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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길디드에이지(Gilded Age)를 대표하는 맨션인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의 브레이커스(The Breakers)

위기주부 2022. 12. 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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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남북전쟁과 재건시대가 끝나고 1877년부터 약 20여년간 북부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공업화에 따른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한 시기를 길디드에이지(Gilded Age), 즉 '도금시대(鍍金時代)'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소설가 마크 트웨인과 찰스 워너가 함께 1873년에 발표한 풍자소설 <The Gilded Age: A Tale of Today>의 제목에서 유래했단다. 당시 부패한 정경유착과 기업 담합을 통한 독점으로 엄청난 부를 모은 미국의 대자본가들은 말 그대로 진짜 금박을 입힌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살았는데, 지난 여름 3박4일 뉴잉글랜드 지역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들린 여행지가 바로 그런 집이었다. 집구경을 하기 전에 먼저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소개되는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s) 주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도록 한다.

1636년에 신앙과 정치적인 문제로 메사추세츠에서 분리된 로드아일랜드는 미국의 독립 당시 13개 식민지에 마지막으로 포함된다. 지도처럼 코네티켓과 메사추세츠 사이에 위치한 미국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주로 충청북도의 절반이 조금 넘는 크기에 인구도 약 1백만명에 불과하다. 주도인 프로비던스(Providence)에 위치한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를 2015년에 아이비리그 투어로 방문했던 것이 지금까지 유일한 여행기로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지도에서 가장 큰 애퀴드넥 섬(Aquidneck Island)을 처음 발견한 서양인이 그리스의 로도스 섬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한데서 주의 이름이 유래했고, 이제 소개하는 관광지가 그 섬의 뉴포트(Newport)라는 마을인데, 섬들이 육지와는 다리로 모두 연결이 되어있어서 차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부자들의 여름 휴가지였다는 뉴포트에 있는 더브레이커스(The Breakers)의 주차장에 도착을 했는데, 안내판에 씌여진 입장료 등의 내용은 약 10곳의 이러한 저택들을 함께 관리하는 뉴포트맨션(Newport Mansions)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개장하는 오전 10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동네 드라이브를 좀 하다가 문이 열려있는 다른 '집'에 무심코 잠깐 들어갔다.

모자를 쓴 낙타 두 마리가 정원에 서있는 이 집도 러프포인트(Rough Point)라는 유료투어가 진행되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는데, 이처럼 바닷가와 접한 쪽은 대부분이 이런 '울트라 대저택'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었다.

우리가 구경할 브레이커스 저택의 주차장으로 돌아왔더니, 벌써 입구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일단 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바로 웰컴센터로 안내가 되어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에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895년에 완공된 70개의 방이 있는 르네상스 스타일의 이 '브레이커스(The Breakers)'라 불리는 대저택은, 작년의 대륙횡단에서 들린 내슈빌 밴더빌트 대학교 여행기에서 설명한 그 밴더빌트의 손자인 Cornelius Vanderbilt II가 지은 것이다. 참고로 그의 할아버지가 미국의 선박과 철도를 장악한 1850년대부터 그의 아버지가 사망한 1885년까지, 30년 이상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차례로 미국에서 최고의 부자였다. (그 후 미국 최고의 부자 자리는 록펠러, 카네기, 포드 등등을 차례로 거쳐...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엘론 머스크)

입구로 들어와 그레이트홀(Great Hall)을 딱 보는 순간에 "아무리 도금시대라고 하지만, 저 금색이 진짜 금일까?" 이런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중앙홀 구석에 친절하게 비치된 한글 안내서에 다음과 같이 씌여 있었다. "천장은 바람에 날리는 듯한 하늘을 묘사하도록 그려졌습니다. 도금된 천장은 도토리와 오크 나무 잎과 네 개의 청록색 메달들로 이루어져있으며 이는 힘과 장수를 상징합니다."

"Dining Room 장미 색깔의 12 돌기둥들은 견고한 설화 석고 이루어졌습니다. 이 거대한 샹들리에와 열두 개의 기둥 촛대들은 최고의 프랑스 Baccarat 크리스털로 만들어졌으며 가스와 전기를 위해 감아졌습니다. 여러분의 50 피트 위 도배된 천장은 Aurora 여신이 새벽을 예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탁은 34 개 의자를 수용할 만큼 만들어졌습니다."

"모자이크식 천장은 이태리 르네상스 스타일의 청색 돌고래와 나뭇잎 디자인의 수천 조각의 대리석 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Morning Room 은 과일, 꽃, 고전적인 모형들의 화환 조각으로 르네상스 말기 스타일을 반영합니다. 벽난로는 세련된 마노(보석의 일종)와 청색/회색 Campan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금으로 씌운 청동 판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모서리 벽면들은 백금의 잎과 그리스 신화 뮤즈의 여덟 여신들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Music Room 은 가족 결혼식이나 사교 파티의 장소였습니다. 금은 잎, 청색/회색의 Campan 대리석, 거울, 그리고 크리스털 조명 기구 등이 조화를 이루어 저녁 콘서트나 연회를 더욱 빛나게 하였습니다. 이 방과 르네상스 스타일의 가구들은 프랑스에서 Richard van der Boyen 에 의해 디자인되었으며 파리의 Allard and Sons 라는 회사가 만들었고 바로 Newport 로 운반되었습니다. 음악의 영감과 유명한 작곡가들이 천장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적혀있는 분홍색의 한글 안내서가 다른 언어와 함께 놓여있는 것이 사진 왼쪽 아래에 보인다. 아래 1층에는 이외에도 Breakfast Room, Billiard Room, Library 등이 더 있었지만 다 보여드릴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생략했고, 앞서 사진들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안내서 내용을 그대로 적었다... 2층으로 올라오면 주인 내외 각각의 침실과 옷방, 화장실 등을 지나는데, 사진도 제대로 안 찍었던 것으로 봐서 뭔가 체질에 안 맞거나 취재를 포기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넷째 딸인 Gertrude Vanderbilt의 침실로 작은 침대 위의 초상화가 그녀의 5살때 모습이라고 한다. 그녀는 조각을 공부하고 1896년에 Harry Payne Whitney와 결혼하는데, 지금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이 1930년대에 그녀의 주도로 설립된 것이란다.

2층 로지아(loggia)의 아치 너머로 보이는 대서양을 사진에 담고있는 아내의 모습이다. 난간에 가려진 뒷뜰 잔디밭은 높이 30피트의 절벽으로 바다와 만나는데, 그래서 파도가 부서지는 곳이라고 The Breakers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중앙홀로 내려가는 계단참에 이 모든 극단의 사치를 가능하게 해준 할아버지 Cornelius Vanderbilt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집주인이 맏손자라서 할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썼음) 우리 손님들은 레드카펫이 딸린 중앙 계단을 이용하지는 못하고, 그 옆으로 만들어진 하인들이 다니던 좁은 나무계단과 통로를 통해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본 저택에서 떨어져 지어진 부엌으로, 밴더빌트 집안이 여름철에 여기서 지낼 때 약 40명의 하인을 거느렸다고 한다. 여기는 조리실이고 옆으로 팬트리(pantry)와 하인들이 대기하는 방이 따로 있는데, 거기에는 나중에 추가된 전기식 호출기도 벽면에 설치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방에는 당시 이 집에서 사용하던 그릇과 찻잔 등의 모조품을 살 수 있는 기념품 가게가 위치하고 있고, 계산대 옆으로 작게 만들어져 있는 쪽문을 통해서 내부투어를 마치고 이제 밖으로 나가게 된다.

옆문을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집이 한 채 있어서, 문지기의 집인가 했더니... 아이들 '놀이방'으로 만든거란다!

저택의 북동쪽 면을 바라보며 다시 다가간 후에, 왼쪽 돌계단을 올라서 발코니로 올라가본다.

당시 밴더빌트가는 뉴욕 5번가에 여러 채의 저택을 가지고 있어서, 여름철에만 이 곳에 와서 잠시 지내다가 돌아갔는데, 이러한 여름별장을 '작은 오두막'이라는 뜻의 영단어인 '코티지(cottage)'라 불렀다 한다. "이번 여름은 시골의 작은 오두막에서 지낼까 합니다... 참, 겸손도 하셔라~"

잔디밭을 따라 조금 걷다가 뒤돌아 보니, 집주인께서 나와 손을 흔들고 계셨다.^^ 가로질러 절벽까지 걸어가보고 싶었지만, 잔디밭이 너무 넒어서 걷다가 포기하고 뒤돌아 와야했다.

건물의 남서쪽 면은 특이하게 넝쿨이 올라간 원형의 테라스가 만들어져 있고, 그 앞으로는 꽃으로 잔디밭에 문양이 만들어져 있었다.

어떤 포즈로 찍어야 뒷배경의 집과 좀 어울리게 보일까 고민을 많이 한 사진이다...ㅎㅎ

그렇게 1시간 정도만에 셀프투어를 모두 마치고 정문으로 나가다가 마지막으로 뒤돌아 본 모습이다. 참고로 저 집을 지은 사람의 막내 동생인 George Washington Vanderbilt II가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Asheville)에, 방이 250개나 되는 진짜 성같은 맨션과 함께 주변으로 포도밭과 사냥터까지 만들어 놓은 곳이, 바로 작년 대륙횡단 때 잠깐 비지터센터만 방문을 했던 빌트모어 에스테이트(Biltmore Estate)로 여기를 클릭해서 여행기의 뒷부분을 보시면 된다.

세계 테니스 명예의 전당(International Tennis Hall of Fame)이 있다는 뉴포트 시내도 럭셔리하고, 애퀴드넥 섬의 서쪽끝에 있는 캐슬힐 등대(Castle Hill Lighthouse)도 유명하다지만, 갈 길이 먼 우리는 다리를 건너 육지로 돌아가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저녁에 집에 도착해서 전체 3박4일 여행을 마쳤다. 글을 맺기 전에 길디드에이지(Gilded Age) 역사의 '알쓸미잡' 하나만 마지막으로 알려드리면, 도금시대의 이런 벼락부자들을 '강도 귀족(Robber Baron, 도적 남작)'이라고 비꼬아 부르는 표현이 있다. 그들 중에서 대표적 4인방이 바로 밴더빌트, 록펠러, 카네기, 그리고 JP모건인데... 지금은 모두 우수한 대학교와 기업의 이름으로, 존경받는 자선사업가와 재단의 이름으로만 기억되는 것을 보면, 역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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