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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09.1.11 ~ 2009.1.11 (1일)
컨셉: 시티&쇼핑 여행
가끔은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보다도, '그 곳'에 여행을 온 사람들이 더 구석구석 좋은 곳들을 잘 찾아다니는 경우가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도를 보면서 갈 곳을 고르는 재미와, 또 거기에 마침내 도착했을 때의 흥분만큼 즐거운 것이 있을까? 1년이 훨씬 지난 아직까지도, 여기 LA에 여행을 온 기분으로 살아가는 우리 가족이 2009년의 첫 나들이로 고른 목적지는, 여기 LA에 오래 살아도 여행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 존재도 잘 모르는 곳인, 바로 '게티빌라(The Getty Villa)'라는 곳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곳은 LA에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산타모니카 언덕의 '게티센터(The Getty Center)'가 아니다! 산타모니카(Santa Monica)와 말리부(Malibu) 사이 해안가에 위치한 이 곳은 바로 J. 폴 게티(J. Paul Getty)가 1954년에 자신의 소장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최초로 지은 박물관인데, 이후로 1997년에 유명한 대규모의 게티센터가 완공되고 나서, 여기는 그리스, 로마 및 에트루리아 시대의 유물들만을 주제별로 모아서 전시하고 있는 미국 굴지의 고대유물전문 박물관이 되었다.
게티센터와 마찬가지로 이 곳도 입장료는 전혀 없고, 2009년 현재 차량 1대당 $10의 주차비만 받는데, 주변이 워낙 해안가 부자동네라서 길가에 무료로 주차할만한 곳이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결론은 주차비가 전혀 안 아까운 곳이다. 참, 매우 중요한 것은 입장료는 없지만, 반드시 전화나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미리 예매해야만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서 입장시간을 30분 간격으로 나눠서, 일정한 수량의 입장권만 무료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Entry Pavilion을 지나서 걸어오면 원형극장이 나오고, 그 아래로 사진과 같이 박물관의 정면을 내려다 보게 된다. 이렇게 건물을 배치한 이유는, 이 곳에서 마치 고고학 발굴유적을 바라보듯이 박물관을 내려다 보게 되므로 고대 그리스, 로마의 세계를 바라보는 창문의 역할을 한다는 컨셉이라고... 방문객 안내서에 한글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또, 여름밤에는 이 야외 원형극장에서 그리스, 로마와 관련된 고전드라마와 음악회 등의 공연도 열린다고 한다.
아래로 내려와서 돌아서서 올려다 본 원형극장 옆의 2층 레스토랑과 1층의 기념품가게의 모습인데, 여기 식당의 메뉴 또한 이 박물관 유물들의 고향인 '지중해 스타일'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음식은 아님...^^) 고대 로마귀족의 저택을 그대로 재현한 박물관과 마주보고 있는 콘크리트 외벽의 현대식 건물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게티센터와 마찬가지로 이 곳도 박물관의 전시품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건물과 정원(garden)이 볼거리가 되는 멋진 곳이다.
박물관 건물입구의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대리석 벤치에 앉아서 딸아이가 어린이용 안내책자(?)를 열심히 보고 있다. 역시 게티센터와 같이, 여기도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박물관의 전시품과 건물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닐 수 있도록, 보물찾기와 같은 컨셉으로 몇 개의 전시품과 건물의 특정장소를 찾아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책자를 제공한다. 미국의 큰 박물관에는 항상 이렇게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이 게티빌라는 서기 79년에 베수비오산의 화산폭발로 묻힌 로마귀족의 저택인 Villa dei Papiri를 재현하려는 목표로, 발굴된 그 고대 저택의 배치를 기본으로 해서, 폼페이 등의 다른 저택의 세부양식을 참고로 설계를 했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오면 나오는 여기 중앙홀(atrium)은 빛과 공기가 들어오게 뚫려있는 '지붕(compluvium)'으로 들어오는 빗물이 저 작은 '연못(impluvium)'에 얕게 고이게 되어 있었던 로마주택의 공공실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음~ 좀 어렵군...^^) 여기 중앙홀의 좌우로도 박물관을 소개하는 영화를 보여주는 작은 극장과 두세개의 고대 유물의 전시실이 있다.
중앙홀을 지나서 다시 밖으로 나오면, 이 건물의 중심부인 '내부열주랑(Inner Peristyle)' 정원이 나온다. 동서남북 4면이 모두 로마의 신전과 같은 기둥으로 둘러쌓여 있는 장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고, 저 통로 주변으로 잘 다듬어져 있는 식물도 그냥 흔한 사철나무가 아니라, 허브라서 정원이 허브향으로 가득했다. 이 곳을 둘러싼 2층 건물이 모두 박물관의 전시실이며, 그 중에서 북쪽 가운데에는 헤라클레스 신전이 재현되어 있다.
남쪽으로 건물을 지나서 나오면 위의 사진과 같은 기다란 연못이 인상적인 '외부열주랑(Outer Peristyle)'이 나온다. 사진에는 잘 안나왔지만, 저 멀리 정면의 기둥 사이로는 지중해가 아니라, 태평양의 물결이 반짝이고 있었다. 로마 저택에서 이런 좌우로 기둥이 늘어서 있는 외부정원은 대화와 명상을 위한 평화로운 공간이었다고 하며, 연못의 주변으로는 Villa dei Papiri에서 발굴된 조각들의 복제품을 청동으로 만들어서 같은 위치에 배치해놓았다고 한다.
외부열주랑의 복도의 모습인데, 왼쪽에 늘어선 기둥과 바닥의 빨간색 대리석, 그리고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정말 인상적이다. 오른쪽 벽의 너머에는 또 다른 넓은 허브정원이 만들어져 있는데, 요리와 약용으로 사용되는 그 허브들도 모두 고대부터 지중해 지역에서 제배된 것으로 알려진 종자들만을 엄선해서 여기에 가져와 심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외부열주랑 정원의 남쪽 끝까지 내려와서 돌아본 게티빌라의 모습인데, 이 풍경이 게티빌라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제일 유명하다. (이 사진에서는 로마 저택의 양식에 관한 어려운 설명은 잠시 생략하고, 그냥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만 갖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내부열주랑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동쪽으로 나가면 위의 사진과 같은 작은 분수가 있는 '동쪽정원'이 나온다. 딸아이가 앉아 있는 동그란 분수말고, 저 뒤로 가운데에 보이는 벽에서 물이 흘러내리게 되어 있는 화려하게 타일로 장식된 분수는 폼페이에서 발굴된 유명한 로마저택의 고대분수를 그대로 모조한 것이라고 한다.
별로 넓지도 않은 곳인데도, 건물들만 이렇게 대강 둘러보는데 1시간 정도가 후다닥 지나가버렸다. 전시실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뭘 좀 먹어야할 것 같아서, 여기 레스토랑에서 예정에 없던 늦은 점심을 간단히 먹기로 했다. 이탈리안 오믈렛과 어린이용 파스타를 시켰는데, 미국에서는 볶음밥을 계란으로 덮은 '한국식 오믈렛'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 여하튼, 멀리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박물관 구내 레스토랑에서의 점심식사라~ 오래간만에 누려보는 사치라고나 할까...^^
기원전 500년경의 에트루리아(Etruria) 문명부터 그리스(Greece)와 초기 로마(Rome) 문명까지의 고대 유물만을 다양한 주제별로 전시한 이 박물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위의 사진과 같은 도자기류 들이다. 위의 가운데와 같은 모양의 꽃병(vase)을 '앰포라(amphora)'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다. 여기서는 저 고대의 꽃병들을 보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그 위에 마음대로 그림도 그릴 수가 있다. 기대하시라~
이곳은 '공회당(Basilica)'이라고 명명된 전시실로 둥그런 천정과 대리석문양의 바닥이 있는 홀의 좌우로 신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제일 왼쪽에 아내가 보고 있는 제우스(Zeus) 신의 동상이 매우 유명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여기서 멀리 한국에 있는 석굴암이 떠올랐던 것일까...? ^^)
여기는 '가족포럼(Family Forum)'이라는 체험공간인데, 앞서 말한대로 다양한 모양의 꽃병들을 마음껏 만져볼 수 있다. 가운데 보이는 그림자놀이는 직접 로마시대의 무기와 장신구들을 들고 꽃병에 그려진 그림이 되어 볼 수 있어서 참 재미있었다. 왼쪽에 딸아이가 꽃병이 그려진 노란 종이에 각종 고대 꽃병의 문양을 직접 '탁본'을 뜨고 있다. 그러면, 저렇게 종이에 색연필을 문질러서 이미 만들어 놓은 문양들을 옮기는 것만 하는가? 아니다! 바로 이렇게 직접...
...꽃병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물론, 아내가 그리고 있는 꽃병은 수성펜으로 그렸다가 지울 수 있는 모조품이지만 아내가 그림을 보면서 따라 그리고 있는 왼쪽의 투명한 박스에 들어있는 꽃병은 실제 유물이다. 아내가 너무 똑같이 잘 그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안 지워서 아직도 그대로 있을 것 같다. (관리인이 밤에 지웠을라나...^^)
이 방은 'TimeScape Room'으로 여기에 전시된 유물을 발굴하는 것, 즉 고고학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여기서는 특히 사진 왼쪽에 보이는 유물들이 땅 속에 묻혀있는 지층을 모형으로 축소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장래 희망이 아직까지도 고고학자(archeologist)인 딸아이도 참 좋아했는데, 딸아이는 정말로 나중에 뭐가 되어 있을까?
여기 게티빌라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유물의 연구 및 학술활동의 중요한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2층의 전시실에는 유물의 전시는 물론, 이러한 현재의 활동에 대한 내용을 보여주는 전시실들도 많이 있었다. 이 곳은 고대의 조각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Jim Dine의 작품을 특별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이 방 자체가 작품이라고 한다. 주변에 있는 4개의 동상이 나무를 깍아서 만들었다는 것이 참 특이했다. (중앙에 있는 두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
2층 전시실의 다른 사진들은 그냥 다 생략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올리는 이 곳은 '동전, 보석 및 장신구' 전시실이다. 아내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어떤 반지와 목걸이가 인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서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연구하고 계신다...^^
어디를 가나 항상 마지막으로 반드시 들러주는 곳인 기념품 가게, Museum Store의 내부 모습이다. 안내 책자에 '박물관의 소장품에 의해 영감을 받은 상품들과 고전 유물에 대한 각종 책자를 판매하는 곳'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서 마음에 들었던, 소위 '고대 유물의 영감을 받은 기념품'들은 우리가 집에 두고 감상하기에는 가격이 좀 비쌌다...^^
흡족한 마음으로 게티빌라를 나와서 말리부 해안의 일몰을 보러 가면서도,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약간 허전한 것은 항상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오면 꼭 떠오르는 유흥준님의 유명한 책에 나오는 아래의 글귀 때문이리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나는 언제쯤 이들을 사랑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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