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리질리(Ridgely) 가문이 200년 동안 살았던 메릴랜드 햄튼 국립사적지(Hampton National Historic Site)

위기주부 2024. 6. 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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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있는 워싱턴DC 지역에서 뉴욕(New York) 시까지 가는 중간에는 볼티모어(Baltimore)와 필라델피아(Philadelphia)의 두 대도시가 있지만, 이사 온지 3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두 도시를 방문한 적이 없다. 딸이 사는 뉴욕을 자주 왕래하니까, 중간에 들릴 기회가 앞으로 많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자꾸 미루게 된다. 지난 5월 중순에 모처럼 뉴욕을 1박2일로 방문했던 둘쨋날 오후에, 볼티모어 시는 아니고 그 북쪽에 붙어있는 국립 공원 한 곳을 잠깐 구경했는데, 아래 어떤 여성의 전신 초상화를 하나 보여드리면서 그 곳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 DC의 국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Lady with a Harp>라는 그림으로, 영국 태생의 미국 화가 토머스 설리(Thomas Sully)의 1818년 작품이다. 현대식 하프가 등장하는 그림들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다는데, 모델의 이름이 Eliza Eichelberger Ridgely로 이제 소개하는 저택의 제3대 안주인(mistress)이다. 또 이 그림 덕택에 그 곳이 국립의 공원으로 보존될 수 있었기에 브로셔 표지에도 등장을 한다.


오전에 펜실베니아 주의 롱우드가든(Longwood Gardens)을 구경하고, 일부러 드라이브 삼아 1번 국도를 따라 천천히 달려서, 볼티모어 바로 북쪽에 있는 햄튼 국립사적지(Hampton National Historic Site)를 찾아왔다. 미동부 여기저기 '햄튼(Hampton, 햄프턴)'이 들어간 지명들은 대부분 식민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여기도 그렇다. 참고로 모텔 체인 '햄튼인(Hampton Inn)'의 역사와 관련된 곳은 아니다~^^


그런데 오후 4시가 넘어서 비지터센터가 문을 닫았다... 저택 내부의 투어는 포기하고 왔지만, 관련 전시도 전혀 못 본 상태로, 다행히 밖에 비치해 둔 브로셔 하나만 챙겨서 일방통행 도로를 조금 더 달려서 위쪽 저택 옆에 만들어진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약간 바래지기는 했지만, 공원의 지도와 대략적인 소개를 함께 볼 수 있는 안내판 사진을 올린다. 영국군의 찰스 리질리 대령(Col. Charles Ridgley)이 1745년에 처음 여기 1,500에이커의 땅을 사서 담배농장을 시작했다가, 후에 아들과 함께 고향의 이름을 딴 노스햄턴 제철소(Northampton Ironworks)를 만들어 번창하는데, 독립전쟁 중에는 대륙군에 무기를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단다.


그의 아들이 7년간의 공사를 거쳐 1790년에 완성한 저택이 바로 앞에 보이는 Hampton Mansion인데, 완공 당시로는 신생 독립국 미국에서 가장 큰 개인주택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개인 소유로 남아서 만약 비싼 입장료를 받는 곳이 되었다면, 훨씬 더 깔끔한 모습이었을 듯한 느낌이 좀 들기도 했다.


이 저택의 다음 주인이었던 Charles Carnan Ridgley는 메릴랜드 주지사를 역임하기도 했는데, 그가 11명의 자녀에게 땅과 노예를 나눠서 물려주기 직전인 1829년 전성기에 햄튼 플랜테이션(Hampton Plantation)의 면적은 25,000에이커에 노예는 350명에 달했다고 한다.


저택 남쪽으로는 정사각형의 기하학적인 정원들이 여러 개 만들어져 있는데, 앞쪽 두 개만 그 모양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직전에 롱우드가든을 보고 와서 좀 시시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저택을 지을 당시부터 넓은 앞마당을 평평한 정원으로 만드는데 큰 공을 들였고, 현재의 모습으로 가꾼 것이 첫번째 그림의 주인공인 Eliza Ridgely라는 설명 등이 적혀있다.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을 거치면서 대농장의 수익성은 점차 나빠져서 낙농업 중심으로 변화한 후에, 20세기 초부터 리질리 가문 소유의 땅들은 교외의 주택단지로 개발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1944년에 국립미술관 디렉터가 이 집에 걸려있던 맨 위의 그림을 직접 보기위해 방문했다가, 제6대 집주인 John Ridgely, Jr.로 부터 오래된 저택을 옛모습 그대로 관리하는 고충 등을 듣고는, 국립공원청과 여러 재단 등에 연락을 해서 보존 노력을 주도하게 된다.


참, 롱우드가든 포스팅에서 'Orangery'라는 단어를 다음에 설명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안내판의 그림과 같이 바닥에 온돌(hypocaust)을 설치한 유리 온실을 그렇게 부른다. (뒤로 보이는 건물은 1976년에 복원한 것으로 뒤쪽은 화장실로 사용) 한겨울에도 오렌지 나무를 키워서 따먹기  위한 당시 부의 상징과 같은 건물로,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오랑주리 미술관(Musee de l'Orangerie)도 루브르 궁전의 이런 온실이었다.


저택 옆으로도 다른 건물이 있고 길 건너편에 다른 집들도 있지만, 모두 둘러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맨션의 출입구에 해당하는 북쪽 면만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1948년에 저택과 주변 땅을 90,000달러에 팔고 마지막으로 북문을 나서는 John Ridgely, Jr. 부부의 모습으로, 사들인 재단이 정부에 바로 기증을 해서 현재의 국립사적지가 되었고, 2년의 수리를 거친 후에 일반 관람객에게 집 내부가 공개되게 된다. 무엇보다 이 곳의 가치는 200년 이상 한 집안의 소유였던 땅에, 6대에 걸쳐서 그대로 보존이 된 대저택이라는데 있단다.


햄튼 저택(Hampton Mansion) 내부의 중앙홀에 걸려있는 <Lady with a Harp>는 비록 모사품이지만, 음악실에 전시되어 있는 하프는 실제 위 그림에 등장했던 진품이라고 한다. 국립 공원이 된 덕택에 무료인 내부 투어를 꼭 해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방문을 해야할 듯 한데... 현재 목~일요일에 오전 10시, 오후 1시와 3시의 하루 3번만 진행되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집에서 뉴욕을 왔다갔다하는 일정에 맞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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