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온 우편물을 정리하다보니, 집주소 위에 우리 이름 대신에 그냥 "California Resident"라고만 수취인이 적힌 UCLA Center for Health Policy Research, 번역하자면 'UCLA 건강정책연구소'에서 온 봉투가 있었다. 쓸데없는 광고라고 생각하고, 그냥 봉투째 버릴까 하다가 아무 생각없이 열어봤는데...

그 안에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빳빳한 2달러짜리 지폐가 편지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설문조사 참여를 부탁하면서 미리 감사하다고 돈을 넣어서 보낸 것인데, 소위 '행운의 지폐'라는 2달러를 받고 그냥 모른체 할 수가 없었다. 안내된 사이트에서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지만, 한글을 선택해 대충 했는데도 50분이나 걸렸으니까, 정말 이 2달러 받을만 했다~^^

예전에 미국 25센트 스테이트쿼터(State Quarters) 동전 수집에 관해 포스팅을 하면서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다음편으로는 이 2달러 지폐에 관한 이야기를 계획했던게 생각이 나서... 이제 10여년만에 미국 2달러 지폐에 대한 썰을 풀어보기로 한다.


1996년에 학회참석을 위해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SF 베이에리어의 어떤 다리를 건너는데, 통행료 징수원이 "Good Luck"하면서 2달러 지폐를 잔돈으로 거슬러줘서 처음 잠깐 봤었다. 그리고 미국으로 이사와서 한 장이 손에 들어와 계속 가지고 있었고, 베벌리힐스 살 때 지혜의 친구 아빠가 아이들 세뱃돈으로 은행에서 일부러 찾아와 나눠줘서 몇 장 더 생겼었는데, 2015년에 한국에서 누나 가족들이 놀러왔을 때 조카들 선물로 다 나눠줬던 것 같다. 그 때 이미 대학생 조카는 미국 2달러짜리가 희귀하고 '행운의 지폐'로 불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혹시 아직 못 보신 분을 위해 먼저 2달러 지폐의 앞면 정밀사진을 보여드린다. 2000년대 들어서 나머지 지폐들은 모두 인물이 큼지막하게 들어가는 디자인으로 바뀌고 각각의 색깔이 들어간 것과는 달리, 1달러와 2달러만 중앙의 세로 타원 안에 얼굴이 작게 들어가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위조방지를 위한 최신 기술을 넣을 필요가 없는 '잔돈'이기 때문인 것 같다. 타원 속의 인물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으로, 아래의 뮤지컬에 조연으로 나와서 그나마 최근에 좀 유명해졌다.

미국 건국의 주역 중 한 명으로 초대 재무장관을 역임한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을 소재로한 뮤지컬 <해밀턴>을 2017년에 봤었는데 (관람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 때 미국의 3대 대통령이 제퍼슨이라는 것을 위기주부는 확실히 알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뮤지컬 2막 첫장면에서 자주색 롱코트를 입고 나오는 키 큰 배우가 당시 국무장관 제퍼슨으로, 애런 버(Aaron Burr)를 선거에서 이기고 3대 대통령이 된다. 제퍼슨과 서로 '랩배틀'을 하며 싸웠던 해밀턴이, 둘 중에서 대통령으로 제퍼슨을 지지한데 앙심을 품었던 애런 버가 결국 결투로 해밀턴을 죽이면서 뮤지컬이 끝나는데,

<해밀턴> 뮤지컬이 히트한 이후에 애런 버는 이런 식으로 심슨(The Simpsons) 게임에 등장하는 등, 약간은 놀림의 대상이 된 느낌이다. 참고로 위 화면 속 애런 버의 대사처럼, 알렉산더 해밀턴은 초대 재무장관이라는 이유로 미국 10달러 지폐의 앞면 인물로 선정이 되었다. 결투는 애런 버 부통령이 이겼는데도 말이다...^^

2달러 지폐가 외관상 가장 특별하게 보이는 원인은 이 특이한 뒷면 디자인에 있다. 안 그래도 잘 사용되지 않아서 10년간 인쇄를 안 하다가, 1976년에 미국독립 200주년에 맞춰서 2달러의 뒷면을 미국화가 존 트럼블(John Trumbull)이 그린 '독립선언(Declaration of Independence)'을 꽉 차게 넣는 것으로 디자인을 바꿔서 제작을 했단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독립 200주년 특별 기념지폐 정도로 생각하고 손에 들어오는 2달러짜리를 대부분 재사용을 하지않고 꼭꼭 보관을 했다는 것이다.

뒷면의 원본 그림으로 1776년 제2차 대륙의회에서 가운데 서있는 독립선언문 작성위원회 위원 5명이 초안을 제출하는 장면인데, 제일 키 큰 사람이 3대 대통령이 되는 토머스 제퍼슨이다. 그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백발의 아저씨는 모든 전직 대통령들을 제치고, 현재 통용되는 최고액권인 100달러 지폐의 모델인 '최초의 미국인'이라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되시겠다.

우리 가족은 2015년에 필라델피아를 여행하면서 1776년에 독립선언서가 제출된 그 방을 직접 구경했었는데, 그림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위의 원본 그림은 가로 5.5 m, 세로 3.7 m의 대작으로 트럼블의 다른 미국역사 그림 3점과 함께...

워싱턴DC의 미국 국회의사당 중앙홀(U.S. Capitol Rotunda)에 걸려있다고 한다. 사진 가운데 멀리 <독립선언> 그림이 보이는데,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이 사진이 언제 찍힌 것인지는 말 안해도 모두 아실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참고로 트럼블은 같은 그림을 작은 사이즈로 하나 더 그렸는데, 그것은 우리가 2015년에 가보았던 예일대 미술관에 전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못 본 것 같다. (보고도 몰라서 그냥 지나쳤을 수도...)


2달러 지폐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다 알아보았고, 이제 제목에서 질문한 답변을 위해서 왜 '행운의 지폐'가 되었는지 알아보려는데... 미국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면 행운보다는 아래의 동영상과 같이 왜 '불행(bad luck)'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훨씬 더 많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2달러 지폐에 관한 1시간4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중에서 일부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미국에서 1800년대말 보통사람들의 월수익이 15달러 정도일 때, 미국의 지폐는 1달러와 2달러의 두 종류만 있었는데, 고액권인 2달러 지폐는 주로 경마와 도박, 매춘 및 선거인 매수용 뇌물로 사용되어서 나쁜 평판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당시에 2달러 지폐를 뜻하는 "deuce"라는 단어가 "devil" 대신에 사용되어서, 보통 사람들은 2달러 지폐를 쓰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았고,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대공황을 지나서 전후 인플레이션을 거치면서 2달러 유통이 줄어들자, 미국정부는 시장에서 퇴출시킬 목적으로 1966년을 마지막으로 인쇄를 중단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976년에 미국독립 200주년에 다시 2달러를 유통시키고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많이 인쇄를 했지만, 위의 사진처럼 이미 캐시레지스터에 2달러 지폐의 자리는 없었고, 멋진 뒷면 그림 때문에 모두 책상서랍 속으로 들어가고 또 유통되지가 않은 것이다. 그 후부터 2달러짜리는 귀하기 때문에 2달러보다 가치가 더 나간다는 잘못된 믿음이 생겼고, 그래서 2달러를 잔돈으로 받으면 운이 좋다, 그래서 좋은 일이 또 생길거라는 생각이 미국인들 사이에도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2달러는 가끔 새로 인쇄되고, 은행에서 바꿔달라고 하면 눈치는 좀 받지만 신권으로 구할 수 있으며, 1976년 이후 인쇄된 모든 2달러 지폐는 그냥 액면 그대로 2달러 가치일 뿐이다.

이제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을 해주셨다~ 한글로 '행운의 2달러 지폐'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가 1956년 <상류사회> High Society 영화를 찍으면서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로부터 2달러 지폐를 선물받았고, 그 후에 모나코의 왕비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레이스 켈리는 1955년 칸느영화제에 참석해서 5월에 모나코 왕자를 만나서 연애를 시작하고 1956년 4월에 결혼했는데, 그 영화는 그녀의 마지막 작품으로 1956년 1~3월에 촬영했으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1950년대까지는 미국에서 2달러는 행운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는데 프랭크 시나트라가 그레이스 켈리에게 2달러 지폐를 과연 선물했을까?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2달러 지폐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2달러 지폐의 행운과 불행을 언급한 어떤 미국 사이트에서도 그레이스 켈리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어로 'Grace Kelly 2 Dollar Bill'로 구글검색하면, 위 사진과 함께 2004년에 한국의 한 은행에서 "Lucky Two-Dollar Bills"를 선물로 주는 환전행사를 했다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영문판의 기사에서만 그녀의 이름이 나올 뿐이다. 그러니까 2달러 지폐를 일부러 비싸게 사거나 혹은 선물로 받더라도, 왕비가 되는 정도의 행운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꿈은 고이 접으시는 것이 좋겠다~^^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2달러 지폐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자는 Two Buckaroo 사이트의 대문그림이다. 미국정부로서도 1달러와 2달러 지폐는 만드는 비용이 같으므로, 2달러 지폐 한 장이 사용되면 1달러 두 장을 안 만들어도 되니까 그 만큼 지폐 제작비용이 줄어드는데, 유통되는 1달러의 절반이 2달러로 거래가 된다면, 미국 연방정부가 매년 대략 2천만불 정도 지폐제작 및 운송/보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단다!

그래서 제일 처음 보여드린 6년만에 위기주부의 손에 들어온 이 2달러 지폐를 어떻게 할까? 이미 설명한 것처럼 특별히 행운이나 프리미엄을 바라며 보관할 이유도 없고 미정부의 채무를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쿨하게 쓰자니 뭔가 아까운 것 같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일단 지갑에 넣고 여행을 떠났다. 과연 위기주부는 이 2달러 지폐를 여행에서 사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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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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