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채널아일랜드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 아나카파(Anacapa) 섬 하이킹, 야생화와 갈매기들의 천국이었던 작은 무인도

위기주부 2012. 5. 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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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아쉬움으로 기억에 남은 아나카파(Anacapa) 섬 당일여행기, 그 두번째 이야기이다.

자욱한 바다안개 아래로 노란 야생화가 피어있는 바위섬의 들판을 두 모녀가 '무인도 탐험대원'처럼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다. "갈매기들아 비켜라~ 우리가 나가신다!" (아나카파 섬이 속한 채널아일랜드(Channel Islands) 국립공원에 대한 소개는 전편의 여행기를,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기 바람)

우리가 상륙한 East Anacapa 섬은 동서의 길이가 1마일에 불과한 작은 바위섬인데, 지도에 표시된 모든 트레일을 2시간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우리는 비지터센터에서 출발해 ②Pinniped Pint와 캠핑장을 지나서 ①Inspiration Point를 먼저 보고는 비지터센터로 돌아가 점심도시락을 먹고, ④Lighthouse와 ③Cathedral Cove를 모두 둘러보았다.

캠핑장에서 공던지기를 하고 있던 부자... 전날부터 캠핑을 한 모양인데, 이 날 돌아가는 배도 타지 않았으니까, 2박 이상을 이 무인도에서 캠핑을 하는 모양이다.

빨간 야생화로 완전히 뒤덮일 뻔한 무인도의 들판을 계속 걸어가고 있는데,

손에 무엇을 들고 있던 국립공원 파크레인저가 다가와 지혜에게 만져보라고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쥐다! ㅋㅋㅋ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름이 '사슴쥐(Deer Mice)'라는 생쥐의 한 종류인데, 이 섬에 사는 유일한 포유류 동물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작은 섬에 사는 생쥐가 뭐가 중요한지, 파크레인저가 저 쥐의 귀에다가 쌀알만한 추적장치를 붙여서 분포와 번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걸어갔다.

비지터센터를 출발한 지 30분 정도만에 인스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에 도착을 했는데, 지금 저 표정은 웃고 있지만 웃는게 아니다... 흑흑 T_T (이유는 말씀 안드려도 아실 것 같음) 아래의 국립공원 홈페이지 포토갤러리에서 가져온 사진을 보자~

청록색의 바다위에 S자로 휘어진 바위섬 절벽의 장관을 기대하고 그 전 수요일에 거금(?)을 들여서 배표를 예매했건만... 날씨야 하늘의 뜻이라지만, 심한 허탈감에 갑자기 밀려오는 배고픔까지~ (기필코 다음에는 직접 보겠다는 다짐으로 이 가져온 사진을 포스팅의 대표사진으로^^)

15분만에 날듯이 비지터센터로 돌아와서는 전날밤 위기주부가 혼자 싼 김밥을 맛있게 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준비한 과일까지 후식으로 맛있게 먹고는 파크레인저가 건네준 쥬니어레인저 책자를 들고는 등대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이런... 바다안개가 심해서 등대도 계속 무적(霧笛, foghorn)을 울리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접근을 하면 고막에 손상이 올 수 있단다. (맑은 날 무적을 안 울릴때는 더 가까이 갈 수 있는지 궁금)

등대쪽에서 돌아다 본, 우리가 오전에 배를 내렸던 Landing Cove의 모습이다. 비지터센터로 돌아가 쥬니어레인저 책자를 다 하고는, 아직 출발시간이 남아서 빠트린 Cathedral Cove를 가보기로 했다.

비지터센터에서 Cathedral Cove로 가는 길 주변이 야생화가 가장 많았다. 중간에 등대쪽으로 돌아본 모습인데, 정말 야생화와 갈매기들의 천국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였으면 정말 더 멋졌을 텐데...

쥬니어레인저 책자와 연필을 들고 트레일을 걷다 돌아보는 지혜의 모습이 '내츄럴리스트(naturalist)'같다. 비치모자와 빌려 맨 엄마의 스카프가 약간 안 어울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참, 이 빨간 꽃들은 아이스플랜트(iceplant)라고 부르는데, 사진의 분홍색이 제일 많고 오렌지색과 짙은 빨간색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캠핑을 많이 다녀도 동식물에는 문외한이라서 이 꽃을 한국말로 뭐라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4월초까지가 가장 많이 꽃을 피우는 시기라고 한다.

여기가 캐서드럴 코브(Cathedral Cove)~ "음... 예상했던데로 절벽이군~" 그리고는 바로 U턴... ㅋㅋㅋ

절벽 끝에 서있는 인간과 갈매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뛰어내리면 갈매기는 살고 인간은 죽는다는 것이 아닐까?

육지로 돌아가는 배의 출발시간이 다가와서 선착장으로 돌아왔는데, 노란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선착장 절벽에서 파크레인저를 다시 만났는데, 깜박했다며 다시 사무실까지 뛰어가서는 지혜에게 줄 쥬니어레인저 배지와 책갈피, 엽서까지 가지고 와서 선물로 주었다.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의 메인 비지터센터는 101번 프리웨이가 지나는 벤츄라(Ventura)에 있는데, 꼭 배를 타고 섬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그 곳에서 쥬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음)

우리도 수직의 계단을 내려가서 다시 뱅가드(Vanguard) 호에 탑승했다. 그리고는 아나카파 섬과 작별... Au revoir~

배가 출발하고, 다시 아치바위의 구멍으로 다른 바위섬이 보이자... "남편! 지금 빨리 찍어~" 어련히 알아서 찍을까봐? 손가락 나왔잖아... ㅋㅋㅋ

이대로 멀어지는가 싶었는데, 우리 친절한 선장씨가 다시 배를 돌려서는 왼쪽의 가장 높은 절벽 아래까지 가서는 바위 위에 모여있는 바다사자들을 보여주었다. (망원렌즈로 교체하기 귀찮아서 사진은 없음^^) 이렇게 봐도 정말 겁나게 불쑥 솟아있는 바위섬들인데, 실제로 1853년에 증기선 한 척이 전속력으로 Middle Anacapa 섬에 부딪혀 침몰한 이후로, 1912년에야 저 등대가 세워졌다고 한다.

거센 바람에도 뱃머리를 꿋꿋하게 지키던 모녀~ 이제 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해야 할 차례인데, 그 주인공들은...

이 돌고래들인데, 역시 아쉽게도 돌고래들도 날씨가 좋아야 물밖으로 잘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선장이 열심히 찾아다녀서 겨우 3~4마리의 등지느러미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맑은 날씨에는 가끔 십여마리가 동시에 배의 바로 옆에서 물밖으로 점프를 하는 장관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아침에 출발했던 옥스나드(Oxnard)의 Channel Island Harbor로 다시 돌아왔다. 아직도 항구를 덮고 있는 짙은 구름처럼 진한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지만, 모처럼 배를 타고 무인도로 떠났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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