만했다.^^ 위기주부야 당연히 서커스서커스 호텔까지 둘러보고 싶기는 했지만, 뭐 라스베가스에서 많이 봤던 내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여기 은광 아래에 내려가서 잠시 갬블링을...
이렇게 카지노를 보여드렸으니, 리노가 도박의 도시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결혼도 아니고, 이혼(divorce)의 도시일까? 저 문을 통과하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그 역사를 공부해보자~
1931년에 네바다 주는 새로운 이혼법을 통과시키는데, 네바다 주에서 6주 이상 거주한 사람이 배우자와 6주 이상 별거상태이면, 거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배우자 동의없이도 이혼이 성립되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미국 어느 주에 살던지 상관없이 혼자 네바다 주로 와서 6주 동안 있다가 신청만 하면 바로 법적으로 이혼이 된다는 뜻이므로, 전국에서 빠른 이혼을 원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당시 네바다에서 가장 큰 도시였고 카운티법원이 있는 리노(Reno)로 몰려들어서 이 도시는 엄청난 특수를 누리게 되었단다.
이제는 고전명작 영화가 된 1994년 <쇼생크 탈출>의 제일 앞부분 법정장면을 보면, 불륜을 저지른 아내가 리노에 가서 이혼하겠다는 말에 주인공이 리노보다 지옥에 먼저 가게 될 것이라고 소리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리노에 간다(Go to Reno)"라는 말은 곧 배우자와 이혼한다는 뜻으로 오래 사용되었고, 그래서 리노는 지난 수십년간 '세계 이혼의 수도(Divorce Capital of the World)'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이혼에 성공한 여성들이 법정에서 나와 법원 건물의 하얀 돌기둥에 빨간 립스틱 자국을 남기고, 바로 앞 트러키강(Truckee River)을 건너는 다리에서 결혼반지를 빼 던져버리는 장면이 유명했다는데, 그 '이혼의 다리'가 노후로 철거될 때 한국뉴스에도 나왔었다.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극작가 아서밀러가 리노에서 이혼을 한 후 '잘못된 궁합(The Misfits)'이란 작품을 쓰고 곧 마릴린먼로와 재혼을 했는데, 위 사진은 1961년에 영화화된 작품속에서 이혼을 한 마릴린먼로가 그 다리 위에서 결혼반지를 빼는 장면이다.
짧은 역사공부를 마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를 몰고 '이혼의 다리'가 철거된 곳에 새로 지어진 다리를 남쪽으로 건너서 공항옆 숙소로 돌아갔다. 다행히 아내가 리노에 몇 주 더 머무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아서...^^ 우리는 다음날 네바다 주 북부를 동쪽으로 횡단하는 자동차여행을 계속하기 위해서 '도박과 이혼의 도시' 리노를 무사히 떠날 수 있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