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우리 가족의 스페인여행이 더욱 알찼던 것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들만 둘러본 것이 아니라, 스페인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기타와 플라멩고를 관람하고 또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인 것 같다.
타파스 뷔페로 저녁을 먹고는 고딕지구(Gothic Quarter)의 골목길을 헤집고 여기 바실리카 산타마리아 델파이(Basílica de Santa Maria del Pi)에 도착했다. (성당을 찾아 걸어가는 동영상은 여기를 클릭) 여기서 열리는 '바르셀로나 4 기타(Barcelona 4 Guitars)'라는 4인조 기타리스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바르셀로나에서 연중 열리는 다양한 기타공연에 대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공연시간이 다 되어가자 제법 긴 줄이 고색창연한 성당의 벽을 따라서 늘어섰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평일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연주회는 성당의 본당이 아니라, 입구 옆 철문의 작은 예배당에서 열리는 것이었다.
소극장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은 예배당이었는데, 아내와 지혜가 용감하게 제일 앞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뒤에서 사진을 찍고 따라가면서 "졸면 어떡하지?" 생각을 잠깐 했는데, 그것은 결과적으로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남녀 각각 2명으로 이루어진 4명의 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를 클릭하면 '바르셀로나 4 기타'의 공식 소개영상을 보실 수 있는데, 가능한 본 포스팅의 사진과 글을 다 보신 다음에 보시기를 권해드린다. (소개 영상에 짤막하게나마 이 팀의 다양한 공연모습이 모두 나와서, 영상을 먼저 보고 아래 사진들을 보면 재미없으실 듯...^^)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각한(?) 클래식 기타연주회가 아니라, 온 가족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공연이었다. 이렇게 가운데 두 명이 서로 내 기타가 더 크다고 자랑을 하는 모습을 본, 맨 왼쪽에 계신 남자분이 진짜 엄청나게 큰 케이스를 가져와서 꺼낸 기타는...
예쁜 미니어쳐 기타였는데, 실제로 저 것으로 연주를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소개영상을 보시면 잠깐 나오지만, 4명의 기타리스트 외에 기타케이스를 가져다주고 무대를 정리하는 감초 출연자가 한 명 더 있다~
첫번째 '평범한' 연주를 마치고 일어서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인데, 여기 클릭해서 DSLR로 촬영한 짧은 동영상을 보실 수 있다.
흥겨운 춤곡을 연주하다가 갑자기 저 분이 앞으로 나와서 지혜를 일으켜 세우더니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다. 이걸 비디오로 찍었어야 하는데...^^ 항상 공연마다 이 레퍼토리가 있으니, 맨 앞줄에 앉은 여성분은 긴장하셔야 한다.
그리고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라벨(Ravel)의 <볼레로> Bolero 연주가 있다. 처음에 두 명만 나와서 연주를 하다가, 다른 두 명이 나와서 이렇게 하나의 기타를 두 명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는 하나의 기타를 4명이 함께 연주를 하면서 곡이 끝난다! (어떻게 연주하는지 궁금하시죠? 여기를 클릭하면 카탈루냐 음악당(Palau de la Musica Catalana)에서 공연한 공식영상을 유튜브로 보실 수 있음)
지혜를 데리고 왈츠를 추신 이 분~ 막판에 노래도 한 곡 뽑으셨다. 이외에도 무선리모콘도 등장하고, 전자기타도 등장하고... 여하튼 우리 가족의 스페인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Barcelona 4 Guitars 멤버들과 함께 따로 사진을 찍는 영광까지! 그런데, 성당을 나와서 늦은 시간에 아내가 호텔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으슥한 고딕쿼터(Gothic Quarter)의 골목길을 점점 더 깊숙히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어디 가 볼 곳이 있다고 하는데, 가이드가 가면 따라가야지 뭐~
도대체 어디 가는건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모여있는 분수대가 있는 작은 광장이 나와서 다 찾아왔다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가운데 팔각형의 분수가 있는 작고 남루한 Plaça de Sant Felip Neri 광장은, 1985년에 출간되어 전세계적으로 2,000만권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인 (위기주부도 그 중의 1권 구매),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의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가 2006년에 영화로 만들어질 때 중요한 장면의 촬영장소로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저 곰보자국이 있는 벽과 철문이 영화에 나온다... "지혜야 나중에 <향수> 영화보면 지금 너가 서있는 곳이 나온단다~"
위의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시면, 으슥한 골목길을 지나서 나오는 이 광장의 전체 모습을 잘 보실 수가 있다.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시라고 배경음악을 깔지 않았음) 독일 작가가 쓴 소설 <향수>는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했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여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촬영이 되었다는데, 특히 마지막의 충격적인 사형대 광장의 장면도 바르셀로나 몬쥬익 언덕에 있는 '스페인 촌(Poble Espanyol)'의 중앙광장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다시 돌아나오는 길에 골목 구석에서 눈길을 끈 모습... 왠지 벽면의 누수를 이용한 것 같은 화분, 타일로 만들어서 붙여놓은 글귀, 또 작은 그림까지 그려놓은 길 이름(?) 등등이 음산하면서도 매력있는 늦은 밤 바르셀로나 고딕지구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람블라스 거리를 지나서 호텔로 돌아갔다. 이제 스페인여행도 내일 단 하루만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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