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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패스트푸드점을 가보면 덩치 큰 백인들이 들고있는 빅맥이나 와퍼, 또는 인앤아웃의 더블더블이 그렇게 작아보일 수가 없다. 물론 두개씩 먹는 사람들도 많이 보기는 했지만, "저 몸집에 저걸 하나 먹고 식사가 될까?" 항상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 덩치 큰 미국 백인들이 좋아하고, 또 캐쥬얼한 미국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햄버거전문 레스토랑이 있다고 들었었는데, 마침 지난 토요일 저녁 시간에 바로 그 '퍼드러커스(Fuddruckers)'라는 햄버거 가게가 눈에 띄어, 거기서 먹어볼 기회가 생겼다.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파크(Buena Park)에 비치길(Beach Blvd) 옆에 있는 퍼드러커스 레스토랑의 간판인데, 이 비치길을 따라서 한국 가게들이 워낙 많다보니까, 간판 아래에 한국 불고기집의 광고도 조그많게 같이 있다. 간판에 씌여진 이 식당의 로고는 바로 'World's Greatest Hambuegers' 그렇다면 '가장 위대한 햄버거'란 말인가?
들어가니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성조기를 배경으로 포레스트검프가 가르쳐 준 '개다리춤'을 추고 있는 엘비스프레슬리 모습이다. 이 레스토랑은 1980년에 텍사스주 산안토니오(San Antonio)에서 생겼는데, 현재는 전세계에 260여개의 매장이 있다고 한다. 앨비스프레슬리 마네킹을 보고 벌써 눈치를 챘겠지만, 이 레스토랑의 테마는 50~60년대의 락앤롤(Rock and Roll) 바로 그것이다.
여기는 레스토랑이지만 패스트푸드처럼 이렇게 줄을 서서 주문을 하고, 자리도 직접 찾아가서 앉아야 하는게 특이했다. 위에 메뉴판이 보이는데, 이 가게가 유명한 첫번째 이유는 바로 햄버거의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인데, 햄버거 사이에 들어가는 소고기패티를 1/3LB, 1/2LB, 2/3LB 그리고 1LB까지 고를 수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선택한 패티가 커지면 빵도 같이 커져서, 1LB햄버거의 경우에는 햄버거빵의 크기가 보통 여자 얼굴만 해진다...^^ 주문할 때 패티를 어느 정도 익힐지와 치즈를 넣을지를 물어 보는데, 치즈소스가 무료로 제공되므로 75센트짜리 치즈 안넣어도 된다. ※1LB(파운드) = 454g(그램)
이렇게 줄을 서서 주문하지만, 여기는 패스트푸드점이 아니고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탄산음료 대신에 맥주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뒤쪽의 주방을 보니 너무 썰렁하다. 고기와 빵을 굽는 직원과 감자를 튀기는 직원밖에 안 보인다. 그렇다면 야채는...?
... 이렇게 별도로 샐러드바처럼 만들어진 곳이 있어서, 여기서 자신이 원하는데로 햄버거 안에 야채를 직접 넣는 방식이다. 맞은편에는 각종 소스도 준비되어 있는데, 이렇게 야채를 얼마든지 넣어서 직접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게 유명한 두번째 이유란다. 또, 이 집의 소고기는 냉동을 하지 않았고 야채도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뭐~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안쪽에 따로 만들어진 여기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방은 전체가 메이저리그야구(MLB)를 테마로 꾸며져 있다. 벽과 유리창에 붙은 'A'자는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Anaheim)에 연고를 둔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인 LA앤젤스의 마크이다. 오른쪽 테이블의 3명같은 덩치 큰 백인들이 1LB짜리 햄버거를 맥주와 함께 먹으면서 TV를 보며 홈팀을 응원하는게 이런 곳이다.
벽에도 야구나 미식축구와 관련된 사진들과 기념품들로 빼곡히 장식되어 있는데, 전부 오래된 흑백사진과 앤티크풍의 소품들이다.
다시 사진기를 들고 메인홀로 나와봤는데, 한 쪽 구석에는 롤링스톤스(Rolling Stones)를 테마로 장식이 되어 있다. 테마가 50~60년대이다보니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많이 보이고,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은 거의 안 보였다.
한 쪽에는 이렇게 여러가지 '뽑기' 게임기들이 나란히 있고, 이 안쪽으로는 조그만 전자오락실도 꾸며져 있었다.
Rolling Stones를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코너에는 또 어김없이 비틀즈(Beatles)를 테마로 클래식한 인테리어가 있고, 정면의 테이블 위에는 보트를 뒤집어 놓고 조명으로 쓰고 있는데, 'The Original Fudd Fishing Boat'라고 되어 있다. 갑자기 이 'Fuddruckers'라는 가게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가 궁금해졌다. 텍사스쪽의 사투리나 어떤 표현일 것 같은데...?
주문한 빵과 패티가 나와서 샐러드바(?)에서 야채들을 접시에 담고 있다. (처음에 빵하고 고기만 달랑 나와서 나는 깜짝 놀랐다...^^)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양상추와 토마토 등을 가져갈 수 있지만, 별도의 접시는 제공이 안되므로 잘 담아야 한다.
야채를 올리고 소스를 뿌린 나의 1/2LB 햄버거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곳에 처음이라서 1/2LB와 1/3LB로 두개를 주문했는데, 보통 분량의 남녀가 두명이 오면 2/3LB나 1LB로 하나만 시켜서 칼로 잘라 나눠서 먹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재미도 있다고 한다. 맛은... 맛있다! (애석하게도 나의 입맛은 이분법) 하지만 좀 비싸서 가격대비 만족도는 역시 인앤아웃(In-N-Out)이 더 좋은 듯...^^
잘 먹고 나오면서 돌아 본 가게의 모습이다. (이 가게 영어이름 발음 잘 해야 된다. 중간에 'R'을 'F'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나~) 햄버거의 맛도 좋지만, 커다란(Greatest) 햄버거를 먹어보는 재미와 향수를 일으키는 미국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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