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남부 테네시 주의 서쪽 끝, 미시시피 강변의 항구도시로 세계 최대의 목화 시장인 멤피스(Memphis)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말은 '블루스의 본고장'이다. 음악에 문외한인 위기주부도 아는 블루스 기타리스트 겸 가수, 비비 킹(B.B. King)은 1925년 미시시피 주 인디애놀라(Indianola)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라일리 킹(Riley King)이었다. 그는 1946년 멤피스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DJ로 활동하던 중 ‘블루스 보이(Blues Boy)’라는 뜻의 ‘BB’라는 별명을 얻었고, 1949년에 멤피스에서 데뷔를 해서 60년 이상 활동을 한 '블루스의 왕(King of the Blues)'이다.
바로 그 '블루스의 본고장(Home of the Blues)' 파란색 사인을 볼 수 있는 곳이 멤피스 다운타운의 빌 스트리트(Beale Street)이다. 사실 여기 Main St 교차로를 찾아온 원래 이유는 빌스트리트 남쪽 작은 공원에 있는 아래의 엘비스 동상(Elvis Statue)을 보기 위해서였다.
대륙횡단 여행기 전편에서 엘비스 프레슬리가 멤피스에서 가수로 데뷔한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데뷔 당시의 젊었을 때 모습을 보여주는 동상이라고 한다. 음악 역사상 최초로 십대 팬들의 광적인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가 된 엘비스의 로큰롤도 직접적으로 블루스 음악에서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흑인 음악을 훔친 백인 가수"라고 비난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동쪽으로 조금 걸어 가보니 왼편의 하드락카페부터 Beale St 좌우로 많은 라이브카페와 레스토랑, 음악 스튜디오 등이 모여있다는 곳이 보였는데, 오른편의 BB King's Blues Club을 시작으로 해서 2nd St 부터 4th St 까지는 보행자전용 도로로 되어있다.
그 가장 중심에서 남북으로 교차하는 도로의 이름인 비비킹 블러버드(B.B. King Blvd)의 표지판이 멀리 보인다. 저기 어디 들어가서 블루스 음악에 맥주 한 잔 곁들여 저녁을 먹으며 오늘을 마무리할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사실 둘 다 블루스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또 다른 들러야 할 곳이 하나 더 남아있어서 그냥 돌아섰다.
예의상 멤피스 여행기에 사진 한 장은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 비비 킹의 대표곡이라는 <The Thrill Is Gone>의 1993년 공연실황 영상을 하나 걸어본다. 비비 킹은 2006년에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고, 2015년에 그가 89세로 사망했을 때 여기 미국에서는 몇 일 동안 내내 톱뉴스로 보도가 되었다. (2012년에 시카고의 House of Blues에서 비비킹의 공연을 직접 보셨던 요세미티님의 추모 포스팅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냥 우리는 엘비스 동상 앞에서 셀카나 한 장 남기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야기는 '멤피스 여행기 3부작'의 마지막 3부에서 다시 계속해서 들려드리기로 하고, 이 2부에서는 멤피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킹(King)'의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자~
다운타운 조금 남쪽에 있는 로레인 모텔(Lorraine Motel)이라는 곳인데, 오늘 밤 우리가 여기에 숙박하는 것은 아니고...
작은 흑백화면 속의 오른쪽에 서있는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가 1968년 4월 4일에 암살을 당한 장소가 여기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화면 왼쪽에 마지막으로 함께 서있던 사람은 아직 살아있는 민주당 정치인인 제시 잭슨(Jesse Jackson) 목사이다.
그는 화환이 놓여진 2층 306호 앞에 서있다가 건너편 건물에서 날아온 총알에 맞아서 숨졌다. 일찌기 1964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적인 유명인이었지만, 흑인 청소노동자들이 백인들과 차별되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항의하기 위한 파업에 연대하기 위해 멤피스 시를 방문 중이었던 것이다.
그가 1956년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투쟁'을 이끌어서 승리한 직후에 결성했던 남부 그리스도교도 지도회의(Southern Christian Leadership Conference, SCLC)에서 만들어 놓은 추모 석판에는, 다음과 같이 번역할 수 있는 창세기 37장 19~20절의 말씀, 소위 "꿈 꾸는 자"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들이 서로 이르되 보라 꿈 꾸는 자가 오는도다 ... 그를 죽여서 ... 그의 꿈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가 볼 것이라"
위 글귀가 추모판에 적힌 이유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마틴루터킹 목사가 1963년에 워싱턴DC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했던 유명한 "I Have a Dream" 연설 때문일 것이다. 위기주부는 1989년에 성문종합영어 장문독해에서 이 연설문을 처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영어자막이 들어간 당시 연설의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참고로 2분 20초 정도부터 "I have a dream"으로 시작되는 부분이 나온다. 한글자막이 들어간 동영상이나 번역문도 쉽게 찾아서 보실 수 있고, 아마도 마틴루터킹의 이 연설은 그 연설장소 부근에 세워진 그의 기념비를 방문한 후에, 블로그에 다시 상세히 소개를 할 기회가 또 올 것이다.
아내가 보고있던 안내판의 왼쪽 가운데에, 그 날 오후 6시 1분에 쓰러져있는 킹 목사와 주변의 사람들이 총알이 날라온 곳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을 클릭해서 원본보기를 하시면 내용을 읽으실 수 있음)
바로 길 건너에 오른쪽에 보이는 뒤쪽 빨간 벽돌건물의 열려있는 2층 창문이 바로 과격파 백인단체 소속의 제임스 얼 레이(James Earl Ray)가 총을 쏜 곳이다. 범인은 캐나다를 거쳐서 영국으로 도망갔지만 가짜 여권이 발각되어 미국으로 추방된 후 체포되어서 99년형을 받고 복역하다가 1998년에 교도소에서 70세로 지병으로 사망했다. 당시 킹 목사를 공산주의자로 몰던 에드가 후버의 FBI가 암살을 사주한 것이라는 등의 많은 음모론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팩트만 전달을 해드리는 것으로...
이 곳은 암살사건 이후에도 계속 모텔로 운영이 되다가 결국 폐업 후에 1982년에 건물이 철거될 뻔 했지만, 지역 흑인사회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국가민권운동 박물관(National Civil Rights Museum)의 일부가 되었다. 여기서 'National'을 국립이 아니라 국가로 개인적으로 번역한 이유는, 이 박물관은 나라에서 세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문을 닫은 후였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서 우리도 돌아섰지만, 이 때는 찾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좀 씁쓸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1950년대 스타일로 세워놓은 로레인 모텔(Lorraine Motel)의 간판 아래에 'I HAVE A DREAM'과 함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의 영어 첫글자만 모아서 자주 쓰는 표현인 'MLK'가 적혀있다. 그렇게 MLK가 암살당한 장소를 짧게 방문하고, 그 옆의 넓은 주차장에서 뒤를 돌아보니...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여기 추모의 공간을 찾아온 것을 보니, 앞서 씁쓸한 마음이 사라졌다~ 미국에서는 그의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1월 세번째 월요일을 마틴루터킹 데이(Martin Luther King, Jr. Day)라는 연방 공휴일로 지정했는데, 올해 2022년은 1월 17일로 정말 신기하게도 마침 이 포스팅을 올리는 날이다! (실제 생년월일은 1929년 1월 15일)
다음날 아침에 여기 멤피스에서 꼭 더 들러야 할 곳이 하나 남았기 때문에,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고는 Piccadilly Cafeteria라는 곳에 저녁을 먹으러 왔는데, 굉장히 큰 이 식당에 백인도 거의 없었고 우리 부부 빼고는 전부 흑인이었다. 몇 일 후에 테네시 주에 사는 아내의 친구집을 잠시 방문하게 되는데, 그 친구분 말씀이 멤피스 남쪽은 좀 위험한 동네라서 자기는 절대로 안 간다고... 그래서 약 한 달간 두 번의 미국 대륙횡단을 하면서, 저녁을 먹은 장소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곳들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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