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는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대부분 무료이다 보니, 입장료를 내야하는 곳들은 사실 지난 2년간 거의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공짜로 갈만한 곳들은 거의 다 둘러봤기에, 이제 슬슬 어떤 유료 박물관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다. 그 중에서 이 곳은 멋진 중앙홀까지는 그냥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DC 지하철 하이킹'의 경로에 넣어 잠깐만 둘러보려고 했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특별히 입장료를 안 받고 공짜 입장이 가능한 무슨 행사일이었다.
전편 2탄에서 보여드린 법조광장(Judiciary Square)의 북쪽에 1천5백만개의 벽돌을 이용해,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의 연금지급 업무용으로 1887년에 완공되어, 펜션빌딩(Pension Building)으로 불리며 1960년대말까지 연방정부 사무실로 사용된 붉은 건물이 있다. 얼핏 봐도 규모가 상당한데 가로 400피트, 세로 200피트의 정확한 2:1 비율의 직사각형 건물로 만들어졌단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찰흙으로 만들어 구웠다는 노란 부조(frieze)는 건물을 한바퀴 돌아서 그 길이가 1,200피트에 이르는데, 북군의 다양한 군인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입구도 아담하고 펜스에 묶어놓은 내셔널 빌딩뮤지엄(National Building Museum) 간판은 약간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저 내부로 들어가면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이중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카메라나 핸드폰 사진을 광각 모드로 바꾸는 거였다. 가운데 꼭대기 높이가 15층 정도인 159피트에 달하는 지붕을 떠받히기 위해서 좌우로 4개씩의 거대한 기둥이 약 23 m 높이로 만들어져 있는데, 실내에 만들어진 기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한단다.
중앙분수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기둥 4개는 얼핏 비싼 대리석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고, 하나당 7만개의 벽돌을 쌓아서 만든 후에 시멘트를 바르고 칠을 한 것이다. 1층에 둘레를 따라 세워진 72개의 도리아식(Doric-style) 기둥들은 테라코타(terra cotta)이고, 그 위 2층의 조금 작은 72개의 이오니아식(Ionic-style) 기둥은 주철(cast iron)로 만든 것이다.
거대한 8개의 기둥은 또 화려한 장식물이 제일 위에 올려져 있는 코린트식(Corinthian-style) 기둥이다.
폭이 30 m에 길이가 거의 100 m에 이르는 내부 광장은 그레이트홀(Great Hall)로 불리는데, 완공하기도 전인 1885년 그로버 클리블랜드부터 2017년 도널드 트럼프까지 모두 19번의 대통령 취임 무도회(Inaugural Balls)가 여기서 열렸다고 한다.
다시 중앙분수로 돌아가서 한바퀴 돌아보며 찍은 짧은 세로 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그런데 기념품 가게나 들렀다 나갈까 하다 인포메이션 부스를 보니, 그냥 이메일만 적어내면 입장 손목띠를 나눠주고 있었다. 물어보니까 두번째 토요일에 무슨 행사를 해서 공짜로 관람이 가능하다는데, 홈페이지에도 아무 정보가 없고, 1월과 2월은 이 행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매월 그렇게 하는 것인지도 확인이 불가했다.
그렇게 입장료 10달러 내지 않고 1층 비지터센터 내의 매표소를 그냥 통과해서 전시실로 들어왔는데, 미국의 여러 대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형상화한 판들이 세워져 있고, 벽에는 맨하탄의 마천루 사진이 붙어있다. 건축박물관이라고 건물을 가져와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의외로 전시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은 듯 했다.
옆방에는 각종 건축 재료와 외벽을 마감하는 모양 등을 보여주는 전시가 있었는데, 이 방들을 빼고는 거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참고로 DC에는 국립 어린이박물관도 물론 따로 있는데, 어른 입장료가 20불에 가깝다.^^
'Building Stories' 전시실은 입구부터 동화책 느낌을 풍기면서, 아이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건물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곳이라 되어 있다.
실제 동화책들도 많이 있었고, 벽을 그림책처럼 만들어 놓은 공간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좀 썰렁해 보이지만 2층으로 올라가면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끌벅적한 전시실들을 보여드리기 전에 2층에서 바라본 모습과 함께 역사 이야기를 마치자면,
벽돌로 지은 건물이 노후되어 완전히 철거될 뻔 했지만, 여러 보존 노력으로 1980년에 미의회에서 건축박물관으로 바꿔서 보존하는 법을 통과시켜서, 보수공사 후에 1985년에 오픈을 했단다. 그런데, 당연히 스미소니언 재단에 넘겼으면 공짜라서 좋았을 듯 한데, 왜 별도의 비영리 재단을 만들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바람에 입장료를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25년 봄까지 운영된다는 '브릭시티(Brick City)' 전시실은 무슨 유치원 참관수업을 하는 곳 같았다! 워싱턴 지도를 그려놓은 두 개의 커다란 삼각형 책상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은 당연히 '레고(LEGO)'였다~ㅎㅎ
그 옆으로 거대한 레고 작품이 하나 만들어져 있는데, 기차역과 호텔이 함께 붙어있는 붉은 건물이었다. 당연히 미국 어딘가에 있는 곳으로 생각했지만, 영국 런던의 St Pancras railway station에 1873년 만들어져 현재 메리어트에서 운영하는 Renaissance London Hotel 건물이란다.
다른 세계의 여러 건축물들도 레고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는데, 눈에 확 들어왔던 것은 작년 여름휴가에 직접 방문해서 봤던 이 곳이었다.^^
레고를 만들 때 최소한의 블록만으로 특징을 살려서 만드는 것을 '마이크로스케일(Microscale)'이라 부르는데, 그렇게 특이한 둥근 지붕을 잘 표현한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대성당(St. Basil's Cathedral)도 있었다. "이제 러시아는 여행하기 힘들겠지?"
다른 특별전시실은 그냥 'Play Work Build'라는 이름으로 이번에는 스펀지 재질의 블록들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아원같았다. 제일 앞의 꼬마가 작은 것들을 한 웅큼 위로 던지며 만세를 부르고 있고, 저 뒤쪽으로는...
커다란 블록들을 서로 끼우고 쌓거나 벽과 연결해서, 안에 들어가서 놀 수 있는 작은 '건물'을 실제로 만들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조용한 반대편 복도로 넘어와 멋진 열주랑(列柱廊, stoa) 사진을 찍은 후에, 무슨 인테리어 상점같은 간판이 달린 'House & Home' 전시실로 들어갔는데, 이름 그대로 '집'에 관한 건축학적 접근과 함께 유명한 집들의 모형이 만들어져 있었다.
건축학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폴링워터(Fallingwater)는 위기주부의 평범한 집에서 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서, 언제 한 번 직접 방문해볼까 생각은 하고 있지만, 내부투어 요금이 35불이나 해서 망설이고 있다... 이외에도 전세계 랜드마크 건축물들의 여행 기념품 등을 모아놓은 작은 'Mini Memories' 전시실을 잠깐 구경하고는, 땡 잡았던 공짜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정문 앞의 F St에서 잠깐 뒤돌아 본 국립 빌딩 박물관(National Building Museum)의 모습이고, 지하화된 남북 방향의 395번 고속도로 위를 지나 도심 하이킹을 계속 걸어가면,
법원들과 가까운 곳이라서 그런지, 조지타운 대학교의 법학대학원인 Georgetown Law 캠퍼스를 가로지르게 된다.
3탄의 마지막 사진은 마치 유리로 만든 맨하탄의 플랫아이언 빌딩(Flatiron Building)같았던 건물 꼭대기의 안테나에 태양이 꽂혀있는 모습이다. 찾아보니까 리얼터 전국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라고 되어 있으니, 혹시 DC를 방문하시는 중계인들은 한 번 찾아가 보시던지...^^ 여기서 조금만 더 동쪽으로 걸어가면 나오는 또 다른 박물관 방문기가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의 4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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