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여행오신 어머님께서 그러셨다 "미국은 뭐든지 크다"고... 나무, 계곡, 바위, 폭포 등등의 자연은 물론이고, 후버댐과 자동차와 쇼핑몰 등 사람이 만든 것들도 크고, 심지어 (사위 생각에는 차이가 없을 것 같은) 보름달과 바다도 미국에서 보면 더 크다고 하셨다.^^ 이번 봄방학 아리조나-뉴멕시코 6박7일 자동차여행에서 그런 미국에서 확실히 큰 것을 하나 더 알았는데, 그것은 바로 '지하동굴'이었다.
(국립공원 표지판도 크다!) 칼스배드캐번스 국립공원(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은 뉴멕시코 제일 남쪽, 그러니까 텍사스와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참고로 동굴 중에서도 특히 큰 동굴을 '캐번(cavern)'이라고 부른다고 하니까, 공원 이름에서부터 여기는 '큰 동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원입구를 지나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부지런히 달리면, 언덕 꼭대기에 국립공원 비지터센터가 나타난다.
석회암(limestone)에 새겨놓은 비지터센터의 간판이 멋있어서, 한 장 더 찍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비지터센터의 내부가 다른 국립공원들과는 좀 달라보이는데, 바로 만16세 이상은 사람수에 따라서 입장권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연간회원권이 있는 경우에는 4명까지는 무료이고, 5명째부터는 표를 사야한단다. (만15세 이하는 항상 무료) 그 외에도 별도의 추가비용을 내야하는 여러 동굴투어 티켓도 판매를 하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긴 줄이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로비 중앙에 세워놓은 것은 종유석 주위를 날고 있는 박쥐(bat)의 조각이다.
지금까지 수 많은 미국 국립공원의 모형을 비지터센터에서 봐왔지만, 이처럼 감동적인 모형은 없었다... 바로 칼스배드 지하동굴의 모형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놀라운 것은 지금 우리가 있는 비지터센터가 사진 가운데 위에 보이는데, 모형에서 투명한 튜브로 표시된 깊이 750피트, 약 230m의 수직의 통로를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굴로 내려가는 것이다. 물론 Natural Entrance Route라고 해서 모형 뒤쪽 벽에 새겨진 것처럼 비지터센터 뒤쪽의 동굴입구에서부터 걸어서 내려갈 수도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 왔는데, 물 이외의 다른 음료나 식품은 가지고 내려갈 수 없다고 되어있었다. 하지만 가지고 갈 수 있는 배낭이나 가방을 일일이 검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동굴안은 한여름에도 쌀쌀하므로 긴바지에 긴팔옷을 입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세계로 쓔웅~
지하 750피트... 정확히 땅속으로 228m를 내려와서는 들어온 문의 맞은 편에 있는 저 문이 열렸다.
엥? 콘크리트 바닥에 안내데스크, 기념품가게에 화장실은 물론이고, 못 가지고 내려가게 하던 음료수 자판기에 간단한 먹을거리까지 지하에서 팔고 있었다! 이름하여 이 곳은 "Underground Lunchroom"이라고 한다~
늘 그렇듯이 트레일을 시작하기 전에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야, 위기주부의 캐논6D SLR카메라에는 내장플래쉬가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여기 빅룸(Big Room) 안에는 더 이상 박쥐가 살지 않기 때문에 플래쉬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하는데 말이다.
지하의 트레일은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잘 포장되어 있고, 대부분의 구간은 안전하게 난간도 만들어져 있다. 조명도 약간씩 색을 달리하며 많이 설치해놓았기 때문에 손전등도 전혀 필요가 없는 '동굴탐험'이다. "그런데, 동굴이 뭐가 이렇게 넓어?!"
그러면, 지금 아내와 지혜가 보고있는 설명판을 보면서 우리가 있는 'The Big Room'의 규모에 대해서 살펴보자~
칼스배드캐번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명소인 '빅룸(Big Room)'은 서반구에서는 가장 큰 석회동굴(limestone chamber)로 전체면적이 축구장 14개를 합쳐놓은 크기라고 하며, 빨간줄로 표시된 Big Room Route를 한바퀴 도는 거리만 2km가 넘는다. (지도에 표시된 '747 점보기'와 비교해보시기 바람) 또 넓이만 큰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천정까지의 높이도 최대 100m가 넘는 곳이 있는 어마어마한 지하공간이다.
오래간만의 지하 동굴탐험에 가족 모두 아주 신났다. 그리고 쓸데없이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전형적인 석회동굴의 다양하고 신기한 형상들을 모두 관찰할 수가 있었다.
아내도 갤럭시 노트3로 이렇게 저렇게 노출이나 색온도를 조정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Big Room에서 가장 유명한 종유석 중의 하나인 자이언트돔(Giant Dome)의 모습이다.
때로는 핸드폰 화면의 불빛을 이렇게 조명으로 사용해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그나저나 머리 위를 보니...
"이거~ 헬멧을 써야하는 것 아닌가? 저 뾰족한 게 머리 위에 하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이 샹들리에와 토템폴(Totem Pole)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또 만나게 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빅룸(Big Room) 바로 아래에 아직도 그 정확한 규모를 알지 못하는 'Lower Cave'가 또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1924년에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서 6개월간의 동굴탐사를 위해 설치했다는 저 사다리를 이용해서 30m 아래의 Lower Cave로 내려가...지는 않고, 안전한 Big Room Route를 따라서 나머지 지하세계를 계속 둘러보았는데, 이어지는 '동굴탐험'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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