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의 계획을 세우던 아내가 그라나다(Granada)에 가서는 '동굴 플라멩고'를 봐야한다고 했을 때, 나는 도저히... 어두컴컴할 것 같은 동굴과 정열의 춤이라는 플라멩고를 연관시킬 수가 없었다~
가지런히 놓아둔 유리잔들 너머 창문 밖으로 알함브라 궁전(Alhambra Palace)이 보이는 이 곳,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사크로몬테(Sacromonte) 언덕의 Casa Juanillo라는 안달루시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우리가 이 날 첫번째 손님이었다.
그리고, 지혜가 직접 스페인어로 전화해서 표를 예약한 플라멩고 공연장, Zambra de Maria La Canastera로 이동을 했다. (여기를 클릭해서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면 레스토랑과 공연장이 바로 붙어있음^^)
공연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 만난 지혜와 집시 고양이의 3컷짜리 짤방~
잠브라(Zambra)는 플라멩코 중에서도 특히 여기 그라나다와 알메리아(Almeria) 지역의 집시들이 추는 춤을 말하는데, 세비야같은 큰 도시의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 보다는 토속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저 안쪽에 뭔가 번쩍번쩍하고는 곳이 '동굴' 공연장인데...
하얀 동굴의 내부 벽면은 온통 오래된 사진을 넣은 액자들로 도배가 되어있고, 위에는 누런 놋그릇과 국자(?)들을 잔뜩 매달아 놓았다! 액자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저 그릇과 국자들은 왜 주렁주렁 달려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두 명의 기타 연주자와 좌우로 댄서들이 자리를 잡고 입구를 커튼으로만 가린 후에, 기타 연주와 박수 리듬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고, 우리 가족 스페인 여행의 주제인 '플라멩코와 기타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정도 시작되었다.
첫 무대는 4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모두 함께 춤을 췄는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추임새와 손동작 등이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다. 옛날 한국 할머니들이 술 한 잔 하시고 마을 잔치에서 추는 춤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 공연단의 '왕언니'로 느릿한 손동작에서도 뭔가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플라멩고 춤 실력을 떠나서, 이 여성은 얼굴만으로도 여기 동굴 플라멩고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같았다. 한 때 그라나다를 지배했던 아랍계 무어인의 혈통인지, 아니면 그 후에 흘러들어온 집시의 후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저 눈을 바라보고있는 것 만으로도 '플라멩고의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면 너무 과장이 심한걸까?
남자 무용수도 한 명 등장을 하는데, 땡땡이 하얀 스카프를 두르고 양손에 캐스터네츠를 들고 춤을 추는 모습이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었다.^^
전체 1시간 좀 넘게 이어지는 공연에서, 주요 장면만 모아서 5분 정도 길이로 편집한 동영상으로, 클릭해서 보시면 간단하게 어떤 분위기의 공연이었는지는 느끼실 수 있을거다. 참고로 첫번째 기타연주 부분과 파란옷을 입은 여성 무용수의 공연 부분은 DSLR 카메라로 줌을 해서 찍은 비디오를 함께 펴집한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동굴 밖으로 나와보니, 벌써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플라멩고는 나중에 세비야(Sevilla)에서 무대공연으로 한 번 더 보게 되는데, 예술성을 떠나서 여기 사크로몬테 동굴에서 본 공연이 더 기억에 남는다.
언덕을 걸어내려오는 길에 여기 Tarantos를 비롯해서 몇 개의 플라멩코 공연장이 역시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일부 여행객들이 후기에 쓴 것처럼 사크로몬테가 위험한 동네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사크로몬테 옆의 동네는 알바이신(Albaicín) 또는 알바이진(Albayzín)이라고 부르는 무슬림 주거지인데, 그 전체가 알함브라와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된 곳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쪽에 알함브라를 바라보는 가장 유명한 전망대가 있다고 아내가 꼭 가봐야한다고 해서, 시간이 늦었지만 가보기로 했다.
찾아가는 골목길은 좀 으슥하고 오르막이 힘들기도 했지만, 여기 샌니콜라스(San Nicolás) 교회앞의 광장에 도착하니, 역시 아내말을 듣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아아~ 신라의 달밤..." 아니, "아아~ 그라나다의 달밤이여~"
마침, 다른 한국 단체관광객들을 인솔해서 오신 가이드 여성분이 계서서, 우리를 보시고는 가족사진을 잘 찍어주셨다.
알함브라의 정수인 무슬림들이 만든 나스리 궁전(Nasrid Palaces)이 앞쪽에 보이고, 그 뒤로 크리스챤들이 건축한 카를로스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과 높은 종탑의 산타마리아 교회(Church of Santa Maria)가 보인다.
보름달이 뜬 샌니콜라스 전망대(Mirador San Nicolás) 광장에서 은은하게 울려퍼지던 타레가(Tárrega)의 기타연주 <알함브라의 추억>이 들리시나요? (안 들리시면 여기를 클릭해서 볼륨을 키우시면 됨^^)
전망대 아래쪽의 이 골목길에서 마을버스를 한 참을 기다렸는데, 결국은 오지 않아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것으로, 우리 가족의 스페인여행 이틀째 남부 스페인 그라나다(Granada) 여행이 끝나고, 다음 셋째날은 지중해와 접한 '태양의 해안' 코스타델솔(Costa del Sol)을 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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