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데블스포스트파일

존뮤어트레일 4박5일 백패킹 1일차, 데블스포스트파일 준국립공원에서 가넷 호수(Garnet Lake)까지

위기주부 2016. 8. 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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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와 식량을 포함한 모든 짐을 넣은 배낭을 지고 여행하는 것을 미국에서는 '백패킹(backpacking)'이라고 하는데, 우리말 '배낭여행'과는 약간 다르게 백패킹은 주로 등산이나 트레킹을 하는 경우를 뜻한다. 그건 그렇고... 내가 마지막으로 백패킹, 즉 야영을 하며 등산을 한게 언제였던가? 아마 20년도 훨씬 넘은 것 같다~

데블스포스트파일 내셔널모뉴먼트(Devils Postpile Natonal Monument)의 캠핑장에서 아침을 해먹고 텐트와 침낭, 4박5일치의 식량을 모두 저 배낭에 넣었다. 이제 4번의 야영을 하면서 해발고도 2천~3천미터의 산길 약 90km를 걸어서 요세미티 국립공원까지 가는,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 1구간을 출발한다.

아침 7시반에 맘모스 스키장에서 출발한 셔틀버스를 캠핑장에서 타고 여기 트레일 입구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아마도 지리산이었던 것 같은 20여년전의 마지막 백패킹에서 신었던 바로 그 등산화를 신고! 이제 출발이다~^^

JMT 1구간 4박5일의 1일차 트레킹 구간의 전체 등고선 지도로 파란선 제일 아래쪽에서 출발해서, Johnston Lake와 Trinity Lakes를 지나 Gladys Lake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Rosalie Lake와 Shadow Lake를 차례로 끼고 돈 다음에 '이름없는 고개'를 넘어서 Garnet Lake 북쪽의 호숫가에 텐트를 치고 첫번째 야영을 했다. 이 날의 총 이동거리는 약 17km, 소요시간은 12시간이었다.

존뮤어트레일, JMT 표지판을 따라서 20분 정도 걸으니 데블스포스트파일 준국립공원을 벗어나서, 이제 인요국유림(Inyo National Forest)으로 들어간다는 안내판이 나왔다.

미나리, 아니 미나렛 크릭(Minaret Creek)을 건너는 '쌍나무 다리'에서 만세를 하고 있는 HJ의 모습이다. JMT를 하는 동안에 정말 많은 물줄기를 건너야 하는데, 여러 다리를 중에서도 이렇게 통나무를 두 개 묶어놓은 쌍나무 다리가 제일 많았다.

JMT에서 만나는 다른 하이커들에게서는 우리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특히 홀로 한국에서 유니투어의 <요세미티와 존뮤어트레킹>에 참가한 HJ에게는 혼자 트레일을 하는 다른 여자들에게서 더욱 그러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목에 성조기를 두르고 혼자 JMT를 종주한다는 여성 하이커와 HJ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부모와 함께 존뮤어트레일에 나선 딸과 아들... 이 트레일이 끝나도 자신의 짐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남자 1명에 여자 2명인 이 팀처럼, 전체 4박5일 동안의 존뮤어트레일에서 마주친 하이커들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다! 그리고 잠깐, 여기서 우리는 가운데 여성분의 신발(?)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게 4시간 정도를 걸은 후에, 트레일 오른쪽으로 나타난 글래디스(Gladys)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물이 있는 곳에는 항상 사람들이 쉬어간 흔적과 또 텐트를 친 자국이 남아있었다.

점심은 물만 끓여서 부으면 되는 '행동식'으로, 그 날 점심에 먹을 것 하나만 '곰통'에서 빼서, 배낭에서 꺼내기 좋은 곳에 미리 챙겨두었다. 카레, 짜장, 짬뽕, 비빔밥 등등의 다양한 메뉴들 중에서 위기주부는 짜장덮밥을, 홍사장님과 HJ는 해물짬뽕라밥을 아침에 골랐다.

점심을 먹고 작은 고개를 넘으면 나오는 로잘리(Rosalie) 호수에서 처음으로 우리와 같은 방향인 북쪽으로 트레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 팀도 남1여2 구성이었다.

2인용 텐트까지 꼭대기에 걸쳐놓은 90리터 야영배낭을 멘 위기주부... 몸통보다도 훨씬 두꺼운 배낭이 머리 위까지 올라왔는데, 저울이 없어서 무게를 재보지는 못했다.

Rosalie Lake 옆에서 처음으로 텐트를 친 가족을 지나쳤는데, 아빠는 나무 사이에 설치한 해먹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고 그 뒤로 수영복을 입은 딸이 보인다. 이 사람들은 여기서 몇일씩 야영을 하면서 낚시도 하고, JMT를 벗어나서 하이킹도 하는 식으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다시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면, 본격적으로 하이시에라(High Sierra)의 눈덮인 바위산들이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사진 제일 오른쪽에 나무들 사이로 푸르스름한 물빛이 보이는데, 바로 여기까지 오는 이정표에 계속 등장한 쉐도우레이크(Shadow Lake) '그림자 호수'이다.

쉐도우 레이크에 도착해서 나무 그늘에 깔개를 깔고 누워서 쉬는 홍사장님... "그냥 오늘은 이 호숫가에 텐트 칠까?" 하지만, 시간도 오후 3시밖에 안되었고, Thousand Islands Lake까지는 못 가더라도 Garnet Lake까지는 가야할 것 같아서 다시 출발~

수목한계선이 보이는 왼쪽의 바위산들은 리터 산맥(Ritter Range)으로 시에라네바다 주능선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작은' 산맥이다. 지금 뒤로 보이는 저 봉우리는 무시해도 된다. 왜냐하면 저 봉우리의 이름이 Neglected Peak이기 때문에...^^ (맘모스 스키장의 정상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주능선으로, 이미 우리는 전날 셔틀버스를 타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서쪽으로 넘어온 것임)

Shadow Lake로 흘러가는 쉐도우크릭(Shadow Creek)의 물가에서 식수를 보충하면서 쉬었는데, 여기 삼거리에서 개울을 따라서 올라가면 아주 멋진 풍경의 Ediza Lake가 나온다고 하는데, 존뮤어트레일은 그 호수가 아니라 Garnet Lake를 향해서 가야한다.

풍경은 점점 더 멋있어 지고, 그에 비례해서 피로는 점점 더 몰려오고... 이제는 쉴 때 사진 찍기도 힘들어진다~^^

그리고는 첫날 산행의 가장 힘들었던 곳인 '이름도 없는' 바윗고개를 넘어간다. 그늘에 혼자 서서 멀어져가는 홍사장님과 HJ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힘든걸 왜 한다고 했을까?"

고갯마루에 도착해서 그냥 뻗어있느니까, 홍사장님이 내 카메라를 달라고 하더니 맛이 간 위기주부를 찍어줬다. 반면에 팔팔한 모습으로 높은 곳에 올라오니까 또 카톡이 된다면서 즐겁게 스마트폰을 하고있는 HJ이다~^^

"빨리 내려와~ 늦게 가면 텐트 칠데 없어..." 마침내 우리의 첫날 야영지인 가넷 호수(Garnet Lake)가 모습을 드러냈다.

셀카를 찍어서 카톡으로 한국에 보내면 힘이 나는 HJ를 보니까, 나도 셀카를 찍으면 힘이 나는지 궁금해서, 무거운 DLSR 카메라로 몇장 찍어봤다... 차마 그 사진들은 블로그에 못 올리겠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다 왔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는지 갑자기 추워지면서 몸에 힘이 쫙 빠지는게, 이 때 앞선 두 명을 따라가는게 정말 힘들었다. 가넷 호수가 흘러 나가는 동쪽 끝은 제법 물길이 넓어서 튼튼한 다리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데, 우리는 다리를 건너 사진에 그늘져 보이는 바위산 아래의 호숫가에 텐트를 치게 된다.

지금 서있는 Garnet Lake의 해발고도는 2,950m이고, 호수 너머로 저 멀리 두 개의 바위산이 겹쳐서 보인다. 오른쪽에 높게 보이는 것이 이미 여러번 언급한 배너피크(Banner Peak)로 3,945m이고, 왼쪽으로 더 뒤에 있어서 낮은 것처럼 보이는 봉우리가 리터산맥의 최고봉인 마운트리터(Mount Ritter)로 해발고도가 4,008m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좋은 자리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텐트를 쳐서 힘들게 좁은 곳에 자리를 잡았더니, 이렇게 텐트 너머로 사진이 찍혔다. 홍사장님이 정수를 해와서 밥을 하는 동안에, HJ와 텐트를 치는데 손이 부들부들거리고 앉았다가 일어나면 머리가 핑핑 도는 느낌이었다. 지금 저녁밥이 되기를 기다리는 위기주부와 HJ의 머리속에는 오로지 '먹어야 산다! 먹고 자야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밥풀떼기' 즉석쌀로 밥을 3인분 해서는 모두 먹고, 모자라서 말린 누룽지를 또 끓이는 중이다. 따뜻한 밥을 먹으니 좀 힘이 나서 이렇게 일어나서 사진도 한 장 찍었지만, 통조림 김치를 반찬으로 누룽지를 나눠먹고 그릇 정리하고 이만 닦고 침낭에 들어가서 자는데까지 30분도 안 걸렸다. "그래서, 20여년만에 백패킹을 한 첫날의 느낌이 어땠냐고?" 이 날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1구간 4박5일의 첫날밤은 누워서 좋다싫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잠들었다.





P.S. 위기주부의 존뮤어트레일 1구간 산행은 미서부 LA현지 트레킹 전문여행사 유니투어와 함께 했습니다. 유니투어에서는 매년 9월중에 <휘트니와 존뮤어트레킹>을 포함해 다양한 미서부 트레킹여행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관심이나 문의가 있으신 개인이나 단체는 아래의 배너를 클릭하셔 유니투어 홈페이지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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