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사막과 황무지

운석이 만든 거대한 분화구, 아리조나 플래그스태프 인근에 있는 미티어크레이터(Meteor Crater)

위기주부 2015. 5. 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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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리조나(Arizona) 주 동쪽의 작은 도시 홀브룩(Holbrook)에서 출발해 하루만에 900km를 달려서 LA로 돌아가야하는, 2015년 봄방학 6박7일 아리조나-뉴멕시코 자동차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그래도 오전에 여기 한 곳은 더 들렀다가 가기로 했다.

40번 프리웨이를 따라서 윈슬로우(Winslow)라는 곳을 지나서 조금 더 달리면, 교통의 요지 플래그스태프(Flagstaff)를 30여마일 남겨둔 지점에서 위와 같은 갈색의 관광지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표지판 직후의 인터체인지에서 빠지면, 주유소와 RV 캠핑장 등이 나오고 도로는 남쪽으로 길게 뻗어있다.

도로 옆에는 계속 이런 동그란 안내판들이 이어지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다. 속도제한 시속 2만6천마일...^^

도로의 끝에는 바로 우리의 목적지인 미티어크레이터(Meteor Crater) 비지터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입구로 들어가면 이 곳 방문을 망설이게 만들었던 '비싼 입장료'를 내야만 건물 뒤쪽으로 나갈 수가 있다.

매표소 건물을 나오면 '아폴로 달탐사 계획'에 사용되었던 테스트캡슐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유는 나중에 설명을 드리기로 한다.

아마도 고등학교때 지구과학을 배우신 분이라면 '배린저 운석공(Barringer Crater)'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여기가 바로 우주에서 날아온 유성(meteor)이 만든 움푹 파인 크레이터(crater)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고 교과서에 나온 곳이다. 앞쪽에 보이는 커다란 운석(meteorite)이 바로 이 주변에서 발견된 그 유성의 조각들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무게가 639kg 이라고 하는데... 갑자기 얼마전 한국에 떨어전 '진주운석'이 떠오르면서 "저건 값이 얼마나 될까?" 이런 생각이...^^

분화구 실물을 보기 전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먼저 봤는데, 아주 최신 컴퓨터 그래픽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했다. 약 5만년전에 지름 50m 정도의 운석이 초속 12km 정도의 속도로 부딪혀서 이 크레이터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내용의 짧은 소개영화를 감상하고는 전시관의 밖으로 먼저 나가보았다. 두둥~

뭐... 그냥 움푹 파진 땅이다~ 지름이 약 1.2km이고, 주변의 평지를 기준으로 테두리는 평균 45m 정도 솟아있고, 중앙부는 그 테두리에서 수직으로 170m 정도 낮다고 한다. 지금 이 사진은 EF-S 10-22mm 렌즈의 최대광각으로 찍었는데도 크레이터의 좌우가 다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Photosynth로 사진 3장 붙여서 파노라마 한 번 만들어 봤다.


Meteor Crater by chakeun on Photosynth


"뭐가 좀 보이세요?"

그래서 저 앞쪽으로 돌출되게 만들어 놓은 아래쪽 전망대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빨리도 내려가셨다~^^ 이 시점에서 제일 궁금한 것이 크레이터 중심의 저 하얀색으로 보이는 부분인데...

어쩌면 저 아래에 '토르의 망치'가 있을수도... 그런데, 왠 우주인(?)과 미국국기가 매달려있다? 그래서 궁금해서 지혜가 내려가봤다.

또 순식간에 분화구의 아래로 내려간 지혜...? 사실은 다시 건물로 돌아와 전시장을 구경하고 있는 중이다.^^

건물 입구에 아폴로 캡슐이 있고, 또 분화구 바닥에 우주인의 그림이 있는 이유는, 이 크레이터에서 실제로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달을 밟은 우주인들이 훈련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달의 크레이터와 가장 비슷한 지형이라서 여기서 달에 갔을 때를 가정한 표본채취 등의 연습을 했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여기 Meteor Crater에 관한 설명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많은 유성분화구들과 또 운석에 대한 많은 전시들이 있어서, 꼼꼼히 본다면 비싼 입장료가 조금 덜 아까울 수 있다. 지금 아내와 지혜는 "Create a Crater"라고 유성의 크기, 밀도와 속도를 조정해서 지구와 부딪히게 하는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있는데... 지구를 여러번 완전히 박살냈다~^^

전망대 반대쪽으로는 이렇게 Rim Trail이 만들어져 있는데, 지금 우리는 얼떨결에 30분짜리 가이드투어를 따라 나선 것이다. 문제는 다시 건물로 들어가는 문을 가이드들만 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그냥 저기 투어를 끝내고 오는 팀을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이나 찍으면서... 참고로 이 크레이터는 1900년전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화산활동에 의해 생긴 분화구로 생각했으나, 1903년에 광산업자인 Daniel M. Barringer가 최초로 철성분의 유성충돌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고, 그는 이 크레이터 주변의 땅을 정부로부터 사들였다고 한다. 그 후 1960년대가 되어서야 과학적으로 유성충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고, 지금도 이 땅은 배린저 후손이 소유를 하고있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 땅이었으면 최소한 내셔널모뉴먼트(National Monument) 정도로는 지정되었을 것이고, 그러면 국립공원 연간회원권으로 공짜입장인데 말이다.

나가면서 들린 기념품 가게에는 Meteor Crater의 항공사진이 있는 기념품은 물론, 여러가지 광물과 또 이 지역 인디언들의 공예품까지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는데... 단, 진짜 운석(meteorite)은 팔지 않았다~

마치 그림 앞에 서있는 것 같지만,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의 빨간 벽돌로 만든 벽이 이렇게 뚫려있어서, 아직도 눈에 덮여있는 플래그스태프의 뒷산인 험프리 봉우리(Humphreys Peak)가 정말 액자 속 그림처럼 보였다. 이제 정말 6박7일 아리조나-뉴멕시코 여행에서 계획한 모든 관광지들을 다 방문하고, 홀가분하게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렸지만... 우리의 여행은 정말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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