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주부의 <미국 국립공원 완전정복> 동영상으로 여행기 두 편을 묶어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누가 우리 부부에게 미국 대도시 이름 하나를 말하게 되면, 위기주부는 그 도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등의 스포츠팀을, 아내는 그 도시에 있는 유명한 대학교를 먼저 떠올리는 차이점이 있다.^^ 미국 중서부의 미주리(Missouri) 주에서 맞이한 2차 대륙횡단의 10일째 아침에, 바로 동쪽으로 2시간 정도를 달려 세인트루이스(St. Louis)로 향할 예정이라고 하자, 아내는 미국에서 10위권의 대학으로 보통 줄여서 '와슈(WashU)'라 많이 부르는 워싱턴 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가 있는 곳이라 말했고, 나는 LA다저스와 같은 MLB 내셔널리그의 강팀인 카디널스(Cardinals)의 연고지라 알려줬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우리에게 세인트루이스 이야기를 꺼내면... 둘 다 공통적으로 이 국립공원의 아치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날 것이다.
다운타운에 주차를 하니까 주차장의 대각선으로 앞서 언급한 프로야구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Busch Stadium)이 바로 딱 보였다. 이 때가 메이저리그 시즌은 다 끝난 10월 마지막 금요일이었는데, 다른 행사를 준비하는지 흐린 날씨에 오전부터 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주차타워를 나와서 야구장과는 반대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니까, 눈에 확 띄는 오늘의 주인공이 바로 건물들 너머로 등장을 해주셨다!
국립공원 영역에 포함되는 이 건물은 Old Courthouse로 사진 오른편의 계단 옆에 까만색 Dred and Harriet Scott 부부의 동상이 작게 서있다. 흑인 노예였던 드레드 스콧이 1846년에 이 법원에서 처음 자유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857년 연방대법원에서 "흑인 노예는 사유재산으로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미국 대법원 최악의 역사로 손꼽히는 드레드스콧 판결(Dred Scott Decision)을 내려서, 노예제 폐지를 둘러싼 대립을 더욱 악화시켜서 남북전쟁의 발발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 옛날 법원 건물에서 동쪽 잔디밭 너머로 1965년에 높이 630피트(192 m)로 만들어져서,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치형 구조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게이트웨이 아치(Gateway Arch)가 세워져 있는데,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1803년의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여기 세인트루이스가 미시시피 강을 건너 서쪽으로 미서부 확장의 '관문(gateway)' 역할을 했던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아치를 배경으로 커플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역시 가장 멀리서 찍어 전체모습이 잘 보이는 이 사진으로 낙점했다. 사진에서 두 기둥의 좌우 거리도 높이와 동일한 630피트로 여기서 봤을 때 정사각형 안에 딱 맞게 들어간다고 보시면 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일찌기 1935년부터 미시시피 강가의 여기 공원은 루이지애나 매입을 추진한 당시 제퍼슨 대통령을 기념해서 Jefferson National Expansion Memorial로 지정되었다. 무려 30년후에야 기념물인 아치가 완성되고도 계속 그렇게 불리다가, 2018년에 이르러서야 게이트웨이아치 국립공원(Gateway Arch National Park)으로 승격이 되었다. 그래서 이 곳은 현재 미국의 63개의 내셔널파크들 중에서 가장 면적이 작으면서 동시에 유일하게 인공 기념물이 공원의 핵심인 곳이다.
사모님이 입구의 벤치에 앉아서 잠시 업무를 보시는 동안에 아치의 모습과 뒤쪽의 지나온 법원 건물까지 비디오로 찍은 것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영상에서 아치의 제일 꼭대기를 확대했을 때 까만색 점들이 찍혀있는 것이 보이는데,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으로 나중에 우리도 그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된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올려다 볼 수록 정말로 대단한 구조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든 아치의 단면은 삼각형이고 제일 아래 기둥의 양쪽 꼭지점이 마주 보고 있어서 꼭대기는 역삼각형으로 연결이 되어있다.
아내가 만지고 있는 모서리는 용접해서 붙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사람 키높이의 삼각형 덩어리를 정확한 수학공식에 따라 조금씩 다른 크기로 미리 만들어 가지고 와서, 비스듬히 쌓아올려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콜로라도 그레이트샌드듄 국립공원에서 했던 '옆차기' 포즈를 여기서도...^^ 양쪽 기둥 아래로 만들어진 경사로는 출구 전용이라서,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비디오를 찍었던 정면 아래쪽의 입구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약 2백미터나 떨어진 곳에 솟아있는 반대편 기둥만 찍은 사진을 보면, 금속판으로 외부를 두른 기념탑이 비스듬히 솟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광장 아래에 만들어진 비지터센터 겸 전시실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저 멀리 티켓센터가 눈에 띈다. 우리는 불확실한 대륙횡단 일정 때문에 전날에야 전망대에 올라가는 티켓을 예매했는데, 지금 저 파란 화면에는 오늘표는 모두 매진이라고 나와 있었으니까, 정말 아슬하게 운이 좋았던 셈이다.
들어왔던 입구쪽을 잠깐 뒤돌아 봤는데, 하얀 대리석 바닥과 유리로 아주 멋지게 만들어 놓았다.
박물관이 있는 아랫층의 바닥에는 파란색으로 강줄기를 그려놓은 미본토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노란원으로 표시된 미주리 강과 미시시피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미국이 독립하기도 전인 1764년 프랑스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가 Louis IX of France 왕의 이름을 딴 여기 세인트루이스이다.
전시실로 연결되는 통로에는 대형 스크린을 바닥에 세워놓고 세인트루이스를 넘어 서부로 향하는 도로와 철도 등의 사계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이 전시실의 주인공은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으로, 뭔가 있어보이는 그의 포즈와 눈빛을 위기주부가 따라하고 있다~ "그래, 당신은 미국이 서쪽으로 진출하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동쪽으로 이사갑니다."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초까지 내륙 강가의 세인트루이스가 미국의 3대 항구에, 1920년까지는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였으며, 특히 1904년에는 월드엑스포와 하계올림픽이 동시에 이 도시에서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강을 이용하는 해운에서 육지의 철도로 운송이 넘어가면서 북쪽의 시카고에 중부 최대도시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고, 저 수 많은 배들이 정박했던 항만시설이 1930년대에 모두 철거된 자리에 지금의 이 기념공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시실을 다 지나오면 튼튼한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아치 바로 아래의 지하가 나온다. 여기는 다른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는 아치의 모형 등이 많이 만들어져 있는데,
특히 역삼각형의 튜브로 만들어져 있는 아치의 가장 꼭대기 전망대 부분을 만들어 놓은 것이 볼만하다. 우리는 잠시 후에 진짜로 저기에 올라가보게 될거니까 잠깐 구경하고는 바로 안내영화를 보러 갔던 것 같다.
한쪽 벽면에 아치의 마지막 조각을 크레인으로 들어올려서 양쪽에서 각각 쌓아올린 곡선의 가운데에 끼워넣는 순간을 재현한 모형이 세워져 있었다. 영화에서도 저 장면이 하이라이트로 금속이 팽창해서 잘 들어가지가 않아서 물을 뿌려서 식히는 모습 등이 흥미진진했었다. 가운데 새겨진 부조의 주인공이 게이트웨이 아치를 설계한 핀란드계 미국인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으로, 현재 위기주부가 살고있는 버지니아의 덜레스 국제공항 청사의 디자인도 담당했다.
점심 때가 되었는데 마침 넓은 카페가 있어서, 그냥 메뉴판 가운데 St. Louis Specials라 되어있는 메뉴 두 개를 시켜서 먹기로 했다. 금방 나온 음식을 받아서 왼쪽 벽의 멀티스크린 옆에 앉았는데...
사진으로는 볼품이 없지만, 오른쪽의 백립이 정말로 맛있었다! 아마도 대륙횡단에서 먹었던 음식들 중에 최고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식사를 잘 마치고 이제 꼭대기의 전망대를 올라갈 차례인데, 여기서 퀴즈... 위쪽으로 올려서 다시 아치의 전체모습을 보시면, 거의 수직의 바닥에서 수평으로 허공에 떠있는 전망대까지 경사가 달라지는 '곡선'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과연 무엇을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해답은 이어지는 게이트웨이아치 국립공원 여행기 2편에서 알려드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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