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처음으로 우리 동네 와이너리(winery)를 방문하면서, 여기 북부 버지니아 라우던카운티(Loudoun County)에 5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다고 알려 드렸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위기주부에게는 와인보다는 맥주가 더 어울리는 듯해서 이번에는 브루어리(brewery)를 찾아 나섰는데, 수제 맥주(craft beer)를 만드는 양조장도 약 30곳이나 있단다! 그 중에서 딸린 레스토랑의 규모가 가장 커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한 곳을 골라 일요일 오후 느지막히 집에서 출발을 했다.
베어체이스 브루잉컴퍼니(Bear Chase Brewing Company)는 7번 도로 Leesburg Pike가 블루리지 산맥을 넘어가기 직전에 왼편으로 갈라지는 Blue Ridge Mountain Rd로 빠지면 바로 나오는데, 2주 전 방문한 와이너리와 같은 블루몽트(Bluemont) 마을에 있다. 넓은 비포장 주차장과 허름해 보이는 주변 풍경이, 마치 한국에서 시골의 인기있는 맛집을 찾아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이 시작부터 좋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약간의 할로윈 장식이 더해진 카운터에서 맥주와 안주를 주문하고 바로 받아서, 원하는 곳에 아무데나 앉으면 되는 역시 셀프서비스 방식이다.
실내의 홀도 굉장히 넓고 분위기가 좋았지만, 우리는 창가 아래쪽에 있는 야외 베란다로 나가서 자리를 잡았다.
맥주를 굉장히 좋아하기는 하지만 맛은 잘 모르는 편이라... 그냥 이 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라거와 IPA로 한 잔씩 달라고 했다.^^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잔디밭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려가 있는데, 블루리지 산맥을 넘어가기 전의 언덕이라서 동쪽으로 내려다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일몰의 석양과 노을을 볼 수는 없었다.
안주로는 나초와 감자튀김을 받아왔고, 핫도그는 아래쪽 야외 매점에서 따로 판다고 했지만, 문을 닫아서 끝내 먹지를 못했다는...
브루어리의 이름이 파란색 곰발바닥과 함께 크게 씌여져 있는데, 미국의 체이스 은행을 떠올리게 하는 폰트와 색깔이다.^^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연기가 피어오르길래 우리도 저리로 내려가봤다.
나뭇가지에 전구를 많이 매달아 놓고 가운데 화로를 만들어 놓은 곳에 빈 테이블이 하나 있어서 앉을까 하다가, 일단 더 아래쪽까지 전체를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
하늘에 한 줄 그어진 것은 서쪽으로 날아간 비행기가 남긴 자국이고,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없고 낮에는 많이 덥기까지 했던 가을날이었다~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불가에 꼭 앉아야겠다는 생각에, 여기 좌우 커플에 양해를 구하고 가운데 의자 두 개를 옮겨 와서는 우리도 마침내 자리를 잡았다.
활활 타는 장작불 옆에서 아무 잡념없이 맥주를 한모금 들이키니, 잠시나마 천하를 얻은 듯한 착각이...ㅋㅋ 화롯가에 짠하고 나타난 장작들은 근처에 가득 쌓여있는 곳에서 마음껏 가져올 수 있어서, 아주 옛날 캐나다 캠핑장에서의 '장작뷔페' 추억이 떠올랐다.
방금 철망을 열어서 직접 장작을 10개쯤 더 던져 넣고 닫았더니 불길이 커다란 화로 가득히 넘실대는 모습이다. "뒷마당에 이런거 하나 만들어 볼까? 집에서는 장작값이 아까워서 이렇게 불을 크게 못 지를거야~"
운전을 해야 하니 맥주를 더 마실 수도 없고 해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우리가 앉았던 가장 오른쪽에 다른 여성 두 분이 잽싸게 자리를 잡고 있다.
블루리지 산맥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베어체이스 브루어리(Bear Chase Brewery)에 멋지게 조명이 들어온 마지막 사진을, 지금 밀러라이트(Miller Lite) 캔맥주를 마시며 보고 있는데, 그 날의 맥주맛을 떠올리려 해도 장작불의 열기 말고는 기억 나는 감각이 없다.^^ 역시 위기주부같은 '절망미각'에게 술맛의 9할은 분위기인듯 하여, 주종 불문하고 다른 또 좋다는 곳으로 추워지기 전에 몇 번 더 다녀봐야 쓰것다~
PS. 덤으로 오래간만에 위기주부의 '알쓸미잡(알아둬도 쓸데없는 미국관련 잡학상식)' 하나를 알려드리면, 여기 브루어리를 지나서 Blue Ridge Mountain Rd를 남쪽으로 5마일 정도 더 달리면, 19세기말에 기상관측소가 처음 설치되어 '마운트 웨더(Mt Weather)'라 불리는 얕은 언덕을 지나게 되는데, 그 때 도로 옆으로 아래와 같이 경비가 삼엄한 정부기관의 입구가 나온단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재난관리청, 페마(FEMA)의 마운트웨더 비상운영센터(Mount Weather Emergency Operations Center)로, 국가적 재난시에 미국 전역의 공공기관과 군부대를 연결하는 고주파 무선통신 시스템을 제어하는 곳이지만, 그 지하 깊숙히에는 핵전쟁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DC에 있는 미국 정부를 통째로 옮겨오기 위해 6천명까지 수용 가능한 거대한 시설이 만들어져 있단다.
구글어스로 찾아본 지상의 모습으로 실제 9·11테러 당시에 의회지도부 등이 헬기를 타고 이리로 대피했으며 작전명은 HPSF(High Point Special Facility)지만 그냥 줄여서 "SF"로 불린단다. 여기는 콜로라도스프링스(Colorado Springs)에 위치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노라드(NORAD)의 유명한 샤이엔 산(Cheyenne Mountain) 지하기지 및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Camp David) 부근으로 역시 9·11테러때 딕 체니 부통령이 피신한 장소인 지하 펜타곤 또는 "Site R"이란 별명의 레이븐락(Raven Rock) 지하기지의 두 곳과 함께 미국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3대 극비시설이다. LA에서 워싱턴으로 이사와서 대지진의 공포에서는 벗어났지만 혹시 핵전쟁이 일어나면 어떡하냐는 걱정을 한 적이 있는데, 빨리 차를 몰고 이리로 와서 혹시 지하에 빈 방 남는게 없는지 물어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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