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미국 최악의 댐 붕괴 사고를 기억하는 존스타운 홍수 국립기념지(Johnstown Flood National Memorial)

위기주부 2024. 5. 2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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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국립공원청이 직접 독립적인 공원으로 관리하는 내셔널 메모리얼(National Memorial)은 31개인데, 대부분이 전직 대통령 등의 역사적인 위인을 기리는 곳이거나 또는 여러 전쟁을 기념하는 장소이다. 그 외에 재난이나 사고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곳이 딱 4개가 있는데, 특이하게 그 중 2개가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다. 시리즈 전편에 소개했던 '플라이트93'에 바로 이어서, 이번에는 전염병이나 허리케인 등을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가장 인명피해가 컸던 사건들 중의 하나가 일어났던 곳으로 가보자.

펜실베니아 주의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 돌아보기 당일여행의 5번째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푸른 언덕 아래로 작고 예쁜 집이 하나 보이고, 저 멀리 밑에는 작은 개울이 흘러가는 한적한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잘 만들어진 경사로를 따라가면 커다란 헛간 건물이 처음 나오는데, 그 전에 보이는 안내판의 내용을 먼저 자세히 보자~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889년 5월 31일, 오후 3시 15분에 여기 있던 사우스포크 댐(South Fork Dam)이 무너지면서, 콘마 호(Lake Conemaugh)의 물 2천만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20미터가 넘는 높이의 급류가 한시간만에 하류 22 km에 위치한 존스타운 마을까지 휩쓸었는데, 이 재해로 인한 총 사망자는 2,20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봄꽃에 살짝 가린 국립공원청 로고가 보이는 존스타운 홍수 국립기념지(Johnstown Flood National Memorial)의 비지터센터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길을 확 사로잡는 전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벽을 뚫고 들어온 거대한 나무뿌리와 철도차량, 그리고 건물에 매달린 사람의 모습이다! 위기주부가 미국의 정말 많은 비지터센터를 다니며 멋진 전시들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는 처음인 듯 했다.

여기 댐은 1853년 펜실베니아 주에서 운하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불과 4년만에 철도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가서 잘 관리되지 않다가 1862년에 처음 누수가 발생해 보수가 시작된다. 애물단지가 된 댐과 호수 지역을 철강왕 카네기를 포함한 피츠버그의 재력가들이 인수해서 휴양지로 개발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도로를 넓힌다고 댐의 높이가 낮아지고 낚시를 위해 풀어놓은 물고기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배수로에 그물을 쳐서 그 기능을 상실하게 만드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후에 댐은 한순간에 완전히 붕괴되는데, 심각성을 인지한 관리자가 3시간 전부터 높은 곳으로 대피하라는 전보를 세 번이나 아랫 마을로 보냈지만, 그 전에도 가끔 있던 일이라서 전보를 받은 사람들이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난간에 부착된 스피커의 빨간 버튼을 누르면, 어릴 때 존스타운에 물이 들이닥치는 것을 실제 경험한 사람의 육성이 나오는데, 문제는 끄는 버튼이 없어서 조용한 비지터센터에서 계속 그 분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랫층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다.

당시 떠내려온 철도 차량을 포함해 피해 상황과 복구 과정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에서도 많은 구호품과 물자들이 쏟아졌단다. 또 작년에 소개했던 클라라 바튼(Clara Barton)이 사람들을 이끌며 5개월 동안 머물렀는데, 미국 적십자사가 재난현장에서 대규모 구호활동을 한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그건 그렇고 기발한 전시는 밑에서 올려다 보면 더 대단한데, 저 만한 나무를 통째로 길게 벽에 박아놓은 것은 그냥 떠오른게 아니라...

홍수의 위력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가장 유명했던 이 사진의 현장을 재현한 것이다. 얼핏 봐서는 4층 건물의 3층에 나무가 박힌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 통째로 옆으로 쓰러진 2층 집의 제일 위쪽을 부수고 들어갔다가 물이 빠지며 떨어진 것이다.

매시 15분에 상영되는 영화를 꼭 봐야한다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아랫층 출구로 밖으로 나왔다. 댐과 호수를 소유했던 부자들의 사교모임인 South Fork Fishing and Hunting Club의 관리자가 살았던 집을 복원한게 왼쪽이고, 가운데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건너편에 그들의 여름별장(cottage)들과 클럽하우스가 아직도 남아있다.

그리고 바로 아래로는 아직도 뻥 뚫린 구멍이 그대로 남아있는 댐의 잔해가 보인다. 남북의 양쪽으로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어서, 걸어서 끝까지 가볼 수도 있다지만, 영화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조금 내려가다가 뒤로 돌아섰다.

그 옛날에는 호숫가의 집이었을 텐데, 모르고 보면 그냥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이다... 다시 헛간 비지터센터까지 올라가 윗층의 극장 입구로 향하는데,

맨발로 필사적으로 매달린 마네킹에 또 눈길이 갔다. 이 곳이 1964년에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며 이 전시도 만들어졌다면 60년이나 됐다는 이야기인데 그럴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이제 들어갈 극장과 함께 중간에 리모델링을 하면서 제작된게 아닐까 생각된다.

아주 제대로 된 극장에 관객은 위기주부와 다른 부부해서 총 3명뿐이었다. 레인저가 들어와 이제 틀어줄 35분 길이의 <Black Friday>라는 영화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는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옛날에 흑백으로 만들어졌으나 지금까지 국립공원청이 제작한 영화들 중에서 아직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했던 것 같다. 참고로 존스타운 마을의 기념관에서 상영하며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도 있는, 1990년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The Johnstown Flood>와는 다른 영화이다.

존스타운에 1892년에 만들어진 이 공동묘지에 비가 내리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었는데, 앞부분은 마치 히치콕 감독의 공포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는 댐이 무너지는 장면과 철도와 다리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물에 휩쓸리는 모습들까지 아주 잘 찍은 재난영화로 이어지는 명작이었다.^^ 보통 비지터센터에서 틀어주는 영화는 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Black Friday>는 인터넷에도 전혀 없고 오직 여기 비지터센터의 극장에 직접 와야만 관람이 가능하단다.

이 사건 직후에도 존스타운 생존자들이 댐 관리부실로 상기의 클럽을 고소했지만, 결국 아무도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고 클럽 멤버들은 조용히 자신들의 별장을 모두 처분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책임을 질 소지가 있는 이러한 재해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이를 국가적으로 추모하고 기념하는 시설을 만들기 까지는 몇 세대가 흘러야만 가능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존스타운 홍수 국립기념지를 떠나 이 날의 마지막 목적지를 찾아가며 떠올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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