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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동굴 앞에서 캠핑을 하고, 오늘은 이 모하비사막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라스베가스로 가는 날이다. Essex Road를 돌아나와 40번 프리웨이로 서쪽으로 20마일을 되돌아가서 Kelbaker Road를 타고 나지막한 Granite 산맥을 넘어갔다. (모하비국립보호구역(Mojave National Preserve)의 지도는 여기를 클릭해서 첫번째 포스팅을 참조)
사막에 왔으니까 모래(sand)를 밟아 봐야지~ 산맥을 넘으면 왼쪽에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높은 모래언덕인 Kelso Dunes가 나타난다. 비포장도로라기에는 너무나 잘 다져진 길로 좌회전을 하면 직선으로 3마일, 5km를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여기 바닥부터 높이가 무려 200m나 되는 이 모래언덕은 바람에 날려온 모래가 2만5천년 동안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남동쪽이 높은 산맥으로 막혀있어서 공기중의 모래가 여기에 떨어지는 원리와, 동식물에 관한 내용을 안내판에 잘 설명해 놓았다.
텐트에서 대충 갈아입고 나온 운동복에 유타(Utah)주에서 산 내 모자를 쓰고 있는 지혜의 모습인데, 자칭 '사막탐험대원'같다고 한다...^^
트레일을 10분 정도 걸었는데, 모래도 부드러워져서 깊이 빠지기 시작하고 아침부터 우리가족이 더 걸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되어, 우리는 동물들의 발자국을 찾으면서 조금 놀다가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뒤에 오던 저 사람들은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 볼 모양이다.
나오는 길에 만난 다른 사람들... 그런데 손에 들고 가는 것은? 여기도 스노보드, 아니 샌드보드(sand board)를 타러 올라가는 모양이다. 오레곤주 Sand Dunes에서도 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봤는데, 이 외진 모하비사막까지 와서 샌드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또 만났다.
남동쪽으로 바람을 막고 서있는 프로비던스(Providence) 산맥의 모습인데, 저 너머로 어제 캠핑을 한 미첼동굴(Mitchell Caverns)이 있다.
다시 Kelbaker Road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멀리 급수탑같은 높은 물체가 보이면서 희미하게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놀랍게도 이 모하사막을 동서로 횡단하는 철도가 아직도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 Kelso Depot가 한 때는 '잘 나가던' 기차역이란다. 지금은 모하비국립보호구역의 Visitor Center로 운영되고 있는 기차역은 저 귀신 나올 것 같은 낡은 우체국 건물이 아니라...
이런 스페인풍의 멋진 건물로 1925년에 지어졌다가 한동안 방치된 곳을 1994년에 국립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보수를 했다고 한다.
이곳의 역사를 소개한 안내판을 읽고 있는데, 엄청난 기적소리를 내며 컨테이너를 2층으로 실은 50량쯤 되는 화물열차가 다가 온다. 여기는 1900년대 초부터 Neo Spanish 철도의 요충지였고, 지금도 Union Pacific 철도회사의 관리로 열차가 운행되고는 있지만, 주변에 많은 광산들이 있어서 철도가 정차하는 큰 마을이었던 초창기와는 달리, 지금은 화물열차만 그냥 통과하는 곳이 되었단다.
기차역을 개조한 Visitor Center에 들어가면 국립공원과 같은 수준의 안내소와 레인저가 있고, 짧은 안내영화를 보여주는 곳도 있다. 또, 기차역이 광산 노동자들로 붐빌 때 있었다는 "The Beanery"라는 작은 카페가 최근에 다시 문을 열어서 영업을 하고 있다. 물론 모하비사막을 설명하는 전시도 있는데, 위 사진과 같이 사막에 저렇게 큰 거미와 뱀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재미있는 것은 저 모래위의 발자국(?)인데, 뱀이 모래위를 지나가면 저렇게 옆으로 무늬가 생긴다고 해서 'sidewinder'라고 부른단다.
광산 노동자들과 카우보이들이 살았던 모습을 재현해놓은 방인데, 말안장에 올라가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랴~ 다그닥, 다그닥..."
마지막 방에는 당시의 기차역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옛날 매표소의 모습보다도 나는 건너편에 전시되어 있던 이 가방에 눈이 갔다. 가죽으로 정성들여 만든, 정말 세월의 손때가 묻은 이 '007가방'을 열면 근처 금광에서 캐낸 금덩어리가 아직 들어있을 것만 같았다...^^
너무 깔끔하게 보수를 해서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사막 한가운데에 버려진 기차역을 이렇게 관광안내소와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말로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방문객이 적어서인지 레인저도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고, 쥬니어레인저 기념품과 책자도 공짜로 받았다.
철길 신호등 너머로 조금 전에 들렀던 Kelso Dunes의 모래언덕이 보인다. 이 때 "정동진역이 울고 가겠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삼거리의 표지판... 우리는 40번 프리웨이쪽에서 올라왔고, 이제 15번 프리웨이를 타러 Baker까지 35마일을 북으로 올라가야 한다. 여기서 Baker로 가는 길 중간에는 화산활동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검은 용암지대인 Cinder Cone Lava Beds가 나오는데, LA로 바로 돌아가는 경우라면 이 길로 가는 것이 좋지만, 만약에 우리처럼 여기를 거쳐서 라스베가스로 간다면 이 길로 가지 말고, 여기서 철로를 따라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Kelso Cima Road로 유령마을인 Cima까지 가서, 거기서 Cima Road로 15번을 타면 된다. "언젠가는 4륜구동 차량으로 이 사막의 비포장도로를 먼지를 날리며 달려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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