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주부와 비슷한 시대에 고등학교를 다니신 분이라면, 지구과학 교과서에 '세계 최대의 천체망원경'이 있는 곳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팔로마 천문대(Palomar Observatory)라는 이름이 등장했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이 천문대에 1948년에 설치된 지름 200인치(=5.1미터) 반사망원경이 1993년까지 무려 45년간 '세계최대'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헤일망원경(Hale Telescope)이다.
1박2일 추수감사절 여행의 둘쨋날, 샌디에고에서 북동쪽 내륙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클리블랜드 국유림(Cleveland National Forest)의 해발 1,712m 산 위에 위치한 팔로마 천문대(Palomar Observatory)를 방문했다. 이 천문대는 LA 파사데나에 있는 세계적인 공과대학인 칼텍(CalTech)에서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역시 파사데나에 위치한 미국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JPL)와 동부의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가 연구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천문학계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천문대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어서, 입구에는 별도의 전시관인 The Addison White Greenway, Jr. Visitor Center가 만들어져 있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추수감사절 당일이라서 기념품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지만, 천문대의 역사와 업적을 소개하는 전시관은 오픈을 했다. 무려 45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능좋은 천체망원경을 운용한 천문대이니, 이 곳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천문학 업적은 매우 많은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1950년대에 퀘이사(quasar) 연구를 통해 '허블팽창계수'를 정확히 구해서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밝힌 것이 가장 유명하다.
전시관 중앙에는 1928년에 설립된 팔로마 천문대 최초의 천체망원경으로 1936년에 설치되어 1990년대 중반까지 운용되었던 18-inch Schmidt telescope의 실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1993년에 처음 관측되고 이듬해 목성과 충돌해서 뉴스에도 많이 나왔던 슈메이커-레비 혜성(Comet Shoemaker–Levy 9)을 최초로 발견하는데 사용되었던 망원경이라고 한다.
태양광과 여러 기체원소의 스펙트럼에 관한 전시물을 함께 보고있는 위기주부와 지혜... He, Ne, Xe 등등의 원소 이름을 보니, 지혜는 요즘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화학수업시간이 떠오르고, 다른 누구는 옛날옛적의 추억이 아스라히 떠올랐다~
이제 200인치 망원경을 보러가자~ 아침에는 샌디에고 미션비치(Mission Beach)의 바닷가에서 더웠는데, 여기 해발 1,700미터가 넘는 천문대에서는 다시 두꺼운 옷을 꺼내서 입어야 했다.
1993년에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마우나케아(Mauna Kea) 산의 4,145m 정상에 반사경 지름 10미터의 Keck I 망원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무려 45년간 '실질적인 세계최대 망원경(the largest effective telescope)'이었던 헤일망원경(Hale Telescope) 돔의 입구이다. (크기만으로 보면 구 소련에서 1975년에 지름 6미터의 BTA-6라는 천체망원경을 만들었지만, 반사경 품질 등의 여러 문제로 제대로 된 성능을 내지 못했다고 함)
입구를 들어서면 1928년에 세계최대의 천체망원경 제작을 제안해서, 록펠러재단으로부터 자금을 받아서 이 천문대를 건설한 천문학자 George Ellery Hale 흉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헤일 아저씨 왼쪽으로 원형돔을 따라서 곡선으로 만들어진 70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일반 관람객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의 이틀만 빼고는 자유롭게 망원경을 구경할 수 있는 유리칸막이가 쳐진 공간이 나온다. 정말로 천문학과 우주망원경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4월부터 10월까지 토/일요일에만 진행되는 선착순 유료 Public Guided Tour를 이용하면, 저 안쪽으로 들어가서 바로 머리 위로 망원경을 올려다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위기주부도 뭐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을 듯...^^
그냥 유리창에 코를 바싹대고 쳐다보고, 또 카메라렌즈를 딱 붙여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하면, 저 비스듬한 원통의 왼쪽 아래에 지름 약 5.1미터의 반사거울이 있는데, 원통의 망원경이 반구형의 돔 지붕과 함께 동서남북으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상하로 각도도 바뀌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망원경의 가장 핵심인 지름 200인치의 반사경은 1934년에 코닝글래스(Corning Glass)에서 당시 신소재였던 '파이렉스(Pyrex)' 유리로 20톤짜리 덩어리로 만드는데 성공했고, 1936년에 특수열차에 실려 미대륙을 가로질러서 LA 파사데나의 칼텍에 도착을 하게 되고, 2차대전으로 몇년 중단되기는 했지만 1948년까지 11년반 동안 정밀하게 갈아서 포물면을 만들었는데, 완성된 거울의 무게가 14.5톤이었다고 하니 5톤 이상의 유리를 드릴로 깍아 가루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위 사진은 2차대전이 끝나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서 기념으로 찍은 사진으로 Wikipedia에서 가져왔음)
지혜의 표정이 "아빠 신났군~ ㅋㅋ" 관람석에는 천문대와 망원경에 대한 소개가 붙어있는데, 여기 팔로마 천문대에는 200인치 헤일망원경 외에도 48-inch (1.2-meter) Samuel Oschin Telescope와 60-inch (1.5-meter) Telescope의 두 기가 현재 더 동작을 하고있다.
"그래, 신났다! 같이 사진 좀 찍자~" 이 천문학계에서 기념비적인 망원경으로 1949년에 첫번째 우주의 사진을 찍은 사람이 바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서, 자신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이 지구궤도에 떠있는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라고 한다.
내부 구경을 마치고, 돔을 한바퀴 돌아보면서 찍은 점프샷이다. 우리 가족이 사진 찍는 것을 본 직원이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는데... 바로 확인을 안했더니 DSLR 카메라의 셔터를 끝까지 누르지 않아서 하나도 찍히지 않은 것을 집에 와서 알았다. T_T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좌우에 붉게 말라버린 것은 전부 고사리인데, 봄철에 오면 'DO NOT PICK THE FERNS / 고사리 채취 금지'라고 영어, 한국어, 그리고 일본어로 써놓은 안내판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짧은 1박2일 샌디에고 여행을 마치고 테메큘라(Temecula)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는 LA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이번에 못 산 기념품도 하나 사고, 고사리도 따러 나중에 생각나면 한 번 더 가야겠다.
P.S. 추수감사절 연휴 마지막 날에는 작년에는 건너뛰었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2016년 마지막 포스팅이 될 듯 하므로, 올 한 해 블로그 방문해주신 분들 모두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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