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미국 남북전쟁(Civil War)에서 가장 길었던 9달반의 군사작전인 피터스버그 포위전(Siege of Petersburg)

위기주부 2024. 5. 1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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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잡다/점령하다"라는 뜻의 영단어 'seize'와 스펠링과 발음, 그리고 의미까지 비슷해서 헷갈리는 다른 단어로 'siege'가 있다. 영어에 약했던 위기주부는 "가두다/포위하다"라는 뜻의 이 단어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때를 정확히 기억하는데, 바로 한국에 PC방 열풍을 일으켰던 컴퓨터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StarCraft)를 하면서, 테란 종족의 지상공격 무기에 시즈탱크(Siege Tank)가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본인의 주종족은 프로토스였는데... 정말 거의 30년전 이야기다! ㅎㅎ

말을 꺼낸 김에 찾아본 시즈탱크의 모습으로 애니메이션처럼 지지대로 땅에 고정되는 '시즈모드(siege mode)'를 개발하면, 엄청난 사거리의 포격으로 적의 기지와 방어선을 공성(攻城)하는 능력이 탁월한 무기였다. 옛날이라 비록 이런 탱크는 없었지만(^^) 북군이 무지막지한 크기의 대포를 만들면서까지, 남군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피터스버그를 9개월 이상 둘러싸고 공격을 했던 것이 바로 피터스버그 포위전(Siege of Petersburg)이다.


1864년 남북전쟁 말기의 소위 '오버랜드 캠페인(Overland Campaign)'에서 양측의 이동경로를 보여주는 지도이다. 제일 위쪽의 The Wilderness와 Spotsylvania Court House 전투는 작년 여름에, 그랜트가 남군 수도 리치먼드를 점령하려다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Cold Harbor 전투는 시리즈 전편에서 잠깐씩 소개를 했었다. 그 후에 제일 아래의 여기 피터스버그를 점령하기 위해 9개월 이상 공성전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부근의 많은 전투지역과 북군의 보급기지였던 제임스 강변의 시티포인트(City Point) 등이 국립 공원인 피터스버그 국립전쟁터(Petersburg National Battlefield)로 지정이 되어 있고, 여기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동부전선 안내소(Eastern Front Visitor Center)인데, 시작부터 커다란 대포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공성전의 의미를 살리려 했는지, 비지터센터 건물의 외관도 아주 튼튼한 성처럼 느껴졌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서 제임스 강을 따라서 하류로 내려가면, 재작년에 방문해서 잠깐 소개한 적이 있는 버지니아 식민지가 시작된 제임스타운(Jamestown)이 나오는데, 그 공원 안에 있던 역사적인 글래스하우스(Glasshouse)에서 만든 유리공예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는게 특이했다.


직원이 위기주부만을 위해서 안내영화 <Endurance Without Relief>를 틀어주었는데, 재연배우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피터스버그 포위전을 이해하는데 역시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화면의 좌우 아래쪽으로 많이 보이는 것들이 모두 스피커였나?


앞서 잠깐 언급했던 특별 제작한 대포인 'The Dictator'로 지름 13인치에 무게 100 kg이 넘는 포탄을 2.5마일 거리까지 발사할 수 있었단다. 하지만 대포 자체의 무게가 8톤이 넘어서, 철도로만 운반이 가능했기 때문에 활용도가 낮아서 자주 사용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원형의 극장을 전시장이 둘러싸고 있는데, 그 사이에는 참호를 연상시키도록 땅을 파놓은 이유도 나중에 아시게 된다.


그렇게 비지터센터 구경을 마치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여기는 오토투어의 출발점 역할만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기는 했지만 레인저가 추천해 준 장소 두 곳은 둘러보기로 하고, 아래와 같은 일방통행 도로를 따라서 출발을 했다.


넓은 지역을 모두 표시한 공원 지도에서 피터스버그 시내와 가장 가까웠던 동부전선 지역만 크게 확대한 것으로, 연한 붉은색으로 띄엄띄엄 그려진 굵은 선들이 남군의 방어선을 나타낸다.


③번 Siege Encampment Exhibit로 양측이 9개월 이상 대치할 때, 병사들이 임시로 만들어 지냈던 통나무집과 함께...


당시의 참호를 재현해 놓았다. 1900년대 초의 제1차 세계대전을 상징하는 장면인 참호전이, 실질적으로 처음 등장한 전투가 피터스버그 포위전이라 한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이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인 ⑧번 The Crater이다. "여기에 무슨 분화구가 있다는 말이지?"


난간 안쪽으로 지금도 움푹 꺼져보이는 곳이 바로 그 '분화구'이다. 빨리 피터스버그를 함락시키고 리치먼드를 점령해 전쟁을 끝내고 싶었던 그랜트 장군의 지시로, 남군 방어선 아래로 몰래 땅굴을 파서, 1864년 7월 30일 새벽에 무려 8,000파운드의 화약을 폭발시켜서 지름 50 m에 깊이 9 m의 거대한 이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당연히 남군의 진지도 싹 다 날라가서, 그 무너진 틈으로 북군이 돌격을 했지만...


공원 브로셔 표지에 인쇄된 이 그림처럼 북군은 깊숙한 구덩이에 빠져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고, 정신을 차린 주변의 남군이 반격을 해와서, 대부분 흑인으로 구성되었던 북군의 돌격부대는 거의 학살을 당하는 수준으로 무려 3,800명의 사상자를 내게 된다. 이 구덩이 전투(Battle of the Crater)의 실패로 그랜트는 전략을 바꿔서, 피터스버그를 포위하고 남군의 보급 철도망을 하나씩 끊어나가는 장기전에 돌입하게 된다.


확실히 여기는 남부 버지니아라서 그런지 구덩이 주변으로는 여기를 지키고 싸웠던 남군을 추모하는 기념물이 많이 보였는데, 앞쪽에 보이는 것은 노스캐롤라이나 부대를 기리는 것이고, 뒤로 보이는 탑은 그 날 반격을 주도한 남군의 마혼(Mahone) 장군 기념비이다.


그렇게 남군은 절대적인 열세 속에서 이듬해 3월말까지 무려 9개월반을 버텼지만... 결국 마지막 보급선까지 끊어지고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 장군이 총공세를 예고하자, 1865년 4월 2일 밤에 남군 총사령관 리(Lee) 장군은 피터스버그와 리치먼드를 동시에 포기하고 전병력을 유일한 탈출구인 서쪽으로 후퇴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로부터 7일 후에 두 장군이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장소가 바로, 이 날 위기주부가 첫번째로 방문했던 곳으로 '남부 버지니아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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