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핫스프링스

미국의 '국립온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칸소 주의 핫스프링스 국립공원(Hot Springs National Park)

위기주부 2021. 12. 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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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의 <미국 국립공원 완전정복> 동영상으로 여행기 두 편을 묶어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서부를 떠나와서 앞으로 가장 그리워하게 될 것들 중의 하나가, 위기주부의 블로그에 여행기가 34편이나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그 중에서 12년전에 쓴 글을 클릭해서 보시면, 서두에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은 1872년에 지정된 옐로스톤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방정부에서 법으로 특별히 보호한 역사는 요세미티가 1864년으로 더 빠르다고 알려드렸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자면 훨씬 더 오래된 진짜 1등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1832년에 미국 연방정부가 국가의 보호구역(Reserve)으로 지정하는 법을 통과시킨 미국남부 아칸소 주 핫스프링스(Hot Springs) 지역의 온천이다. (위키피디아의 해당 국립공원 설명에도 '설립된(established)' 일자가 1832년 4월 20일로 되어있음)

대륙횡단 4일째 아침을 맞은 이 곳은 아칸소(Arkansas) 주의 핫스프링스(Hot Springs)라는 이름의 도시에 있는 숙소인 해피할로우(Happy Hollow)로, 동명의 건물 뒤 약수터와 이 땅이 모두 핫스프링스 내셔널파크(Hot Springs National Park) 영역에 포함되는 국립공원 내의 숙소이다. 지난 3일 동안 모두 하루 9시간 이상을 운전했기 때문에, 이 날 오전은 온천욕을 하면서 릴렉스를 하기로 했다~

숙소는 일단 체크아웃을 하고 목욕가방만 따로 챙겨서 시내로 걸어 내려오니 넓은 잔디밭이 나왔다. 뒤로 보이는 큰 건물은 1924년에 지어진 484개의 객실이 있는 알링턴 호텔(Arlington Hotel)로 1930년대에는 알카포네(Al Capone)가 단골손님이었고, 지금까지 4명의 미국 현직 대통령이 숙박한 기록을 가지고 있단다. 우리가 서있는 잔디밭에서부터 남쪽으로 배스하우스로우(Bathhouse Row), 즉 '온천장 길'이 시작되는데, 바로 뒤를 돌아보면...

이렇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천온천탕이 잘 만들어져 있다. 이 곳의 온천수는 서양인들이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부근의 여러 원주민 부족들이 치료 등의 목적으로 이용했는데,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온천수가 흐르는 계곡에는 서로 적대적인 부족들도 무기를 놓고 들어와서 평화적으로 함께 이용하기로 약속을 했었다고 한다.

비디오를 클릭해서 보시면, 뜨거운 온천수가 산에서 바로 흘러내리는 모습과 함께 주변 풍경을 보실 수 있다. 1803년의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이 곳이 미국땅이 되고, 1819년에 아칸소 준주(Arkansas Territory)가 만들어진 후에 온천수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서 연방정부 차원의 보호를 요청했기 때문에, 1832년에 미국 최초로 '국립공원'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여러 시설들이 마구 들어서고 소유권 분쟁도 생겼는데, 1878년의 대화재로 대부분의 건물이 불탄 후에 하천을 복개하는 등 정부 주도로 체계적인 개발이 진행되게 된다.

20세기 들어서 현대식 건물들이 차례로 만들어져서 지금의 배스하우스로우(Bathhouse Row)가 형성되었고, 1921년에 당시로는 미국의 18번째 내셔널파크(National Park)로 지정이 되었는데, 이제 남쪽으로 걸어가면서 차례로 건물들을 소개해보자. 아쉽게도 첫번째로 나오는 1916년에 지어진 슈피리어(Superior) 건물은 모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1983년에 온천이 문을 닫은 후에 지금은 미국 국립공원 내의 유일한, 또 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온천수가 들어가는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brewery)로 운영이 되고 있단다.

가장 오래된 1892년 건물의 헤일(Hale)은 1978년까지는 온천탕으로 운영되다가, 리모델링을 해서 지금은 각 방에 온천수 욕조를 가진 호텔로 운영이 되고 있다. 전날 알아봤을 때 빈 방이 딱 하나 있어서, 여기서 자볼까 고민을 했었는데... 마지막에 소개하는 커다란 대중 온천탕을 이용해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처음의 숙소로 예약한 것이다.

그 아래 하얀 모리스(Maurice) 건물은 현재 비어있어서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고, 대신에 건물 뒤쪽의 이 Maurice Historic Spring을 구경할 수 있다. 바위 속의 동굴과 벽에 만들어 놓은 샘에서 온천수가 조금씩 흘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앞서 잔디밭의 커다란 야외 온천탕을 이미 봤기 때문에 감흥은 별로 없었다.

1915년에 만들어진 포다이스(Fordyce)는 1962년까지는 고급 온천으로 운영이 되었고, 그 후에는 국립공원의 비지터센터 겸 옛날 온천의 모습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데, 온천욕 후에 둘러본 내부의 모습은 다음 편에서 소개를 해드릴 예정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짜잔~ 우리가 오늘 이용할 온천탕인 쿼포(Quapaw)로 중앙의 둥근 돔이 타일로 장식되어 있는 Bathhouse Row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1922년에 문을 열어서 1984년까지 옛날 스타일로 운영을 했고, 그 후에 내부 수리를 거쳐서 지금은 현대식 대중 온천탕과 스파(spa) 시설을 갖추고 2008년에 재개장을 했다고 한다.

목욕탕 앞에서도 커플셀카 인증샷 한 장 찍었는데, 쿼포(Quapaw)는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목욕탕이 문을 열기 전에 줄을 서지 않으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일찍 왔지만, 아직 다른 기다리는 사람도 전혀 없고 해서 아래쪽까지 다 둘러보고 다시 오기로 했다.

오자크(Ozark)라는 지명은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시즌3까지 나온 범죄드라마의 제목으로 유명해졌지만, 위기주부는 옛날에 월마트의 저렴한 캠핑용품 브랜드의 이름으로 처음 알았다. 항상 그 어원이 궁금했었는데 오자크(Ozark) 온천을 보면서 이번에는 꼭 찾아보겠다고 다짐했었다... 의외로 인디언 부족의 이름이나 말이 아니라, 프랑스어 "aux Arcs"에서 나왔는데, Arcs는 인디언 부족 Arcansas의 줄임말이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원호(arc) 또는 아치(arch)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한다. 참, 1922년에 만들어져서 1977년까지 운영했던 이 온천은 지금은 무료인 미술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는데 역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진짜 미국 국립온천의 진수를 오리지널로 느끼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여기 벅스태프(Buckstaff)를 이용하시면 된다. 1912년에 문을 열었고 유일하게 지금까지 옛날 방식 그대로 중단없이 운영을 해오고 있는 유서깊은 곳으로, 수영복 없이 발가벗고 온천탕에 들어가야 하며 당연히 남탕과 여탕이 분리되어 있다고 한다. "사모님, 우리 거기 들어가는 것 아니에요~"

Bathhouse Row 제일 아래에 마지막으로 지어진 라마르(Lamar) 건물의 내부 로비의 모습으로, 지금은 핫스프링스 국립공원의 기념품가게로 운영이 되고 있다. 1923년에 문을 열어서 1985년까지 온천으로 운영을 했다고 하며, 건물의 이름은 국립공원청이 속한 내무부의 장관을 역임하고 나중에 대법관이 된 Lucius Quintus Cincinnatus Lamar의 성에서 따왔다고 한다.

국립공원 간판이 보이는 제일 남쪽까지 내려왔는데, 가운데 보이는 노란 2층 건물은 1936년에 국립공원 관리소로 지어진 것으로 온천은 아니다. 오른쪽 언덕 위에 거대하게 우뚝 서있는 건물은 1933년에 당시 전쟁부(War Department)에서 온천수를 이용한 부상병들의 치료와 휴양의 목적으로 건설한 육군/해군 종합병원(Army & Navy General Hospital)이었다. 지금은 아칸소 주정부 소유의 건물로 국립공원 밖이지만, 별도로 국가유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이 되어있다고 한다.

공원관리소였던 노란 건물 앞에는 이렇게 뜨거운 온천수가 나오는 분수가 만들어져 있다. 여기 핫스프링스 지역의 모든 온천수는 국립공원청에서 한 곳에 모아서 수질을 관리하고 온도를 낮춘 후에 앞서 소개한 온천장들로 공급을 했기 때문에, 온천의 수질은 어디를 가도 똑같다고 한다.

이렇게 시내 한가운데에 국립공원 간판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그래서 '접근성(accessible)'이 좋다고 공원안내에 되어 있지만 그것은 이 도시까지 왔을 때 이야기이고, 전체적으로 봐서는 미본토에서 가장 와보기 어려운 국립공원들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2018년까지는 미국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내셔널파크(National Park)의 기록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사모님, 이제 온천하러 가실까요?"

'쿼포탕'으로 돌아와서 줄을 서러 가보니 다른 노부부가 우리보다 먼저 입구 의자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문을 여는 오전 10시까지 1시간 가까이 남았었는데 말이다... 우리도 그냥 기다리기로 했는데, 계속 사람들이 몰려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30명 정도 되니까, 직원이 조금 일찍 문을 열고 선착순 입장을 받아줘서 첫번째 팀으로 온천을 이용할 수 있었다. 연방정부 국립공원 내에 있는 '국립온천'이라서 혹시 코로나로 문을 닫았거나 또는 이 온천이 쉬는 날인 화요일과 겹치면 어떡하나 대륙횡단 계획을 세우며 걱정을 했었는데, 모든게 잘 맞아 떨어져서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미리 이삿짐에서 빼서 따로 챙겨놓고 준비해 간 수영복과 샌달을 신고 시원한 물 한 잔 들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다. 탈의실에서 잠깐 핸폰을 들고 나와서 이렇게 내부 사진을 찍는 것도 가능했고, 직원이 물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찍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온천탕에 한 번에 입장하는 이용객 수를 제한을 했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서는 아주 널널한 환경에서 원하는 만큼 온천을 즐길 수가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온천수 이야기를 하자면, 온천을 아주 좋아하는 아내의 말로는 유황 냄새도 전혀 안 나면서 온천수의 효능은 지금까지 들어가본 온천들 중에서 최고였다고 하면서, 정말로 괜히 미국의 '국립온천'으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고 감탄을 하셨다! 30분 이상 모든 풀을 들락날락거리면서 충분히 릴렉스를 한 후에 쿼포탕을 나왔고, 그 후에 비지터센터 건물의 박물관을 구경한 것과 첫번째 사진에 살짝 보이는 전망탑을 올라간 이야기는 핫스프링스 국립공원 여행기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진다.

P.S. 블로그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 건강하고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시고,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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