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초 노동절 2박3일 연휴에 떠났던 다섯 가족의 샌프란시스코 '교육여행'의 마지막 날 오전, LA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을 위해서 교육적인 기념관 한 곳을 들르기로 했다.
중부 캘리포니아의 농업도시인 살리나스(Salinas)에 있는 내셔널스타인벡센터(National Steinbeck Center)로, 1902년에 이 도시에서 태어난 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을 기리는 곳인데, 미국에서 현재까지 유일한 단일 작가를 위한 국립기념관이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런데 입장료가 성인 $15, 어린이 $6로 만만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가이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어른들은 모두 기념관 바로 앞 살리나스 올드타운의 골동품가게에서 유익한 시간들을 보내셨다는...^^ 가이드는 고등학생 오빠 2명 포함해서 아이들 9명을 데리고, 먼저 오른쪽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나와서 왼쪽의 전시실로 들어갔다.
전시실 입구에 앉아있는 존스타인벡 할아버지와 그가 일생동안 쓴 책들의 제목이 보인다. 하얀색 석고(?)로 만든 조각의 자세나 인상이 약간 '까칠해' 보이는데, 실제로도 약간 거칠고 까칠한 인생을 사셨단다.
"자~ 그럼 1915년 번호판을 달고 있는 포드자동차를 타고, 스타인벡의 소설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볼까요?"
스타인벡은 독일계 군청공무원 아버지와 초등학교 선생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항상 책을 읽으며 문학에 관심과 소질이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스타인벡 침실의 침대 맞은 편의 옷장을 열면...
이렇게 실제 스타인벡이 가지고 읽었던 책들과 그의 글씨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집에서 멀지않은 스탠포드 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했지만, 학자금 부족으로 5년만에 중퇴하고 뉴욕으로 가서 신문기자로 취직한다. 그러나 주관적인 기사를 쓴다고 해고 당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갖가지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단다.
이 후 전시관은 스타인벡의 대표적인 소설들을 차례로 소개하는데, 제일 먼저 대표작으로 등장하는 것이 1952년에 출간한 <에덴의 동쪽 East of Eden>인데, 제임스딘이 주연한 영화의 장면이라던지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이번 여행경로를 짜면서 스타인벡 기념관을 집어넣은 가장 큰 이유는 지혜와 친구들이 지난 6학년 영어시간에 스타인벡의 <붉은 망아지 The Red Pony>를 교재로 공부했었기 때문이었다. 소설 속의 레드포니에 올라탄 지혜 친구의 동생...^^
스타인벡은 1930년에 결혼 후부터 여러 작품을 썼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37년에 발표한 <생쥐와 인간 Of Mice and Man>으로 확고한 명성을 얻었고, 이 소설은 자신이 희곡화하여 영화로도 제작되어서 미국 희곡 비평가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1939년에 출간한 장편소설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로 퓰리처상을 받아서 최고의 소설가로 인정을 받았다. 정말 소설과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도록 전시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가 몇 달전 스타인벡의 흉상과 만났던 몬터레이(Monterey)의 캐너리로(Cannery Row)도 그의 작품 <통조림 골목 Cannery Row>으로 재현되어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한다는... 창문도 없는 보일러통에 매달린 커텐 앞에서 선 지혜와 친구~ 입장권 스티커를 가슴에 붙이라고 했는데, 뺨과 팔뚝에 붙이고 다닌다... 10대의 이유없는 반항이 시작된건가? ㅋㅋㅋ
유명한 단편소설이라는 <진주 The Pearl>... "그런데, 너희들은 왜 그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있니?"
스타인벡은 196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데, 농민과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결함을 고발하는 내용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그의 작품에 곱지않은 시선을 가진 미국의 보수매체들이 노벨상의 자격이 없다며 비판을 하게되고, 노벨상 수상 이후로 스타인벡은 1968년에 죽을 때까지 더 이상의 소설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또 스타인벡은 1960년에 트럭을 캠핑카로 개조한 이 '캠퍼트럭(camper truck)'을 직접 만들어서, 애견 찰리와 함께 저렇게 미국을 한바퀴 도는 여행을 했는데, 이 때의 이야기를 쓴 기행문 <Travels with Charley: In Search of America>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단다.
캠핑카 여행중의 스타인벡과 찰리... (나는 개는 데리고 다니기 싫은데... 대신에 마눌님을 모시고 다녀야겠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모든 전시가 끝나고 다시 로비로 나가게 되었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소설이나 원작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두 말할 필요없고,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101번 프리웨이로 지나가는 길에 들릴만한 곳이다. 참, 입장료는 AAA '트리플A' 회원카드를 보여주면 약간 할인이 된다~
입구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는 스타인벡의 모든 책들과 영화 포스터, 티셔츠 등을 살 수가 있다.
기념관 앞에는 'MY HOME IS YOUR HOME'이라는 말이 전세계 여러 언어로 씌여 있는데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오른쪽 옆에 한글로 '우리 집은 당신의 집'이라고 씌여 있음), 무슨 의미일까가 참 궁금했다. 이렇게 노동절 2박3일의 SFREFT 단체여행이 모두 끝났는데, 오는 11월말 추수감사절에는 또 완전히 다른 성격의 단체여행을 또 갈지도 모르겠다~
P.S. 지혜가 스타인벡 기념관에서 자기 돈으로 산 것은 바로 600페이지짜리 소설 <에던의 동쪽 East of Eden>이었다!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하며 마침내 지난 주에 다 읽었으니까, 이번 주말에는 온 가족이 (그래봐야 3명^^) 넷플릭스로 제임스딘 주연의 영화 <에덴의 동쪽>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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